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송금 통한 계좌이체 매년 증가세
현금영수증 발급 없이 개인 계좌 거래 사례 많아
'소득 있는 곳에 세금' 공정한 실현 위한 노력 필요

스마트폰 간편결제를 통해 소상공인의 결제수수료 부담을 0%까지 낮춘 서울시의 '제로페이' 서비스가 도입 한 달을 맞았다.   서울시가 이용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현황 파악은 어렵지만 초반 이용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시기상조를 이유로 실적을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적지근한 초반 반응이 자칫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사진=연합뉴스)
간편송금 앱 등을 통한 계좌이체로 물건 또는 서비스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매출액에 대한 꼼꼼한 모니터링과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금영수증 없이 개인 계좌로 송금하는 것 대신 결제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도 한가지 방안으로 거론된다 (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이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 기본 조세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렇게 바꿔 얘기할 수 있다. '소득이 명확하게 증빙되는 곳에 세금이 있다'. 정부가 매출을 꼼꼼히 체크하며 과세 사각지대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그런데, 과연 잘 되고 있을까?

얼마 전 스마트 기기 액정이 파손됐다. A/S 센터에서는 20만원 내외, 사설 수리업체에서는 10만원 내외 견적이 나왔다. 수리비를 아끼려고 사설 업체를 방문했다. 카운터 옆의 푯말이 눈에 띈다. ‘카드 부가세 10% 별도’. 결국 계좌로 이체 했다. 기자가 최근 실제 경험한 사례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한 소비자는 직장 근처 네일아트숍에 10만원 선결제를 걸어 놨다. 숍에서는 “선결제시 2만원 상당의 적립금을 지급해 총 12만원어치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소비자는 숍에서 알려준 계좌로 10만원을 보냈다.

송금이 쉬운 시대다. 이제는 보안카드나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터치 몇 번으로 간편하게 돈을 보낸다. 적잖은 돈을 내야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카드 결제 대신 현금으로 지불할 때 간편송금을 많이 한다.

앱을 통해 송금하면 할인해주는 카페가 생겼고, A/S 관련 개인사업자가 명함에 계좌번호를 인쇄해서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포장마차에서 술값을 송금하는 경우도 있고, 카드 단말기가 갖춰지지 않은 가게 사장님도 앱으로 송금 여부는 곧바로 확인하는 시대다.

간편송금 서비스가 늘어난 덕이다. 돈을 보내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손이 빠른 소비자라면 카드를 꺼내 건네고 단말기에 사인한 다음 출력된 영수증을 받아드는 정도의 시간이면 이미 돈을 보낼 수 있다.
 
◇ 작년보다 2배 늘어난 간평송금, 소득증명 제대로 이뤄지나? 

앱으로 돈을 보내는 사람은 얼마나 늘었을까.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2018년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송금 서비스로 하루에 141만건의 송금이 이뤄졌고 1045억원이 오갔다. 송금건수는 전년 대비 2배, 송금액은 4배 늘어난 숫자다.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간편 송금 이용금액은 2018년 기준 27조 8682억원이다 2017년 11조 9541억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30대나 1020세대 젊은 소비자들이 앱을 통한 송금에 매우 익숙하다는 점, 그리고 보안 등 관련 기술이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는 두 가지 흐름 속에 있다. 하나는 ‘소비자들이 편하게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는 장점, 그리고 또 하나는 ‘신용카드 대신 송금’이라는 부분이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바로 여기 있다. 소득 증명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의 시선이다. 법인 계좌가 아니라 개인 계좌로 주고 받는 경우라면 그런 의심은 더욱 커진다.

최근 언론 등을 통해 여러 논란이 제기됐던 강남 유명 클럽도 모바일 결제를 통해 직원 명의의 계좌로 돈을 받아 매출 규모를 축소하는 방법으로 탈세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 블로그에 따르면, 예약금이나 술값 등의 결제가 일부 그런 방법으로 이뤄졌다.

◇ ‘귀차니즘’ 속, 현금영수증 없는 간편송금 늘어나는 추세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에는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쉽게 말해서 카드 결제가 현금보다 비싸면 불법이다. 하지만 여전히 카드 결제시 요금을 비싸게 받는 매장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적잖은 소비자들 역시 계좌로 돈 보내고 좀 더 싸게(?) 사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건이 아닌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급할 때도 간편송금을 많이 사용한다. 번듯한 매장에 가서 제품을 구매할 때는 신용카드를 내는 것이 어색하지 않으나, 개인사업자 등에게 서비스를 제공 받거나 소위 ‘인건비’ 또는 ‘출장비’를 지불할 때는 신용카드 거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게 현실이다.

물론 신용카드가맹점이 아닌 경우에도 현금영수증을 지급 받으면 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인과 개인 사이에 소규모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그런 증빙을 공식적으로 주고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송파구 삼전동 주택가에 사는 한 소비자의 실제 사례를 보자. 이들 부부는 최근 누수 문제를 겪어 배관 검사로 10만원, 보일러 온수관 점검 및 내부 청소 등으로 5만 6000원을 지불하고 각각 영수증을 받았다. 창문 관련 설비가 파손되어 새로 제작하느라 12만원을 쓰고 그것도 영수증을 받았다. 하지만 모두 현금영수증이나 세금계산서가 아니라 간이영수증이나 판매확인서 등이다.

이런 영수증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등 개인적인 증빙으로 활용할 수는 있으나 매출과 과세를 위한 정식 영수증은 아니다. 어느 플랫폼으로 송금했든 은행 계좌에 돈이 오간 기록은 있으므로 현금 거래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자금 흐름이 투명하다. 하지만 매출이 제대로 기록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상대적으로 어렵다. 과세 당국이 개인 사이에 오간 소규모 송금 내역 모두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어서다.

요금을 지불했으니 당연히 현금영수증을 요구해도 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괜히 얼굴 붉히면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해당 서비스 분야에 대해 스스로 잘 모르는 상황에서 괜히 문제를 제기했다 ‘바가지’를 씌울 수도 있으니 그냥 계좌로 보내고 좋게 마무리 하는 경우도 있다. 설령 그런 불안감이 없더라도 귀찮아서 그냥 돈을 보내는 경우도 존재한다.

◇ 현금영수증 발급 생활화, 결제 플랫폼 활용 등 필요

고액체납자 관련 문제나 규모 큰 기업들의 탈세가 의심되는 부분이라면 문제를 제기하고 정책적으로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쉽다. 겉으로 많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 사이에 소액으로 이뤄지는 거래들은 그렇지 않다. 과세의 ‘사각지대’로 존재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간편송금 등 계좌이체를 통한 거래가 최근 부쩍 늘어나기 시작해서다.

조세전문 NGO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도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관심을 두고 깊이 조사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연맹은 최근까지 고액상습체납자 문제, 종교인 과세 완화법안 등에 관한 의견을 다양하게 내고 있다. 아울러 금융소비자를 위한 조세정책 관련 활동 등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그 단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

익명을 요구한 국세청 한 관계자는 “정식 인터뷰가 아니라 일반적인 상황에 대한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하면서, “계좌 거래는 근거가 남으니 추후에라도 적발될 가능성이 현금거래보다 매우 높다고 보아야 한다. 아울러 현금영수증 발급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소비자 제보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현금 흐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며 소비자와 사용자 모두 현금영수증 발급을 생활화하는 등 의식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금이 아닌 결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정부는 2019년 세법개정안 심의시 간편결제 플랫폼 제로페이 사용분에 소득공제를 도입하고 40%의 공제율을 적용했다. 해당안에 의하면 신용카드(15%)나 현금영수증·체크카드(30%)보다 소득공제율이 높으며 전통시장 추가 공제한도(100만원)에도 제로페이 사용분이 포함된다.

국세청은 최근 블로그를 통해 "세금은 우리 모두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이 공정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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