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독일에서 공급된 자동차 부품 일부에서 납 함유기준 초과 확인
유해성 여부 철저 점검 예정...'차량 실내 환경 관련 기준 마련' 목소리 높아
배출가스 등 대기오염 이슈 뿐만 아니라 실내 친환경 이슈에도 관심 필요

국내에서 유통된 자동차에 납 함유 기준을 초과한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차량 실내 환경에 대한 기준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사진 속 차량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유통된 자동차에 납 함유 기준을 초과한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차량 실내 환경에 대한 기준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사진 속 차량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국내에서 판매된 자동차에 납 함유 기준을 초과한 부품이 장착된 것으로 드러나 정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자동차 제조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자동차 실내 환경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부는 17일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에서 공급한 전자소자 등 자동차 부품이 납 함유기준을 초과했으며 해당 부품이 장착된 차종을 확인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콘티넨탈은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납 기준 초과 사실을 인정했다. 아울러 자신들의 부품이 국산차뿐만 아니라 수입차량에도 상당수 장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국과 유럽연합의 납 기준은 동일하며, 물리적 분리가 불가능한 동일물질 내에서 함유량이 0.1% 이상인 납을 초과한 부품을 공급할 수 없다.

◇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등 전문단체서 유해성 철저 검증 계획

해당 내용은 독일 매체 ‘비르 암 존탁’이 지난 8월 납 스캔들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최초로 알려졌다. 이후 콘티넨탈이 해당 내용을 인정하고 자동차 업계에 통보했으며 국내 업계가 관련 내용을 환경부에 알렸다. 이후 환경부가 세부 자료 제출을 요구해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콘티넨탈 부품이 장착된 국산차 및 수입차량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콘티넨탈의 기준 초과 부품에 대해 조사하고 다른 자동차 부품에도 유사한 위반 건이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우선 10월까지 해당 부품의 영향을 받은 세부 차종을 확인하고, 올해 말까지 콘티넨탈 부품에 대한 성분 분석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콘티넨탈 부품의 제작 및 납품 경로를 조사해 다른 자동차 부품 업체에도 유사한 위반 건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콘티넨탈은 전자소자 등에 함유된 납은 밀폐된 상태로 자동차에 장착되어 신체접촉 가능성이 낮고,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 함유량 자체가 극미량인 관계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콘티넨탈의 의견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전문 연구기관을 통해 검증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조사결과에 따라 콘티넨탈의 위반사항이 확인되는 대로 적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내 부품의 유해물질 기준이 초과될 경우, 위반 차종별로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 “차량 실내환경에 대한 기준 마련과 근본적 논의 필요”

환경부의 발표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차량 내부 유해물질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실제로 자동차 배출가스가 대기 질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연구와 개선이 이뤄졌다. 하지만 자동차 내부 공기질이나 유해물질이 운전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명확한 측정 기준이나 관련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이호근 교수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집에 깔아놓은 작은 매트 하나도 성분을 꼼꼼히 체크하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데 자동차에 대해서는 그런 인식이 아직 덜 하다”며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제2의 주거공간이 되는 상황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규정이 앞으로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동차의 친환경 관련 논의는 배출가스 문제나 수소전기차 확대 등 대기오염 문제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

이 교수는 “자동차 실내 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기준이나 명확한 측정 방식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의 전자파 문제나, 폐 배터리 처리 문제 등 새로운 시선에서의 친환경 이슈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교수는 “친환경 소재를 대거 사용하면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를 규제하는 명확한 기준마저 없는 상황에서 자동차 제작사가 자발적으로 친환경 소재를 쓰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 "유해물질 조사 꾸준히 실시중, 콘티넨탈 부품 무작위로 검사할 것"

더불어 “큰 문제가 발생하면 그제서야 부랴부랴 대책이 논의되곤 한다”고 꼬집으면서 “2000년대 초중반 ‘새집증후군’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면서 주거환경에 대한 인식 개선이 서서히 이뤄진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자동차 실내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꾸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문제지만, 소를 잃었다면 외양간을 튼튼하게 고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납 스캔들 내용 발표 후 유해물질 함유 기준 관련 점검에 대해 “2017년 이후 유해물질 조사를 강화하기 위한 조사를 시행 중이며 현재는 인체와 접촉빈도가 높은 도어락, 오디오 등 일부 부품을 선정해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2017년 이후 지금까지 6종의 부품에 대해 15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한 바 있다. 다만 콘티넨탈의 전자소자가 포함된 부품은 인체 접촉 가능성이 낮아 그동안 검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환경부는 또 “자동차 유해물질 샘플링 분석조사는 EU등 선진국에서도 하고 있지 않으며 우리나라만 실시하고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는 콘티넨탈 부품을 무작위로 선택하여 외부 공인기관을 통해 기준 초과 부품과 개선된 부품에 대해 각각 검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제작사와 해외 수입차 모두 전방위적인 ‘납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차량 소비자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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