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산업협회 “국내 자동차 품질 및 A/S 수준 높아”
“레몬법 개정 논의, 자동차 안전 관리에 초점 맞춰야”
소비자와 제작사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법과 제도 마련 필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형 레몬법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형 레몬법'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자동차산업협회에서도 관련하여 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지난 8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모습.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소비자단체와 법조계 일각에서 ‘한국형 레몬법’에 대한 개정 요구가 거세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산업협회는 “한국차 A/S는 세계적 수준이며, 레몬법 개선 방향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형 레몬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소비자 단체, 또는 법조계 일각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실제 차량 교환 및 환불이 이뤄지려면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므로, 소비자 친화적인 관점에서 법률이 운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지 9월 2일자 ‘자동차도 환불이 되나요?’ 보도 참고)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실제로 소비자 이익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려는 움직임은 국내 여러 산업계에서의 공통적인 움직임이기도 하다. 한 번 구매하려면 목돈이 드는 자동차의 경우 소비자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자동차 업계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다. 하지만 자동차산업협회에서는 레몬법 개정 논의를 좀 다른 각도로 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준기 자동차안전실장은 5일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레몬법은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김준기 실장에게 ‘국내 자동차의 품질이나 A/S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떠한지, 레몬법 개정 논의에 대한 자동차 제작사의 입장은 어떠한지’물었다. 다음은 김 실장과 나눈 문답

▶ 레몬법을 논하려면 ‘자동차의 불량률이 구체적으로 어떤지’ 따져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불량률 데이터는 회사마다 다를테니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다만 이런 부분은 있다. 예를 들면 소음이나 진동에 대한 민감도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같은 차를 타도 누구는 ‘내 차가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차에서 이 정도 소리 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느낄 수 있다. 명백한 불량은 제작사 입장에서도 쉽다. 그걸 고치거나, 고칠 수 없으면 바꾸면 된다. 하지만 감성적인 만족도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 품질 자체보다는 문제가 생겼을 때 서비스 등 사후대응에 불만을 품는 사람도 많다.

“우리나라 시장을 기준으로 얘기해보자. 국내 차 서비스 품질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훨씬 좋다. 국내에 공장이 있고 부품 수급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며 서비스도 직접 운영하기 때문이다. 외국은 애프터서비스가 차를 파는 딜러 몫이다. 딜러가 차를 받아서 팔고 수리까지 맡는 방식이다. 직접 만든 당사자가 고쳐주는 게 아니고 한 다리 건너야 한다. 국내차가 해외차에 비해 결함이나 불만이 오히려 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문제가 있어도 더 빨리 고칠 수 있고 처리도 빠를거다.”

▶ ‘선진국들은 법과 제도적으로 소비자를 더 잘 보호한다’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은 환불을 더 잘해준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생각해보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을 제대로 못해서 수리 횟수를 초과하거나, 부품 수급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다. 미국도 제작사가 현지 딜러에게 차를 넘기면 끝난다. 딜러의 편차도 있을 수 있고 한계가 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단순 비교는 어렵다.”

▶ ‘현재의 레몬법을 지금보다 더 소비자 친화적으로 바꾸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인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얘기하고 싶다.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부분이 있다. 제작결함 여부와 교환환불 여부를 함께 심의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별개의 것이다.”

▶ 어떤 부분을 지적하고 싶은가?

“심의위원회에 자동차 제작사 임원들을 넣으라고 요구했었다. 하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해서 결국 안 들어가게 됐다. 제작 결함 여부를 심의하는데 자동차 제작사가 판단에 개입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위원회를 분리해 제작결함 여부와 교환 환불 여부를 따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작사가 위원회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제작결함 여부를 숨기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 교환 환불을 판단할 때 중립성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 두 가지를 분리한다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한다면?

“자동차관리법은 엄밀하게 말하면 자동차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목적이다. 소비자문제는 사실 별도의 시선으로 다루는 게 옳다고 본다. 실제로 소비자기본법(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소비자원 등을 통해 조정을 신청할 수도 있다.”

▶ 소비자의 입장과 제작사의 입장 모두 각자의 시선과 기준으로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소비자 입장을 대변해 제작사 등 기업을 상대해줄 제도적 장치나 기관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동차 관리법 하에서의 중재제도는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안전 여부를 면밀히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소비자 문제는 별도의 시선으로 잘 다뤄야 한다. 다만, 제작사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면 좋겠다. 제작사들도 품질과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동차는 고가의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흔히 구매하는 물건 중에서는 집을 빼면 가장 비싸다. 그래서 품질이나 만족도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그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느낄 경우 교환 또는 환불을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한편, 제작사 입장에서도 비슷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고가의 물건이고 제작비도 만만치 않게 투입되는 만큼 규정상 정해진 수리 등으로 최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제작사가 나빠서가 아니라 시장논리가 그렇다.

실제로 자동차업계 일각에서는 “해외 항공권처럼 어떤 제품은 아주 싸게 팔면서 교환을 불가하게 하고, 또 어떤 제품은 아주 비싸게 판매하는 대신 환불이나 교환 등을 가능하게 하는 판매방식을 취하는 업계도 있다. 차라리 그런 방식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소비자들은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른다. 자동차 관련 문제가 생겨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정보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제작사 입장에서도 소비자가 해당 차를 어떻게 운전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양쪽 모두 ‘우리에게 정보불균형 소지가 있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개인 소비자와 대기업의 1:1비교라면, 확률상 소비자에게 불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취지에서 소비자의 권익을 더욱 보호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제작사의 애로사항에도 귀를 기울이며 합리적인 교집합을 찾아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법과 제도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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