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늘면서 '커다란 폐배터리' 사후 처리 문제 중요성 제기
폐배터리 회수 및 보관, 재활용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 마련 필요
정부와 완성차업계 지자체 등 관련 협업 나서

전기차 배터리 사후처리 문제가 새로운 환경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과거 에너지 관련 박람회에 전시됐던 전기차와 배터리 모듈 모습으로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전기차 배터리 사후처리 문제가 새로운 환경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과거 에너지 관련 박람회에 전시됐던 전기차와 배터리 모듈 모습으로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차를 움직이는 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커다란 배터리가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정부와 기업, 지자체등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기차는 흔히 ‘친환경차’로 불린다. 배출가스가 적어 대기오염을 줄이고 석유 사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미래 교통수단으로 주목하며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업무용 친환경차 도입이 늘고, 내년에는 전기차 레이싱 대회가 열리는 등 관련 시장이 크게 확산되는 추세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한가지 새롭게 대두되는 이슈가 있다.

전기차에 사용되고 나서 이후에 생길 ‘폐배터리’ 문제다. 폐배터리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지정한 ‘유독물질’에 해당한다. 그래서 화재나 폭발 등의 위험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전기차 보급이 계속 늘고 차를 바꾸거나 배터리를 교체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폐배터리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보증기간은 통상 5∼10년이다. 보증기간 내에 배터리 성능이 70% 미만으로 떨어지면 소비자가 배터리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폐배터리는 지난해까지 100여 개가 나왔다. 내년에는 1000개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친환경차 보급이 늘면서 5년 후에는 약 1만개의 폐배터리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030년까지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 300만대”라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를 숫자적으로 대입하면 폐배터리 역시 수백만개가 배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2014년을 전후로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보급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폐배터리는 점점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 일반 차 배터리보다 사이즈 큰 전기차 배터리, 구체적인 사후처리 규정 마련 절실

물론 가솔린과 경유 및 LPG 자동차도 배터리가 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는 일반 자동차보다 부품 갯수가 적은 대신 배터리는 더 크다.

전기자동차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배터리다. 커다란 배터리가 차량 아래 장착되어 있어서 일부 자동차 전문가들은 ’배터리의 전자파가 운전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의견까지 제기할 정도다.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이호근 교수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친환경차 배터리는 단순히 사이즈만 비교해도 일반 자동차와는 200~300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전제하면서 "전기차는 차량 전체 가격의 절반 가까이를 배터리가 차지하므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봐도 쉽게 폐기하거나 끼워넣기 어려운데, 여기에 환경 이슈까지 있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환경부에서도 이미 지난해 2월 국회 토론회를 열고 이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당시 김종률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전기차 보급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몇 년 후부터는 폐배터리 발생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재활용 등 비용 효과적이고 안전한 처리 체계를 미리 구축하고, 관련 환경산업도 육성하기 위해 입법기관과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륜민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장은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이즈와 용량 등이 일반 자동차보다 크고 전기차 보급이 많아지니까 큰 퍠배터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취지에서 해당 이슈가 주목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쓰고 남은 배터리를 재사용하는 방법은 있다. 전기차에는 고용량 충전용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어서 차를 폐차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배터리를 다른 차에 재사용할 수 있다.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재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배터리를 분해한 다음 리튬이나 니켈 등 희귀금속을 추출해 다시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배터리에는 일부 유독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화재나 폭발 등의 위험도 있다. 따라서 안전한 보관이나 분해 또는 폐기 등의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현재 폐배터리 처리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반납에 관한 고시」에 따른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고시에 따라 전기차 폐배터리를 회수하고, 회수한 폐배터리는 자동차 해체 재활용 업자가 보관, 관리한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재활용 등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폐배터리를 단순히 쌓아두기만 한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조만간 ‘폐배터리 분리·회수와 보관 기준에 관한 연구’ 및 업계 협의를 통해 관리체계를 보다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전기차 폐배터리 평가 및 재활용 기준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 완성차 업계와 지자체, 폐배터리 처리 관련 협업 증가세

완성차업계와 지자체 등은 관련 이슈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현대차는 산업화학 분야 전문업체 OCI와 손잡고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추진한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한 ESS(에너지저장장치)와과 태양광발전을 연계한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포괄적 협력체계다.

이번 협약에 따라 OCI는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70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와 미국 텍사스 주에 있는 4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실증사이트로 제공하고 전력변환장치(PCS) 공급과 설치 공사를 맡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한 ESS를 제공하고 유지보수를 담당한다.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로 재활용하면 OCI는 그것을 태양광발전 사업에 사용할 수 있고 현대차는 폐배터리 처리 비용을 아끼면서 환경에 공헌할 수 있다보니 매우 의미있는 협업이다.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사장)은 "전기차 폐배터리 처리 문제를 가장 친환경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바로 에너지저장장치"라며 "이번 협업을 통해 기술력 증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상북도는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포항 영일만과 블루밸리 산업단지 일대를 관련 산업 거점으로 키운다. 경상북도에서는 지난 7월 포항 영일만과 블루밸리 산업단지 2개 구역이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특구에서는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의 친환경·안전 리사이클링으로 에너지 저장 장치와 같은 응용제품을 개발하고 리튬, 코발트 등 핵심소재를 추출해 다시 배터리 제조에 사용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한다. 리사이클링 산업 집적기반을 조성하고 배터리 종합관리 센터를 시작으로 환경부의 거점자원 수거센터, 산업부의 배터리 산업화 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친환경을 위해 보급을 늘리는 전기차가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폐배터리 처리와 재활용에 필요한 관련 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이호근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 "산업 초기여서 보급에만 신경쓴 부분이 있는데 앞으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 등이 ESS등 여러 방향의 대책을 강구하고, '배터리 총 생애주기'에 대한 기준 마련과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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