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기술 발달 속 자동차 안전 기능 강화 추세
타이어 공기압에 둔감한 소비자 여전히 많아
환기 안하면 잠 많이 잤어도 졸음운전 위험 높아져

장거리 운전을 앞둔 소비자는 안전한 운행을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고속도로에서 오래 운전해야 하는 경우라면 특히 그렇다 (사진=연합뉴스)
장거리 운전을 앞둔 소비자는 안전한 운행을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고속도로에서 오래 운전해야 하는 경우라면 특히 그렇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추석에는 장시간 운전해야 하는 사람이 많다. 꽉 막힌 도로에서 오랫동안 운전대를 잡고 있으려면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쌓인다. 하지만 장시간 주행은 운전자만 피곤한 게 아니다. 차도 피곤할 수 있다. 연휴 기간 장거리 운전을 안전하게 하려면 두 가지를 반드시 확인하자. 타이어와 실내 공기이다.

우선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요즘 차들은 과거에 비해 튼튼해서 고장이 잘 안 난다.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이호근 교수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폐차 기준 평균 수명은 9.2년이다. 이는 10년 전 기준 7.6년에 비해 2년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평균임을 감안하면, 갓 출고된 신차도 있지만, 18년~20년 노후된 차도 도로에서 멀쩡하게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이호근 교수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사실 자동차 고장이 소비자 전체로 보면 그렇게 잦은 편이 아니고 우리나라는 긴급출동 서비스도 잘 갖춰진 편이어서 운전자들이 차량 고장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차량 점검은 필수다. 안전이라는 것은 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서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차량의 사소한 고장이나 운전자의 작은 부주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 사고를 미리 막으려면 당연히 카센터에서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고, 소비자도 평소 안전 관련 노력을 기울이려는 습관이 필요하다. 공학박사 겸 자동차전문가인 이호근 교수는, "소비자들이 가장 세심하게 챙겨야 할 것이 타이어 공기압과 실내 이산화탄소"라고 조언한다. 

◇ 타이어 공기압은 한 달에 한번 체크할 것

먼저 짚어볼 부분은 타이어다. 이호근 교수는 “일반적으로 고속도로에서 운전자 부주의가 아닌 차량 사고의 63%가 타이어 사고”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기차나 수소차 등은 엔진오일 교체도 필요 없고 필터나 냉각수만 교체하면 오래 탈 수 있어서 앞으로 자동차 정비 수고는 점점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유일하게 부품이 잘 마모되고 수명이 단축될 것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타이어”라고 덧붙였다.

물론 타이어의 기능과 안정성도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됐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타이어는 ‘공기압이 적당히 들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제품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체크가 중요하다.

이 교수는 “타이어가 심하게 마모되거나 날카로운 물체에 찢어진다면 눈으로 쉽게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얼라인먼트 관련 기술도 예전보다 좋아졌다. 하지만 공기압은 온도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타이어에서 자동적으로 빠져나가는 부분도 있어서 공기압 관리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기압이 30% 낮을 경우, 고속내구성능, 즉 자동차가 쉬지 않고 고속으로 달리면서 타이어가 터질 때까지의 시간이 24% 정도 빨라진다. 이호근 교수가 두 번에 걸쳐 실태조사를 했는데 고속도로 운행 차량의 44~47%가 저압으로 운행했다.

운전자들은 대개 1년에 1~2번 공기압을 점검한다. ‘여름과 겨울에는 적정 공기압이 다르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6개월에 한번 공기압을 점검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호근 교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공기압은 한 달에 한번 체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기온이 변하는 가을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온도 차이와 타이어에서 자연적으로 빠지는 자연감소분을 감안하면, 여름에 공기압을 점검했다고 해도 이맘때면 저압으로 운행하게 될 확률이 높으니 꼭 한 달에 한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10분마다 창문 열고 이산화탄소 순환시켜야

장거리 운전시 문제가 되는 것은 졸음운전이다. 자동차 안전 관련 성능과 시설이 크게 개선됐지만 자율주행차량이 아닌 이상, 운전자가 졸면 모두 무용지물이다.

졸음운전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가 차내 이산화탄소 비율이다. 일부 고급차량 등에는 이산화탄소 변화를 알려주는 등의 기능이 있지만, 아직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다.

이호근 교수는 “성인 남성 4명이 창문을 닫고 실내순환모드로 주행할 경우, 40분만 넘어가도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크게는 4000ppm을 넘어간다. 이는 환경부 권고치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50분 주행 후 10분 휴식’을 권고한다. 하지만 국내 운전자들은 한번 운전대를 잡으면 휴식없이 평균 106분, 20~30대 운전자들은 160분 정도까지 휴식없이 운전한다. 창문을 열고 달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 추석 때는 특히 여러명이 함께 차를 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운전습관이 졸음운전이나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다.

이 부분을 감안하면 10분에 1~2분씩은 환기를 시키고 1시간 안쪽마다 꼭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운전자가 졸음을 느끼지 않아도 자동차 실내 공기는 환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타이어 안전 문제를 봐도 휴식은 필수다. 이호근 교수는 “타이어는 고무 재질로 이뤄져 2시간 이상 운전하면 말랑말랑한 고무가 딱딱하게 경화되면서 제동거리가 길어지고 짧아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람은 ‘의지’와 ‘참을성’이 있지만 기계나 물질은 그렇지 않다. 물리적 법칙, 그리고 화학적 법칙에서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움직인다. 안전한 장거리 운전을 위해 타이어 상태와 자동차 실내 공기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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