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얼마 전 ‘나이의 값’을 생각하게 한 일이 있었다. 다른 지역에 꽤 유명하다는 식당에 갔을 때 일이다.

식사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는 테이블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밖에서 순서를 기다렸는데, ‘번호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좀처럼 오는 곳이 아니라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일행이 다시 가게로 들어섰을 때였다. 반대편에 있던 노년의 부부가 다짜고짜 ‘왜 새치기를 하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어쩔 수 없이 밖에 있던 내가 ‘번호표를 받으러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을 하는데도 막무가내였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 역시 ‘번호표를 받으러 간 것’이라며 상황을 설명했지만 부부는 화내기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10여분 넘게 큰 소리를 내고는 그들은 밥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요새 젊은사람들이……’이라고 시작되는 막말을 남기고 말이다.

결국 그 상황을 모두 지켜보던 식당 주인이 대신 사과를 했고, 그것을 지켜보던 사람들 역시 ‘젊은 사람들이 참아야지, 어쩌겠어’라고 대신 위로했다. 결국 나는 살아온 날의 길이에 패배해 ‘대신’이 아닌 직접 사과는 받지 못했다. 훗날 나는 나이 앞에서 당당하게 그 값어치를 증명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어제는 또 이런 일이 있었다. KPGA ‘2019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에서 우승한 김비오 선수가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을 했다. 이어 클럽으로 잔디를 강하게 내려치는 우를 범했다. 승부의 성패가 달리 홀에서 셔터 소리로 샷을 방해받았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사과’는 했지만 그의 행동은 우승까지 퇴색시켜 버릴 만큼 비매너 그 자체였다. 갤러리의 응원과 공존해가는 숙명을 지닌 프로선수로서의 자질을 값으로 매길래야 매길 수 없는 순간이었다. 결국 우승 기념 인터뷰에서 경기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부탁하는 모습은 진정성을 얻기 힘들어 보였다.

최근 은행은 ‘은행’이라는 이름의 값을 했어야 한다는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상품의 경우 만기가 도래해 손실률이 확정되기도 한 투자상품 ‘DLF’를 ‘은행’에서 판매한 책임을 묻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결론에 앞서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품을 판매했다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다.

내세우는 근거는 이렇다. 주로 예·적금을 취급한다고 믿는 금융소비자가 다수인 만큼 은행이라는 공간이 값어치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성향평가서나 통장에 ‘예금자보호법’에 의거 원금이 보장된다는 명기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의 판단 착오보다는 은행의 투자 상품 판매시 신중한 절차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졌어야 한다 보고 있는 것이다.

판매 상품이 하나하나 만기가 도래하고 있고, 손실률이 최고 100%에 가까운 사례도 예상되는 만큼 금융당국 역시 상황 파악과 대처를 위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내달 검사결과 및 조치방안 등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검사가 진행 중인 상황인지라 은행 역시 섣불리 결론을 낼 수는 없는 모양새다. 다만 ‘분쟁조정’ 시점을 은행이라는 공간의 값어치를 보여줄 접점으로 본 것 같다. 가장 많은 판매를 한 우리은행 손태승 은행장은 고객 응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향후 전개될 분쟁조정 절차에서 고객 보호를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전한 것이다.

지금 은행은, ‘은행’이라는 공간이라는 이름의 값에 고뇌하고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