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치닫는 미·중 보복관세 난타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말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오사카에서 양자 정상회담에 앞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말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오사카에서 양자 정상회담에 앞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박은숙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지난 23일 서로 양보 없는 추가 관세 부과로 난타전에 돌입하면서 장기전을 예고했다.

중국이 지난 23일 750억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은 곧바로 5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율을 최대 30%까지 인상한다고 어름장을 놓았다.

중국의 추가 관세 대상은 미국산 대두(콩)와 원유가 포함됐다. 뿐만아니라 현재 15%인 미국산 자동차 관세도 오는 12월 15일부터 40%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미국 중서부의 팜벨트(농업 지대)와 제조업 벨트를 집중 타격할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미국은 추가 보복관세 인상 시점을 오는 10월 1일로 지정했다. 이날은 중국이 새 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최대 열병식을 예고한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의 잔칫날에 관세 폭탄을 터트리는 보복을 선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 조치 발표 후 트위터에 “나의 유일한 질문은 제롬 파월(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또는 시진핑 주석 중에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이냐는 것”이라며 시 주석을 ‘적’으로 표현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이 필요 없다. 우리의 위대한 미국 기업들은 이에 따라 기업을 고국으로 되돌리고,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포함해 즉시 중국에 대한 대안을 찾기 시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썼다.

미국 주요 언론은 새로운 대중(對中) 강경 노선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시 주석을 ‘친구’로 표현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완전히 다른 격이기 때문이다.

◇ 내달 미·중 무역협상 불투명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휴전'에 합의한 지 두 달도 채 안 돼 결렬됐다. 중국은 강한 태도로 끝까지 싸울 의지를 보였다. 미·중 무역 갈등은 전보다 더 깊어지면서 9월 예정된 후속 무역협상 재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상황이 격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트위터에 “1977년 비상경제권법을 찾아봐라. 상황 종료!(Case closed!)”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당장은 (비상경제권법을 발동할) 생각이 없다. 실제로는 중국과 잘 해나가고 있다”고 모순되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중국과의 무역 갈등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으나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더 높게 하지 못해서 후회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친선의 가식을 내려놨다"며 "중국을 향해 더욱 대결적인 전략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도 여기에 맞서 일제히 강한 반발로 맞서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일방적 횡포로 보호주의적인 극한 압력을 가하면서 미·중 양국 정상의 공동 인식을 위반했고, 상호 존중과 평등 호혜 원칙도 어겼다”며 “중국인의 결심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잘못된 방법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모든 결과는 미국이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인민일보는 “미국이 야만의 수단으로 이익을 취하는 위험한 길로 멀리 갈수록 중국의 반격은 더 세질 것이고 중국은 끝까지 싸울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CCTV 저녁 메인 뉴스인 신원롄보는 “미국의 행위는 비이성적 행위"라고 강력 비판했고, 환구시보는 “미국은 기습전에 강하지만 중국이 장기전에는 명백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중 무역 협상의 중국 측 대표인 류허 부총리는 26일 충칭(重慶)에서 열린 제2회 중국 국제 스마트산업 박람회에서 "우리는 냉정한 태도로 협상과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원하며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면서 "무역전쟁의 격화는 중국과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전 세계 인민의 이익에도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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