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교환 및 환불 관련 규정 마련한 '한국형 레몬법' 시행
실제 차량 교환 및 환불 이뤄지려면 까다로운 절차 필요
소비자 친화적인 관점에서의 제도 및 법률 운용 필요성 제기돼

2일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소비자주권)에 따르면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등록된 16개 공식 회원사 중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혼다, 포드, 크라이슬러, 포르쉐, 캐딜락, 푸조 시트로엥, 벤틀리, 페라리 등 11개사와 국내산인 한국GM은 한국형 레몬법을 거부하며 교환 및 환불 규정을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형 레몬법이 지금보다 더 소비자 친화적인 관점으로 운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소비자경제>에서는 지난달 29일 “자동차 교환 환불 여전히 어려워…한국형 레몬법 개선 요구” 보도에서 자동차의 교환과 환불에 관한 내용을 다룬 바 있다. 관련 규정을 명시한 한국형 레몬법이 올 1월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절차가 까다롭고 요구조건이 많아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리하고 불편하다는 문제제기다. 오늘은 이 내용을 법률적인 관점에서 더 자세히 짚어본다.

한국형 레몬법은 쉽게 풀어 얘기하면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에 관한 법률’이다.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주행거리 2만Km이내)에 중대 하자로 인해 2회 (일반 하자는 3회) 이상 수리하였으나 증상이 재발한 경우 제작사에 신차로 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자동차 안전·하자 심의위원회의 중재를 통해 가능하다. 

제도 시행 후 제작사 참여는 꾸준히 증가해 현재 17개 제조사가 참여 중이다. 2018년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98% 수준이다. 현재 아우디폭스바겐, FCA 코리아, FMK는 미참여 상태다 FCA는 크리아슬러와 지프, 피아트를 취급하고 FMK는 마세라티와 페라리를 취급한다. 일부 수입차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가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그렇다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그러면 이제 자동차도 교환 환불이 쉬울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그렇지 않다.
 
우선 레몬법 개정 배경부터 짚어보자. ‘자동차의 교환 또는 환불 등과 관련한 분쟁 해결을 위한 기준과 제도를 도입하여 자동차제작자 등의 품질보증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 이 규정이 생겼다. 쉽게 말해 이 법은 자동차에 문제가 있을 때 차를 잘 고쳐주라고 마련한 규정이 아니다. 큰 문제가 생겨서 차를 교환하거나 자동차값을 환불 해주어야 할 만한 이슈가 있을때를 대비해 기준과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법무법인 평우 정준호 대표변호사는 8월 29일 열린 토론회에서 “레몬법은 수리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 교환이나 환불이 이뤄져야 할 때를 감안해 도입한 법률이므로, (소비자들이) 환불 등 절차를 밟아야 할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교환과 환불 받으라고 제정한 법...'소비자 눈높이와 여전히 격차' 지적

정 변호사는  “현행 레몬법은 자동차의 하자로 인해 소비자가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는 것에 도움이 되는지 상당한 의문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신중한 어조를 사용했지만 결국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 소비자가 교환이나 환불을 받으려면 갖춰야 할 조건이 많다. 신차 매매시 계약서에 교환 및 환불 보장 관련 내용을 명시되어 있어야 하고, 1년 이내, 2만 Km 이내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며, 이상이 있어 수리했는데 재발까지 해야 한다. 소비자는 제작자가 하자를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통보해야 하는 책임도 있으며. 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소비자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소비자는 제조사에서 계약서에 해당 내용을 당연히 포함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계약서 양식은 제조사마다 모두 다르다. 레몬법에서 ‘제조사는 계약서에 해당 내용을 반드시 적어야 한다’고 강제하지도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명시적인 계약 내용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법 취지와 다소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정준호 변호사는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내용이 적혀 있다면 소비자는 굳이 레몬법이 시행되지 않아도 계약서 조항에 따라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것” 이라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교환이나 환불이 어려워서 소비자를 보호하려고 법을 만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조항은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계약서를 잘 쓰자는 취지가 아니라 교환이나 환불이 이뤄지도록 돕자는 것이 입법 취지인데 그 본질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급발진이나 화재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 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어려운 이유가 있다. 국내 손해배상 책임 법리상 피해자가 손해의 발생 및 인관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처럼 손해배상에서의 입증책임 법리의 불합리성에 대해 법조계에서 꾸준한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의료, 환경 제조물 등의 분야에서는 피해자의 입증책임 부담을 경감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정 변호사는 발표자료를 통해 “자동차 역시 하나의 제조물에 해당한다고 보면 인과관계 증명 책임이 상당부분 완화되어 있는 제조물 책임법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소비자경제>에는 차량 구매 후 이런저런 문제로 불만을 호소하는 소비자의 제보가 끊이지 않는다. 해당 소비자들은 모두 “수천만원짜리 자동차를 구매했는데 품질에 문제가 있다면, 무상수리가 아니라 교환이나 환불을 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큰 돈을 들여 구매한 물건을 애초 기대만큰 사용하지 못할 경우, 소비자가 원하는 겻은 결국 교환 또는 환불이다. 그것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마련된 법률이 좀 더 소비자 관점에서 운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경제>는 추후 레몬법의 구체적인 적용에 관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측의 입장과, 레몬법을 먼저 도입한 해외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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