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조건섭 칼럼] 식당에서 고객은 밥과 분위기 등에 관심있지만 점주에게는 별 관심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에게 다가가려면, 고객 마음의 문을 열리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내가 먼저 노크를 해야 한다. 실제 노크를 한다고 해도 고객 마음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고객과 정서적 유대관계를 어떻게 하면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객이 오면 들이고, 고객이 나가면 내보내는 그런 구태의연한 장사가 아니라 한번 방문한 고객은 내 고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낯선 고객에게 무작정 말을 거는 것도 어렵고 마음의 부담이 될 수 있다. 괜히 말 잘못했다가 오히려 더 분위기가 어색하여 불편함을 야기할 수도 있다. 고객은 본인이 먹고 싶은 메뉴와 같이 방문한 일행들끼리의 대화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을 방관만 한다면 맛이외에 고객을 다시 오게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맛도 어디를 가든지 다 맛있다. 조리기술이 발달한 지금 우리는 맛의 천국에서 살고 있고 맛으로만 본다면 편의점 도시락도 맛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맛은 경쟁의 범위가 너무 넓다. 귀신도 울고갈 맛이라면 모를까.

2008년 예일대 존 바그 교수는 아무 흥미로운 심리학 연구를 했다. 41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들에게 잠깐 커피를 들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참가자 절반은 뜨거운 커피가 담긴 잔을, 나머지 참가자는 차가운 커피를 들게 했다. 이 실험에서 놀라운 것은 뜨거운 잔을 몇분동안 들었던 참가자들은 뜨거운 잔을 건네준 실험진행자에 대해 관대하고 배려가 있으며 온화하다고 평가를 했고 반면 차가운 커피를 든 참가자들은 차가운 잔을 건네준 실험진행자에 대해 과민하고 비사교적이며 이기적이라고 판단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내용이다.

인간은 타인에 대해 반응할 때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2009년 네덜란드 연구에서도 친밀감 및 관계를 인식할때에도 온도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한 바 있다.

따라서 맞선자리에 가서도 상대가 따뜻한 음료를 주문하도록 하는 숨은 전략을 고민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필자는 이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물을 담는 용기를 플라스틱 재질용기가 아니라 유리병을 사용했다. 플라스틱 용기는 파손될 염려도 없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깨끗한 물을 담는 용기로 사용하기에는 시각적으로 물의 깨끗함을 표현하기 어렵다.

또 물온도에 따라 용기가 일그러지는 단점이 있다. 물도 어떤 용기에 담느냐에 따라 물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 한 예로 물 브랜드도 제주도 삼다수, 에비앙, 평창수 등의 물맛이 다 다를 것으로 인식하는 이유다. 맛은 같으나 물을 생각하는 인식의 차이다.

필자는 식당을 창업하면서 고객에게 깨끗해보이는 물을 제공하기 위해 물병을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병을 사용했다. 와인빈병 판매 전문업체에 와인 빈병을 대량 구매후 상표를 디자인 하고, 와인 따르기 기구(미국산 수입)를 사서 직접 만들었다. 식당규모가 커서 유리 생수병 100개를 준비했다.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유리병 용기를 사용한 또다른 이유는 플라스틱과 멜라민은 조명빛을 흡수한다.

그러나 유리 생수병은 조명빛에 반사되어 더 고급스럽고 투명해서 물도 더 깨끗하고 맑아보인다. 식당에서 물을 한잔 마셔도 고객의 품격을 높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더욱이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이 유리병에 항상 따뜻한 물을 담아 테이블에 셋팅을 했다. 물수건도 따뜻하게 데워서 전달했다. 왜 그랬을까? 물을 따라 마실 때 손에 닿는 유리병 촉감이 따뜻한 훈기로 고객의 마음 뼛속까지 깊이 파고 들것이기 때문이다. 추위에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내기 위해서다.

물을 컵에 따르기 위해 따뜻한 유리병을 손에 들고 있는 1~3초의 시간, 고객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고객은 따뜻한 유리병을 양손으로 잡고 추위를 잠시 녹이며 “아~ 따뜻하다”라고 말한다.

이 기회를 잃지 않고 직원은 업무에 필요한 기능적 대화가 아닌 인간애적 진짜의 진솔한 대화를 시도한다. 1~3초의 시간은 처음 방문한 고객이라고 하여도 긴장과 심리적 경계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짧은 시간이다. 고객의 닫혀진 마음을 열고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최상의 틈새전략이다.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그냥 물을 담는 유리용기로만 인식하기 쉽지만 이 유리 생수병은 처음부터 해외 연구의 다양한 이론을 바탕으로한 전략적인 관점에서 만든 작품이다. 대형 단체손님 예약시 유리생수병에 물을 담고, 유리 물잔까지 일렬로 셋팅한다면 식당 전체가 아주 고급스럽게 보인다. 공간안에 빛을 담는 또 하나의 숨은 전략이다.

소비자는 어떤 것에 주목을 하고 실제 주목하지 않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어떻게 뇌에 전달하고 뇌에 기억하는지에 대한 메카니즘을 알면 또다른 전략도 가능하다. 식당에서 대화의 접점은 그렇게 많지 않다. 기회에 집중하는 것이 유대관계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칼럼니스트=조건섭 소셜외식경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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