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 TV로 맞붙은 삼성과 LG, 의류관리기 등으로 전선 확대하며 전면전
1위와 2위의 서로 다른 싸움 전략, 분야 따라 분명히 갈리는 마케팅 시각차
선의의 경쟁 기대 속, 집안싸움 멈춰야 한다는 우려도 제기돼

삼성과 LG가 8K TV 화질문제를 두고 전면적으로 맞붙었다. 사진은 17일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8K 화질 설명회'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가 QLED 8K 화질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과 LG의 8K TV 화질 논란이 전선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17일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8K 화질 설명회'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가 QLED 8K 화질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삼성과 LG가 TV를 넘어 디스플레이와 의류관리기 등으로 전선을 확대하며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치열한 맞대결 뒤에는 시장을 바라보는 1위와 2위 사이의 서로 다른 입장과 전략이 숨어있다. 업계는 양사의 다툼이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집안싸움을 멈추라’는 호소도 들린다.

양사의 다툼은 현지진행형이다. 삼성전자는 24일 차세대 반도체, 2차 전지 연구 관련 성과를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LG전자와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사의 성과를 언론에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 삼성이 이 과정에서 경쟁사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런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LG와의 힘겨루기 연장선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한다.

LG전자는 최근 “삼성의 ‘큐엘이디(QLED) 티브이’ 광고는 허위과장”이라고 주장하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커뮤니케이션팀 명의로 즉각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국내외 경제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이 아닌 소모적 논쟁을 지속하는 것은 소비자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다.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이틀 후,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판매된 QLED TV의 면적을 모두 합치면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한다”면서 직관적으로 성과를 강조했다. 아울러 “시장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질 것”이라며 직설적인 문구로 자사 TV의 강점을 강조했다. 자신들 역시 논쟁을 자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 8K TV로 맞붙은 양사, 전선 확대하며 전면전 양상
 
8K TV 기술 및 품질 논란에 대한 양사의 입장은 분명하다. 엘지는 삼성과의 기술 차이를 강조한다. 삼성은 판매량과 시장점유율 격차를 강조한다. 엘지는 소비자의 알권리가 침해될 우려를 제기하며 피해 위험성을 주장한다. 반면 삼성은 엘지가 소모적인 논쟁을 벌인다고 주장한다.
 
양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전선이 TV를 넘어 다른 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다. 가장 먼저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참전 여부다. 양사 TV에 패널을 공급하는 회사가 각각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고, TV 품질을 논하려면 디스플레이 얘기가 빠질 수 없어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OLED TV와 QLED TV 제품을 두고 화질 등 차이를 비교 시연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7년 QLED TV 제품 출시 단계부터 ‘삼성 QLED는 양자점 발광다이오드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LCD 제품’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관망세다. QLED는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을 받아 자체적으로 만드는 제품이라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싸우에 끼어들기가 애매한 부분도 있다는 평가다. 참고로 삼성은 디스플레이 사업에 13조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이 관련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본다.

다툼이 실제로 확전된 분야는 의류관리기와 건조기다. 싸움이 붙었다. 삼성전자가 자사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을 통해 LG전자의 건조기 자동세척 논란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영상에서는 건조기를 샀다고 자랑하던 한 여성이, 자동세척 관련 내용을 지적받자 표정이 굳는 모습을 담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에도 유튜브에 영상 2건을 올렸다. '삼성 에어드레서 성능 비교 실험' 영상에서는 바람을 통해 먼지를 제거하는 방식이 옷을 흔들어 먼지를 제거하는 방식보다 좋다고 주장했다. 함께 올린 ‘의류 케어 가전 속까지 확인해보셨나요?' 영상에서도 삼성은 경쟁사 제품의 단점을 지적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측 관계자가 8K QLED TV와 4K OLED TV의 화질을 비교하는 모습. 최근 LG전자의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측 관계자가 8K QLED TV와 4K OLED TV의 화질을 비교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양사 다툼 이면, 업계 1위와 2위의 마케팅 전략 차별화 관찰

이 싸움을 ‘8K TV’ 논란이 아니라 삼성과 엘지 두 ‘거대공룡’의 치열한 공방전으로 보면 관전 포인트가 좀 달라진다. 권투로 비유하면 LG전자가 ‘TV’로 먼저 주먹을 날렸고 삼성이 ‘의류관리기와 건조기’로 맞받아친 모양새다. 그러니까 이건 ‘TV 전쟁’이 아니라 ‘가전 전쟁’이다.

다툼의 배경과 구조를 보자. 업계를 막론하고 1, 2위 사이에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곤 한다. 판세를 뒤집으려는 후발주자가 적극적인 공세를 펴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선도기업이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날을 세우기도 한다. 기술 주도권과 시장 지배력을 선점하기 위해 중요한 길목마다 힘겨루기를 하는 것. 어느 업계나 선두권에서는 이런 ‘샅바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1등과 2등이 싸울 때는 서로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1위는 굳이 2위와 비교할 필요가 없다. ‘내가 1등’이라는 결과만 강조하면 된다. 하지만 2위는 다르다. 1위를 붙잡고 늘어질수록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1위와 직접 비교하는 것 만으로도 존재감이 드러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타사와 비교하는 마케팅 전략, 특히 경쟁사의 단점을 부각하는 카드는 주로 후발주자가 꺼내들 확률이 높다. 쉽게 예를 들어 보자. 코카콜라는 굳이 펩시콜라와 자사 제품을 비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펩시콜라는 코카콜라와 같이 언급되면 그것 자체로 괜찮은 홍보 전략이 된다.

국내 대표 가전업체이자 세계 시장에서 선전중인 양사의 싸움도 사실은 이런 흐름 속에 있다. 물론 삼성과 LG사이에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같은 큰 차이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비유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여기서 짚어 보아야 할 것은 양사가 각 분야에서 선점하고 있는 위치다. 

삼성전자는 TV분야에서 LG전자에 앞서 있다. 반대로 의류관리기나 건조기 등에서는 LG전자가 앞서있고 삼성전자가 그 뒤를 쫓는다. 큰 틀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양강구도 싸움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분야에 따라 서로 처지가 다르다. 쉽게 말하면 여기서는 1등인데 저기서는 2등이 되는 구조다. 그러므로 양사는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곳에서 서로 물고 물릴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TV를 가지고 LG와 싸워봤자 별로 득될 게 없다. 차라리 상대적으로 도전자 입장인 가전 분야에서 LG전자와 비교 우위를 내세우는 게 효과적이다. LG전자 역시 자신이 앞서 있는 분야에서는 말을 아끼는 게 좋다. 반대로 후발주자 입장인 분야에서는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양사의 전쟁은 TV 한 곳에서 치열한 난타전을 벌이기 보다는, 서로 전략적 요충지라고 판단하는 곳에서 공격과 수비를 이어갈 확률이 높다. LG가 TV를 가지고 선공에 나선 이유, 삼성의 반격이 TV가 아니라 의류관리기와 건조기에서 이뤄진 이유에는 이런 배경이 관측된다.

◇ 선의의 경쟁 기대 속 우려 목소리도, 양사 다툼 긍정적 활력 되어야

업계에서는 양사의 신경전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누군가의 특별한 잘못이라기 보다는, 시장 장악을 위한 양사의 이해관계가 깊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매체 포브스도 최근 삼성과 LG의 상황을 전하면서 "아마도 LG와 삼성은 올해 서로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실 양사의 전쟁은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두 회사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출시되거나 시장 상황이 요동치는 순간마다 치열하게 다퉈왔다. 다툼의 역사도 길다. 2011년에도 3D TV구현 기술 방식을 놓고 서로 비판했고, 이듬해에는 냉장고 용량을 가지고 법정까지 갔다. 2013년에는 삼성이 ‘에어컨 점유율 1위’라는 광고메시지를 내놓자 LG가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독일에서 ‘세탁기 전쟁’이 촉발돼 서로를 맞고소했으며 2017년 이후부터는 TV를 두고 치열하게 격돌하는 모양새다. 올해는 베를린에서 LG가 선제공격을 날렸으나, 2017년에는 삼성이 LG전자 OLED TV에 대해 ‘장시간 사용하면 번인현상이 나타난다’고 먼저 비판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두 공룡기업의 다툼이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져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갈등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면 양사 모두 손해를 입고 국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중국 등 타국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대표 기업이 ‘집안싸움’에 몰두하다 선두 자리를 내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다.

하지만 양사가 기술 발전의 주요 변곡점마다 치열한 다툼을 벌여왔다는 점, 삼성을 키운 힘이 바로 ‘일등주의’라는 점, 그리고 LG가 구광모 체제 이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경쟁사와 적극적인 힘겨루기에 나선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이들의 가전 전쟁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볼 필요도 있다.

재계 공룡 기업들의 치열한 공방이 산업계에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어주기를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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