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1400여 명 사망…아직도 진행형
청문회 8년 긴 기다림 끝에도 형식적 사과만…서로 책임 떠밀기
늦장 대응과 책임 미루기 급급한 모습에 소비자 고통만 가중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사진=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박은숙 기자] “가습기살균제로 아내를 떠나보낸 후 두 아이도 폐 기능이 떨어졌다는 피해가 확인됐다. 얼마 전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렸지만 가해 기업의 책임회피는 변하지 않아 안타까웠다.”

정부가 '원인 미상 간질성 폐렴'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에 있다고 발표한 지 8주년을 맞은 지난달 31일, 추모 모임에서 피해자 가족 최승영 씨가 청문회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했다.

피해자들에게 이 고통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이들의 마음은 여전히 타들어간다. 긴 기다림 끝에 열린 청문회였지만 구체적인 구제는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연구 용역으로 진행한 한국환경보건독성학회 조사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는 400여만 명이다. 이 중 건강피해 경험자는 49~56만 명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피해신고자는 6509명이고 사망자는 1431명으로 전체 피해의 1.16%에 불과하다.

최예용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이하 특조위) 부위원장은 “지금 전체적으로 400만 명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 그중에 50여만 명이 피해자라고 추산됐고 약 6500명 정도가 신고 된 상태다.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이 알려지지 않고 본인이 스스로 피해자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국방부가 가습기살균제 구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 육·해·공군 및 의무사 등 55개 부대에서 총 2474개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아직 구체적인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특조위는 사망사례를 포함한 10여 건의 피해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알렸다.

제2의 참사‘ 방지…가습기살균제 법 개정 추진

역사상 최악의 화학 참사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가해 기업 임원들은 8년 만에 처음으로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계획에는 답하지 않았다. 기업의 성의없는 사과에 피해자들의 아쉬움은 컸다.

박기용(47)씨도 옥시가 만든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고통받은 피해자다. 박씨의 아들은 2012년 1단계 피해 판정을 받았다. 딸은 2015년 뒤늦게 2단계 피해를 인정받았다.

박씨는 “옥시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랐을 텐데…, 지금도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옥시 본사 관계자들이 와서 사과하는 게 저의 바람인데 청문회에 관계자를 부르지도 못했다”며 “옥시와 합의하지 않으려고 저항했지만, 2017년 옥시 쪽과 어쩔 수 없이 ‘굴욕적 합의’를 한 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응급실도 두 번이나 갔다 왔다”고 털어놨다.

뿐만 아니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군입대하고 고통을 호소하자 국방부 측에서 ‘빠르게 나가려면 정신적인 문제로 나가라’고 ‘정신질환자’로 병명을 분류한 것이 확인돼 관련 시스템의 미비한 점이 드러났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정부의 방관과 국내 기업, 학계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병폐들이 섞어 발생했다. 현재 법은 폐 질환과 천식, 폐렴, 독성 간염, 태아 피해 등 특별법에 명시된 질환만 인정하고 구제 받을 수 있다.  ‘제2의 참사’ 막을 수 있는 정책 시급하다.

이에 지난 청문회에서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가습기살균제 노출이 확인되고 다른 원인이 없이 건강이 악화됐다면 피해자로 인정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특조위와 환경부, 국방부 등 부처는 공동으로 힘을 모아서 피해신고를 기다리지 않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찾아낼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정부의 늦장 대응과 책임 미루기에만 급급한 기업의 모습이 소비자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소비자 집단 소송법‘이 통과 될 수 있게 소비자운동가들과 함께 최선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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