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집에서 2시간 넘게 걸리는 출근 거리 때문에 매일 오전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아이 때문에 아침 식사를 차려 놓고 나가려면 빠르게 바로 상을 차려 놓고 갈 수 있는 간편한 밀키트가 딱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문을 열면 주문한 재료와 음식이 집 현관문 앞에 도착해 있다. 일주일에 두번 정도 배송해서 구매하는 아침식사는 편하기도 하고 평소 잘 해 먹지 못하는 음식들도 많아서 고르는 데 쏠쏠한 재미가 있다. (주부 김 씨)

#낱개 포장이 돼 있는 건 개인적으로 위생적이라 좋지만 환경적으로 생각한다면...사실 더 들어가면 이 비닐 하나하나 내가 내는 비용까지 가격에 추가 되어 있는거 아니냐. 그래서 이러저한 포장가격과 배송비까지 붙어 비싸다고 생각한다. 쓰레기가 너무 나온다. 특히 비닐이 가장 많이 나온다. 또 특이한 음식 구성들이 많아 장바구니에 담아 놔도 구경하다가 막상 사려고 하면 금방 품절이 된다. 그러다 보니 오배송이 자주 있어 불편한점도 꽤나 있다. (대학원생 오 씨) 

새벽배송, 원클릭 배송, 총알 배송 등 단연 '大배송'의 시대다.

클릭한번으로 내가 원하는 메뉴를 구성한 식재로와 상품 등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새벽에 문앞에 와있고, 2시간안에 내가 원하는 장소에도 배송된다. 이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이처럼 배송 관련 업계는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 혁신을 일으켜 소비자에게 다가 가기 위해 전쟁 중이다.

1인가구 증가, HMR, 친환경 식재료 선호 등 같이 소비트랜드가 빠르게 변하면서 배송문화까지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빠르고 편하게 원하는 시각에 구매한 제품을 받고 싶어하고, 새벽배송서비스도 그 틈새 속에 이용하는 고객들이 점차 늘고 있다.
 
새벽배송의 선두주자격인 마켓컬리가 하루 평균 받는 주문 건수만 1만여 건이 넘을 정도로 성장세를 타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새벽배송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발생하는 부작용도 만만찮다는 우려의 시각도 흘러나온다.

◇ 아무리 신선도 유지라지만...뜯고 뜯어도 나오는 비닐, 환경 외면할 수 없는 소비자들 

# 새우를 이용한 감바스를 새벽배송으로 시켰다. 새우, 마늘, 양파, 파슬리 등 약 10개의 제품이 각각 비닐로 포장이 돼 있었다. 후추, 소금까지 제각기 개별 포장돼 있었다. 위생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깐, 너무 과하게 남용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들이 너무 과하게 일회용품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학생 최모씨)

# 편리하고 좋긴 한데 과대포장이 너무 과해 주문할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일회용 봉투 사용만 제재하지 말고 배달분야도 들여다 봐야할 것 같다. (직장인 견 모씨)
 
취재진은 마켓컬리와 CJ의 새벽배송을 시켜봤다. 제품을 받았을 때 위와 같은 소비자들의 문제를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두 제품다 비닐, 스티로폼, 플라스틱, 은박지, 보냉팩, 에어캡 등 환경으로 문제 될 것들이 메뉴에 그득하게 포장 돼있었다. 이에 다 제품을 뜯어 보니 한 제품당 약 10개 의 비닐이 나왔다. 또 여러개로 나뉘어 배송된 스티로폼이나 박스 속에는 상품이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태로 배송이 되기도 했다.

밀키트 같은 간편식의 확산, 새벽 배송으로 인한 재료들의 신선도 유지가 과도한 포장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에 환경적인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또 업계에서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유통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위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카테고리 기 때문에 날씨, 온도 변화 등에 예민하게 대응하려면 가장 위생적인 방법을 선택 할 수 밖에 없다"라며 "또 안전과 파손이 되지 않게 해야 하기 때문에 부수적인 자재들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적 문제를 거론하는 부분이 많아서 기사가 회수를 해 간다거나, 재활용해서 쓸 수 있는 대체 포장지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등의 여러 대체 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실효성을 떨어트린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산넘어 산, 환경문제에 물류망·배송서비스 과부하까지 '엎친데 덮친격'
 
환경적인 문제를 넘어서면 또 넘어서야 하는 산이 하나 있다. 물류망의 과부하다. 소비자가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신청하면, 업체는 해당 제품을 포장하고 인력을 재배치하고 배송 기사를 지정하는 등의 처리가 끝나면 물류망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앞선 상황들을 오전에 물류 쪽에 넘기지 못하면 제때 배송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물류창고에 최소 고객이 받을 시간 2시간전에는 도착해야 한다는 게 물류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서울 강서구 물류 창고에서 배송 업무를 하고 있는 김 모씨를 만나봤다. 그는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소 두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우리도 해당 주소를 체크하고 제품을 각 기사에게 분류 한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체 되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약속이행을 위해 떠난다"며 "이게 현 새벽배송의 한계다. 아직 정확히 조직화, 기준화 되어 있지 않는 이런 시스템 때문에 물류업계와 제품업계의 신경전이 빈번하게 있는 편이다. 그렇다면 못받거나, 늦게 받는 소비자들은 무슨 죄냐"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다른 물류업체 관계자는 “날씨가 춥거나 더우면 많은 물량이 쏟아진다. 그럼 야간 근무조들이 추가로 투입된다. 하지만 이도 한계가 있다”며 “적은 인력으로 돌아가다 보니 주문과 다른 제품이 배송되거나 제 시간에 배송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전했다.
 
배송서비스 부분에서도 어려움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벽배송의 문앞에 제품을 두어야 하기 때문에 분실·도난 위험이 크다.
 
새벽배송은 고객이 요청한 곳에 배송하는 서비스다. 정해진 곳에 제품을 두지 않으면 배송 기사에게 패널티가 부과된다. 새벽배송기사의 제품을 추린 가장 빠른 시간의 새벽부터 오전 7시 전후로 약 20여 가구를 돌아야 한다.
 
<소비자경제>는 각 배송기사들의 에로사항을 듣고 싶었지만 만날 수 없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만 사항도 있었다.
 
물류센터 가까운곳에서 사는 한 주민은 “물류센터에서 새벽배송을 시작한 이후부터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핸드폰 음량을 최대로 놓고 듣는 것보다 새벽에 집에서 들리는 물류센터 소음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누군가의 편리를 위해 또 다른 희생이 뒤따라야 하는 게 새벽배송이라고 말한다. 건강한 식재료를 위해 새벽배송서비스를 이용하지만 그 식재료를 배송하는 일회용품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빠르게 배송되는 편리함을 위해선 이웃과 배송기사의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잠을 자야 할 시간이 어느 유통기업에게는 틈새시장으로 보이는 새벽배송의 이면은 마주하기 불편한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마냥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한번쯤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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