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한국형 레몬법 시행, 절차 등에 관한 개선 요구 제기돼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 권익 보호 위해 더 힘써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제도 평가 및 개선 검토는 신중한 접근 필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형 레몬법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형 레몬법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올해부터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됐다. 자동차의 교환이나 환불을 가능하게 하는 법이다. 하지만 절차가 까다롭고 요구 조건이 많아 여전히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29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한국형 레몬법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박재호 조응천(이상 더불어민주당)의원이 주최하고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주관했다.

레몬법이라는 이름은 ‘달콤한 오렌지인 줄 알고 샀는데 구매하고 나서 먹어보니 너무 신 레몬이어서 먹을 수가 없다’는 데서 유래했다.

2017년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되어 올해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교환 환불 절차가 까다로워서 사실상 제작사 동의 없이는 매우 힘든 실정이다. 기본적으로 교환이나 환불에 대한 내용을 제조사가 계약서에 자발적으로 넣어야 적용이 된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제조사에서 계약서에 이 내용을 포함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자동차 계약서 양식은 제조사마다 모두 다르고, 해당 내용이 강제적으로 명시된 것도 아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평우 정준호 대표번호사는 "레몬법은 소비자입장에서 불균형한 부분은 좀 개정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레몬법 대상이 출고 후 1년 미만 및 2만km 이내 차량으로 제한되고, 구매 후 6개월 이내에 발견된 하자는 인도된 때부터 존재했던 하자로 추정한다는 내용도 논란이다. 대덕대 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는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평균 9~10년 정도 타는데 6개월 이내 결함만 제조사 책임이고 그 이후는 전부 소비자 책임으로 규정한다면 그건 소비자에게 너무 불리한 조항”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거 BMW 화재사건 등을 감안해보면, 출고 후 1년 미만 차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 보다는, 주행거리가 누적된 차량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아. 이런 경우에 레몬법을 적용할 수 없다면 과연 이것을 옳은 제도라고 봐야 하는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소비자 권익 보호가 가로막힌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불리한 규정을 정비하고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을 조금 올려서 앞으로 소비자들의 권익을 더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공동 주최자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자동차는 매우 고가품인데 제조사들이 소비자에게 여전히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불투명한 정보공개로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산업에서의 목소리도 나왔다. 토론에 참석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준기 실장은 “올해 1월부터 중재 제도가 시행돼 아직 소비자와 제작사 모두 정부 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될 만큼 사례가 축적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현 단계에서 제도를 평가하고 개선을 검토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동차의 교환이나 환불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친소비자 정책을 펼쳐왔다. 한국형 레몬법은 이제 8개월차로 아직은 초기 단계다. 현재 제기되는 다양한 의견과 개선방안을 고려해 소비자들이 안전한 차를 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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