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확대했지만 많은 피해자들 지원대상에서 배제…법의 사각지대
전현희 "곳곳이 난관이지만 앞장 서서 끝까지 싸우겠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국가적 재앙이다.”
“2만여 명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민심 저버렸다.”
“피해 인정받아도 손해배상금 받기 어려워”

가습기살균제피해자들, 공청회서 답답했던 마음을 전하다.(사진=소비자경제 제공)
가습기살균제피해자들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답답했던 마음을 전했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박은숙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한 때는 핫이슈로 정부와 언론, 국민들의 뜨거운 주목 받았으나 지금은 하나의 사건으로, 피해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실질적으로 헤아려 주지 못한 채 세간의 이목까지 차가운 현실에서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매일같이 억누를 길 없는 분통과 억울함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자들의 눈물을 딲아주고 실질적인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전현희 의원은 개회사에서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국회에서 처음 논의된 것은 지난 2011년이다. 이후 가습기살균제의 피해 원인 규명과 대책을 위한 입법이 마련됐고 그동안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배상과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의 확대를 이뤘지만 너무 많은 피해 신청자들이 환경부의 지원대상에서 배제되어 고통 받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다”며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 공청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이 발의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의 요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집단소송제도 도입 및 지원의무 신설 ▲ 피해 입증책임의 전환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을 통합한 기금 신설 등이다.

토론 세션에 참석한 패널들은 석희태 연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 이정일 법무법인 동화 변호사, 김재용 연세대 원주의대 연구교수, 서종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조현수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 과장이 의견을 나눴고, 각계의 입장에서 대안을 모색했다.

◇ 피해자들, 공청회서 답답했던 마음을 전하다

#1 어젯밤, 저는 다시 지난 7월 13세 박준석 피해자와 ‘내가 할 수 없는 8가지’를 보면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피해자인 저처럼 좁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교수들도 사실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많이 있다. 법학을 공부한지 50년이 되었고 법학교수 활동 40년이 되었다. 소위 말하는 전통적인 법 제도와 논리가 얼마나 무력한 것인가를 느낀다(좌장 맡은 석희태 객원교수)

#2 제안을 폭넓게, 저희는 2만여 가량의 피해자와 피해가족이 있다. 하지만 저희는 민심을 얻지 못했다. 국가는 책임이 있는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왜 국가는 책임을 지지 않나요? 국가가 분명 할 일 안 했다. 국가는 입증된 피해자들에게 장례비를 따로 지급해야 한다. (공익제보자 천식피해자)

#3 폐섬유증 판정 3년 앓다가 폐 이식을 받았다. 1년 8개월이 되었다. 인정을 받아도 현실적으로 집행기관이 너무 엉터리다. 저는 4단계인데 인정 받았다. 제 실제 간병비가 1750만원인데 집행기관 공무원이 '4개월 380만원을 드릴까요?’ 했다. 법이 되면 뭐하나? 집행기관이 이렇게 하고 있는데... 억장이 무너진다. 폐이식 받아도 시한부 인생이다. 의사가 5년 산다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 살지 모른다. (폐섬유증 피해자)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사진=소비자경제 제공)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사진=소비자경제)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경험한 최악의 사건이었고,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들을 잃었고 장애를 안거나 시한부로 살아가야 할 처지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이 자리에서 마음 속에 담아뒀던 하소연들을 털어놓았다고 해도 겹겹히 쌓인 분노를 모두 풀어놓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의 입장들만, 전문가와 학자들의 논리일 뿐, 피해자들의 답답한 목소리를 들어주는 곳이 없었던 탓이기도 하다.  긴 시간 싸워온 피해자들은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고 지칠 대로 지쳤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날 공청회 현장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오가면서 만신창이 된 피해자들은 또 상처를 받을까 모든 신경에 촉각을 세우기도 했었다. 하지만 곧 현장은 일방적인 토론이 아니라 교류하고 공감하는 분위기로 전환했다.

석 교수는 “그동안 들어준 곳이 없었지만 공청회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전 의원은 “피해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 입법까지는 법적으로 하나하나 따져야 하는 점이 많다. 곳곳이 난관”이라며 “공청회 통해 더 수렴하고 수정해서 최대한 빨리 법을 발의하겠다. 20대 국회에 꼭 통과시키고 싶다. 앞장 서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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