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 LG전자 8K TV 화질 관련 이슈 맞대결
네거티브 이어가며 전면전, 소비자는 ‘어리둥절’
8K 시장 주도권 위한 치열한 ‘샅바싸움’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져야

삼성과 LG가 8K TV 화질문제를 두고 전면적으로 맞붙었다. 사진은 17일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8K 화질 설명회'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가 QLED 8K 화질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과 LG가 8K TV 화질문제를 두고 전면적으로 맞붙었다. 사진은 17일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8K 화질 설명회'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가 QLED 8K 화질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LG전자가 삼성전자의 8K TV 화질이 수준 미달이라며 시비를 걸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가전사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LG전자가 포문을 열고 삼성전자가 맞대응하면서 정면 충돌하고 있는 것.

소비자들은 눈으로 구분조차 어려운 정도의 TV 화질 문제로 놓고 양사가 치열하게 맞붙는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가전제품을 그룹 성장의 주축으로 삼아온 양사간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자존심이 걸린 TV디스플레이 품질문제는 향후 8K TV 시장에서의 주도권 다툼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1,2위를 다퉈온 삼성과 LG의 8K 화질 전쟁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갈 것임을 예감케 하는 분기점이 될 공산이 크다.

LG전자가 이달 7일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에서 삼성전자 QLED TV 8K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 그 출발점이다.

LG전자의 시비에 삼성전자는 그때만해도 무대응 전략을 폈다. 그러나 이후 8K 화질 관련 논란이 계속 이어지면서 결국 양사가 같은 날 각각 8K 기술 설명회를 열고 상대 제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른다.

◇ “삼성이 소비자 호도” vs “LG는 8K 화면 깨진다”

LG전자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삼성전자 QLED TV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남호준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 연구소장(전무)은 “경쟁사(삼성) 8K TV가 국제적으로 합의된 ICDM 규격에 한참 못 미친다”고 주장하며 “8K가 최고 해상도라고 믿고 구입한 소비자들에 실망감을 줄 것”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날 행사에서 LG전자는 삼성 QLED TV와 자사 OLED 및 LCD TV를 비교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 TV를 부품별로 분해해 참석자에게 보여줬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소비자를 호도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서 경쟁사를 직접 거론하고 상대 회사 제품을 분해해서 내부까지 보여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오후 곧장 반격에 나섰다. 서울 서초구 서울R&D캠퍼스에서 LG측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반박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는 “LG전자가 화질 선명도(CM)라는 특정 잣대만으로 8K 기술을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하며 화질 비교 시연을 벌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시연을 통해 LG 8K 올레드TV가 8K 콘텐츠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8K 이미지 파일과 8K 동영상을 띄운 결과 글씨가 뭉개지거나 화면이 깨지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베를린에서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가 LG전자 측 주장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며 공식 대응을 자제한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행보다.

◇ 초고화질 8K, 소비자는 화질 차이 육안 구분 어려워

가전업계 빅2의 전면전을 보는 소비자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18일 오후 서울 잠실 하이마트 매장에서 대화면 TV를 둘러보던 한 소비자는 “아침 뉴스에서 관련 소식을 들었는데, 어떤 차이점이 있고 무슨 제품이 더 좋다는 얘기인지 전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기자는 이날 매장을 찾은 또 다른 소비자에게 양사의 주장이 요약된 기사를 보여줬다. 이 소비자는 30대 후반으로 5G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태블릿PC와 최신형TV에 관심이 많은 얼리어답터다.

하지만 이 소비자는 해당 기사에 등장한 ‘양자점 발광다이오드’나 ‘퀀텀닷필름’같은 단어가 무슨 얘기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전문가들도 8K화질의 품질을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일반 가정에서 TV와 소파의 거리가 보통 3미터 적어도 2미터 이상인데, 그 정도 거리에서는 TV의 화질 차이를 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디스플레이업계에서 조사분석이나 제도개선, 웹진발간 및 홍보 업무 등을 담당하는 인물이다.

이 관계자는 "1미터 이내 거리라면 차이가 느껴질 수도 있고, 화면이 클수록 화질 이슈가 눈에 띌 개연성이 커지는 건 사실“ 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커다란 TV를 그 정도 거리로 보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화질을 판단하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일반적인 시청거리에서 보통의 소비자라면 4K와 8K의 화질을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 시장 선점 위한 치열한 ‘샅바싸움’,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져야

물론 기술 수준에 대한 판단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제조사의 눈과 소비자의 눈이 같을 수는 없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구분이 어려운 내용이라고 해도 전문 기술을 갖춰야 할 기업에게는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양사가 벌이는 이번 논쟁이 단순히 기술상의 상대적 우위만을 내세우려는 활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상대를 직접 언급하며 극히 이례적으로 수위 높은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치열한 다툼에 대해, 현 시점에서 주도권을 선점함으로서 향후 8K TV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대비 8K 시장에 늦게 진입한 LG전자가 반전을 꾀하기 위해 의도적인 강수를 두었다고 보기도 한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8K TV 시장이 당분간 급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8K콘텐츠가 아직은 부족해 시장 확산이 더디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관련 콘텐츠가 꾸준히 개발되는 등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8K TV 시장은 작년 1만 8600대에서 올해 21만 5000대, 2020년 85만 3900대를 거쳐 오는 2021년에는 179만 4000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이 되면 올해 대비 17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시점에서 양사가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샅바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를 두고 대내외 경제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태서 대기업들이 ‘집안싸움’을 벌이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일각에서는 양사의 치열한 공방이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져 8K 시장의 전반적인 확산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반면 글로벌 빅2의 TV 주도권 싸움이 양사 계열사로 확전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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