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보다 주말과 휴일에 지갑 여는 소비자 비율 높아
‘연휴가 내수 진작 이끈다’ vs ‘경제 효과 미미하다’ 의견 엇갈려
대내외 경제 이슈 겹친 4분기...추석 연휴가 터닝포인트 될까?

여행객이 늘어나는 명절 연휴는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서로 엇갈린다. 사진은 지난해 추석연휴 마지막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행객이 늘어나는 명절 연휴는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서로 엇갈린다. 사진은 지난해 추석연휴 마지막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황금 연휴나 명절을 앞두면 ‘휴일의 경제효과’라는 기사가 종종 보도된다. 연휴 기간 동안 내수가 진작돼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과연 일리 있는 얘기일까?

우선 기본적인 전제 하나를 깔고 들어가자.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휴일날 돈을 더 쓴다. 2016년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결과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현금이나 카드로 결제하는 금액 중 토요일과 일요일에 발생한 비용이 각각 22.4%와 21.4%였다.

소비자들의 결제액은 평일 내내 평균 10%를 오가다가 주말이 되면 크게 오른다. 주말 뿐만 아니라 공휴일에도 평소보다 소비가 많아진다. 놀러 나가서 돈을 쓰니 당연한 이치다. 연휴가 이어지면 시장에 돈이 돌고, 그 돈으로 경제가 살아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 “연휴가 내수를 진작시켜 경기 부양 이끈다”

명절 연휴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공식적인 지표는 없다. 다만 여러 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관련 내용을 자체적으로 조사해 발표한 바 있다. 재작년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었던 어린이날을 전년 동일 시기와 비교해보니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매출액이 각각 16%, 그리고 4.8% 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조사 기관과 연구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하루 지정하면 그로 인한 경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효과가 2조원 규모라는 보도, 공휴일 하루 늘어나면 여행소비 지출액이 430여억원 증가한다는 보도도 많았다. 여행업계 등에서는 내수진작이 이뤄진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은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연휴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여행업계의 경우, 공휴일이 하루 늘어나면 직접적인 국내 여행 소비 지출은 432억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 유발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공휴일로 인한 생산 유발 효과는 약 714억 원 규모에 달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연휴는 경기를 살리는 ‘신의 한 수’일까? 한편에서는 반대 의견도 많다. ‘연휴가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흥미로운 의견이지만, 실제로 그렇다고 볼 근거는 빈약하다’는 주장이다. 연휴가 며칠이냐 보다는 현재 경제 상황이 더 중요하며, 휴가 기간 여행업의 호황이 경제에 호재라면,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줄이는 제조업 등의 마이너스 효과 역시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흥미로운 의견이지만 ‘빨간 날’보다 경기가 더 중요하다”

대안금융경제연구소 김동환 소장은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연휴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보다는 지금 현재 경기나 경제 상황이 어떠한지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여행 인구나 규모도 경제 상황 따라 달라진다”고 전제하면서 “과거에는 그런 연구가 흥미 삼아 많이 이뤄졌지만, 최근 경제연구소에서는 휴일의 경제효과를 연구하는 경우가 드물다. 실체가 있는 얘기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덧붙여 김 소장은 “연휴에 여행 업계가 호황이어서 경제가 살아난다면, 반대로 제조업이나 금융업은 며칠 동안 문을 닫는데 그런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올해 4월 열흘간의 긴 연휴를 맞았던 일본에서는 닛세이경제연구소가 “장기 연휴로 인한 산업 전체의 영향은 –0.41%”라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종종 명절이나 연휴 관련 효과에 대한 리포트가 발행된다. 하지만 대부분 특정 기업의 단기 이슈에 관해 다루는 내용들이고 산업 전반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 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만, 명절과 연휴가 시장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여행업계는 물론이고 유통업계와 영화업계 등이 대표적으로 명절에 호재를 맞는다. 대형마트가 추석을 앞두고 의무휴업일을 바꿔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전통시장이 명절 즈음해 대목을 맞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서울 잠실 새마을시장 한 상인은 추석을 앞두고 기자에게 “지금 많이 팔면 이번 달이 편하다”며 명절이 대목임을 인정했다.

대내외 경제이슈로 국내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한가위가 국내 경제에 호재로 작용하기를 소비자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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