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상품 매출 최대 4배 ↑
만성화된 경기불황·가처분소득 감소 영향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최근 한국은행 발표로는 소비자 물가가 0%로 디플레 공포가 온다는 언론 보도를 봤는데 실제로 추석 앞두고 시장이나 대형마트 둘러봐도 물가 부담에 허리 휘는 건 똑같아요. 작년 추석과 비교해도 물가는 큰 차이 없어요"

 "#차례를 지내기 위해 과일 몇개 어포 몇개 샀더니 몇만원이 훌쩍 넘었다.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름 휴가를 다녀왔더니 이제는 이른 추석 명절에 목전이라 나갈 돈이 한두푼이 아니다"

서울 마포구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경제>가 만난 소비자들의 얘기다.

올 들어 줄곧 0%를 펼쳤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단 사상 첫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다. 더 나아가 2분기 경제성장률은 지난 해 대비 가집계로 잡았던 비율보다 더 떨어진 1.0%에 그쳤다. 휴가 시즌을 지나자 마자 큰 돈이 드는 명절을 앞둔 상황에서 디플레이션 사태로 접어 드는거 아니냐는 소비자들과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문제는 지난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와 국내 경기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소비자 물가는 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추석물가를 비교 해 봤을 때 체감적으로는 오히려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 이런 이유에서 소비자물가와 실제 체감물가의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두고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한 추석 성수품 물가도 마찬가지다. 지표상으로는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대형마트와 시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오히려 체감 물가는 더욱 부담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10일 한국농축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비용(28개 품목, 4인가족 기준)은 대형유통업체 기준 지난해 31만5907원에서 올해엔 31만3879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무를 비롯해 밤, 소고기, 돼지고기 등 추석 성수품 물가가 대부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성수품 가격 안정세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서울 망원시장에서 만난 최 모씨는 "제수품에 쓰일 가공 식품을 사려고 왔는데...너무 비싸"다며 "고기 류는 오히려 여러 사회적 이슈 때문인지 더 비싼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시장에서 만난 가게 사장 김모씨는 "지난해에 비해서 가격은 큰 변동 없지만 손님이 줄은 것 같다"며 "경제 상황이 나아졌다는 기사를 접했지만 손님은 줄었으니...우리가 힘든 건 지난해와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들의 물가인식수준은 2.1%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0%보다 2.1%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표물가와 일반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와의 차이를 보여준다. 위와 같은 수치는 여전히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이로 인해 체감 물가가 높아 지니 제수상 차림 준비에서도 저가제품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소득하위 1분위 20% 가구의 가처분 소득은 6분기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가구 간 소득 격차는 2003년 이후 최대 수치로 벌어졌다. 

식품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소비자물가지수의 수치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 보면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지난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구매력이 감소한 것과 지표상 물가를 비례적으로 따져 보면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셜커머스 기업 티몬이 최근 1주간(8월29일~9월4일) 제수상 관련 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가성비 상품 매출이 최대 4배 이상 높았다. 중력 밀가루(1㎏, 1010원)가 찰밀가루(1㎏, 1390원) 대비 매출이 397% 더 높았고, 튀김가루 매출도 일반 튀김가루(1㎏, 1490원)가 자연재료 튀김가루(1㎏ 1990원)보다 137% 더 높게 나타났다. 송편도 2㎏에 8900원인 제품이 동일 용량 1만1900원인 제품보다 매출이 81% 더 높았다.

이처럼 명절을 앞둔 소비자들이 물가 안정세를 체감 못하고 소비를 줄여가고 있는 것은 만성화된 경기불황 영향 때문인 측면이 크다. 지속적인 고용 부진과 세금·이자비용 등의 증가로 가처분소득(실제 쓸 수 있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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