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기획] 노인을 위한 IT는 없다?…실버세대 통신소비자 교육 절실하다
[소비자기획] 노인을 위한 IT는 없다?…실버세대 통신소비자 교육 절실하다
노년층 소비자 디지털 정보 접근 ‘가능’ 효과적인 활용은 ‘아직’
모바일서비스, 키오스크 등 사용 낯설면 삶의 질 하락 우려
실버세대 대상 IT교육 확대 추세...앞으로 더 늘려야
  • 이한 기자
  • 승인 2019.08.29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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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의 발전이 실버세대 소비자들의 삶을 오히려 불편해지게 만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노년층 소비자들이 디지털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서초구청에서 9월 3일부터 시행할 예정인 노년 대상 키오스크 교육 모습 (사진=서초구청 제공)
IT기술의 발전이 실버세대 소비자들의 삶을 오히려 불편해지게 만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노년층 소비자들이 디지털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서초구청에서 9월 3일부터 시행할 예정인 노년 대상 키오스크 교육 모습 (사진=서초구청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스마트 기기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다. 터치 몇 번이면 음식도 주문하고 택시를 잡고 물건도 살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그 터치가 어려운 세대는 생활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얘기다. 실버 세대 소비자들을 위한 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올해 2월 발표한 '2018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3.1%다. 이 세대의 디지털 정보화 접근 수준은 90.1%로 매우 높다. 하지만 디지털 정보를 이용하는 역량 및 활용 수준은 각각 50.0%와 62.8%에 그쳤다. 그래서 전체적인 정보화 수준은 63% 정도에 그쳤다.

이 통계를 해석하면 ‘실버 세대 소비자도 이제는 디지털 정보에 대부분 접근한다. 하지만 그 정보를 효율적으로 쓰는 사람은 절반 정도’라는 결론에 이른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을 쓰고 카카오톡 메신저나 유튜브 영상에는 접속하지만, 앱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서울에서 휴대전화 판매점을 2년간 직접 운영한 경험이 있는 한 IT업계 관계자는 “기기를 잘 다룬다고 자부하는 어르신들도 동영상을 재생하거나 SNS를 사용하는 정도에 그칠 뿐, 금융거래나 예약 등 모바일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는 아직 드물다”고 말했다.

◇ IT 기술 낯선 노년 소비자, 사회에서 빠르게 소외될 우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앞서 언급한 조사에서 장노년층, 저소득층, 장애우, 농어민 등을 ‘4대 정보취약계층’으로 구분했다. 이 중 노년층은 접근수준과 역량, 활용 등 모든 면에서 나머지 3계층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는 작년과 재작년에도 이뤄졌다. 노년층의 지표가 매년 오름세를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4대 취약계층 모두에게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쉽게 말해 노년층 소비자들이 디지털 정보에 가장 취약하다는 얘기다.

이 조사에 따르면 컴퓨터를 이용해 소프트웨어의 설치나 삭제가 가능하다고 응답한 노년층 비율은 30.3%였다. 일반 국민(66%)의 절반 아래다. 다양한 외장기기를 연결해 이용할 수 있다는 응답자는 23.8%로 역시 일반 국민(58.4%)의 절반 아래였다.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거나 외장기기 사용 방법을 몰라도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은 겪지는 않는다, 하지만 IT 및 정보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이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건 문제다. 당장 키오스크나 새로운 어플 등에 적응하지 못하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경기도 기흥 신축단지 아파트에 사는 유모씨(65)는 “아파트 1층에 무인카페가 생겼는데 키오스크 주문만 가능해서 거의 가지 않는다. 사용법을 모르면 직원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무인카페는 그럴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유모씨의 남편은 올해 71세인데, “직원에게 물어보려면 '나이든 사람이라 그런 것도 모른다’는 시선이 느껴져서 나는 그냥 키오스크 자체가 싫다”고 말했다.

디지털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일상생활에서 적잖은 불편을 겪는 시대가 왔다. 추석 기차표 예매도, 택시를 잡는 것도, 카페나 식당 주문도 앱이나 키오스크로 대신하는 시대다. 빠르고 간편하지만, 새로운 플랫폼과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점점 불편해진다. 이 와중에 노년층 소비자들이 점점 소외된다.

IT가 익숙하지 않으면 인터넷 쇼핑이나 보험금 청구 같은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거나 모바일 서류처리 등이 필요할 때는 일일이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당장 자신들의 부모님을 생각해보자. 모바일 쇼핑이나 앱결제 등에 익숙한 분들은 많지 않을터다.

이런 흐름에 대해 이미 문제 제기가 있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난해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역량이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황 교수가 2017년 실시한 '노인집단 내 정보격차와 그에 따른 삶의 만족도 연구'에 따르면, 독거노인이나 부부노인 가구는 3대가 함께 사는 노인들보다 디지털 접근성과 역량, 활용성은 물론 삶의 만족도까지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의 비율은 점점 줄고 IT의 실생활 활용도는 점점 높아진다. 여기서 소외되는 세대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 사회적 숙제다.

고령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인터넷 등 IT기술에 익숙하지 않으면 인터넷 쇼핑이나 보험금 청구 같은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고령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인터넷 등 IT기술에 익숙하지 않으면 인터넷 쇼핑이나 보험금 청구 같은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 고령소비자 위한 다양한 IT 교육, 이제는 사회적 과제

노년층 소비자들이 IT 기술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다. 실제로 정부기관과 지자체, IT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노력을 시작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디지털포용기획팀 주관으로 고령층 정보화교육 사업을 실시한다. 이들은 노인복지관 등과 연계해 다양한 교육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장유영 주임은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키오스크 등 무인주문기와 관련해 노년층 소비자를 대상으로 고령 강사분이 체험식 교육을 진행하는 등 프로그램이 일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장 주임은 “서울 성산종합노인복지관 등에서 관련 교육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지자체 등에서도 관련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서울 서초구는 교육용 키오스크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어르신 무료 교육에 나섰다, 식당 및 카페 주문, 영화티켓 발급, 고속버스 예매 등 5가지 상황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을 43인치 키오스크에 설치해 지역 내 주민센터와 복지관 등에 배치해 교육을 진행한다.

서초구청 장진혁 홍보담당은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키오스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의 불편함과 소외감을 없애기 위해 무료 교육에 나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보화에 관심 있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강사 양성교육을 함께 실시해 어르신이 직접 지역내 복지관이나 주민센터에서 활동하실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서초구는 어르신행복과 주관으로 오는 9월 3일부터 관련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통신사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SK텔레콤은 ‘알기쉬운 스마트폰’ 교실을 운영한다, 어르신 등 스마트폰 활용을 어려워하는 시니어 소비자들에게 매장 매니저들이 무료로 활용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말부터 운영되고 있다. 수강생의 76%가 60대 이상 어르신이다. 벨소리 설정이나 배경화면 설정 같은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이고, 금융앱 활용법이나 보이스피싱 예방법, 교통 관련 앱 활용 방법까지 알려준다. 최근에는 해당 프로그램 우수 수강자 중 7명이 ‘스마트폰 시니어 강사’로 변신해 후배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지도해준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SK텔레콤 유영상 MNO사업부장은 "알기 쉬운 스마트폰 교실을 통해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새로운 직업인 시니어 강사 양성에도 더욱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우리의 부모 세대는, TV 녹화나 비디오 재생 등을 어려워하는 자신의 부모 세대에게 관련 기능을 가르쳐준 경험이 있다. 이제는 우리 부모 세대들이 IT 및 모바일 관련 기술을 다루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IT를 통해 모든 것이 가능해질 미래 세상에서는 디지털 정보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것이 삶의 질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실버 세대와 앞으로의 예비 노년 세대들이 관련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사회가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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