LG화학 vs SK이노베이션 소송전 전선 확대 추세
치열한 다툼 속 해외 기업 반사이익 우려
차량 배터리 시장 전망 긍정적, 양사 다툼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져야

배터리 지적재산권을 놓고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싸움이 이제 재계 3,4위 SK그룹과 LG그룹으로 확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날 선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일각에서는 양사의 다툼에 해외 기업만 반사이익을 얻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인력과 기술 유출 논란에서 출발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다툼이 특허침해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양사의 입장은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내부 다툼으로 결국 엉뚱한 해외 기업들만 이익을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LG화학은 지난 27일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 및 배터리사업 미국법인을 특허침해 혐의가 있다며 제소했다. LG화학측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을 분석한 결과, 해당 배터리가 핵심소재 관련 특허 등 총 5건을 침해해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세계 1위 첨단소재 기업인 일본 도레이 인더스트리가 공동특허권 자격으로 LG화학과 공동으로 소송에 참여하는 등 전선은 거침없이 확대되는 추세다.

LG화학의 행보는 앞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LG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0일 LG화학과 소재사업 미국법인인 LG화학 미시간법인의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미국 ITC와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LG전자 역시 같은 근거를 들어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그보다 앞선 다툼도 있다. 지난 4월 LG화학은 "배터리 핵심 인력을 빼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 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도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 LG화학을 상대로 하는 ‘채무부존재 확인’ 및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 치열한 소송전 속, 해외 기업 반사이익 얻을까 우려

싸움의 배경을 보면, 각자 펀치 한 대씩만 주고받은 모양새가 아니라 갈등의 골이 매우 깊다. 특허 관련 소송전의 배경은 이미 인력·기술유출 논란으로 깊어진 터다. 실제로 소송 과정에서 LG화학은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 양사의 특허 개수를 모두 공개하며 직접적으로 비교에 나섰고, SK이노베이션은 ‘저의가 의심된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다.

양사가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배터리 산업 연구개발 및 인재육성 등에 투자되어야 할 비용과 시간이 로펌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양사가 소송으로 지출하는 로펌 비용만 매달 수십억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양사는 최근 법조 관련 인력을 새롭게 채용하기도 했다.

소송전이 격화하면서 관련 시장에서 중국 등 다른나라 업계가 반사이익을 얻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최근 폭스바겐 등 완성차업체가 중국 등으로 배터리 공급사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이런 우려는 더욱 깊어졌다.
 
지난 9월 3일 블룸버그는 아우디가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와 배터리 공급을 논의한다고 보도하면서 "아우디와 해당 업체가 합작사 설립 등 더 깊은 유대까지 모색하고 있다" 고 보도한 바 있다.

물론 해당 업체들의 움직임이 배터리 소송전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다. 다만 LG화학이 지난 4월 소송제기 당시,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자사 영업비밀을 빼냈다고 주장하는 등 이름이 언급되기도 해다. 폭스바겐 입장에는 소송전 자체를 리스크로 받아들일 수 있다.

양사에 물량을 납품하는 협력사들도 관련 변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 특정 기업의 향후 생산 물량 등에 차질이 생기면 관련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 배터리 업계 증권가 전망은 ‘나쁘지 않음’, 양사 다툼 선의의 경쟁으로 그쳐야

소송전이 연일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 전문가들은 양사에 대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업황이 나빠져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날 선 대결을 벌이는 것 보다는, 커져 가는 시장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KTB투자증권 이희철 연구원은 LG화학에 대해 “4분기에 전기차 배터리 매출이 늘면서 양호한 마진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서도 “배터리 관련 CAPEX 증가는 재무구조 상 부담 요인이지만 4분기부터 재차 실적 개선 전망”이라고 밝혔다.

DB금융투자 한승재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21년 이후 배터리, 분리막의 중장기 성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LG화학에 대해서도 “전기차 배터리 '넘버원' 지위는 변한 것이 없으며 목표 수익성은 지연되었을 뿐 개선 방향성은 분명하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한승재 연구원은 지난 25일 보고서에서도 “전지 부문의 실적 개선 시점이 지연된 점은 분명 악재다. 하지만 시황의 문제가 아닌 더딘 수율 개선의 문제라면 분명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향후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업종이다. 차량용 배터리 사후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새로운 환경 이슈가 제기되는 등 일부 논란은 있으나 전기차 시장이 점차 커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시장을 둘러싸고 국내 대표 기업 두 곳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양사의 치열한 움직임이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져 국내 산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기를 업계는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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