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최송목 칼럼]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다비드상을 조각할 때 “나는 대리석 안에 들어 있는 천사를 보았고, 그가 나올 때까지 돌을 깎아 냈다.”라는 말로도 유명하다. 통찰을 통해 핵심의 단순함을 추구한 것이다. 그것은 동서양의 다른 작품들 속에도 녹아들어 있다. 앙리 마티스의 「The Back」, 피카소의 「The Bull」, 김정희의 「세한도」 등에서 보여주는 극도로 생략되고 절제된 간결함이다. 대상의 본질만 남기고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미니멀리즘’은 자연과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양자전기역학 이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먼(Richard Feynman)도 “현상은 복잡하다. 버릴 게 무엇인지 알아내라”라고 했다. 단순함은 시각예술 분야는 물론이고 음악, 건축 디자인, 패션, 철학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상에 나타난 모든 현상은 본질에 덧칠한 것들이다. 우리는 사색과 통찰을 통해 그 덧칠을 하나둘 벗겨가는 과정에 있다.

경영에서도 단순함을 추구한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도널드 설과 스탠퍼드대 교수 캐슬린 M. 아이젠 하트는 그들의 책 「결정의 조건(Simple Rules)」에서 복잡한 문제에 대하여, 복잡한 해결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간결한 의사결정 프레임 즉, ‘단순 규칙(simple rules)’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경영 환경이 다양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우리가 처리해야 할 문제들도 점점 더 까다롭고 복잡해지고 있다. 비교해야 할 대안, 처리해야 할 정보는 넘쳐나지만, 주어진 자원과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CEO가 복잡한 문제의 핵심을 빠르게 짚어내고 더 나은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규칙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통상 복잡함과 복잡함이 만나면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혼란이 초래된다. 미국 소득세 관련 정책은 2010년 기준으로 380만 단어 분량이다. 두께가 「전쟁과 평화」의 일곱 배다. 그 정도로 정교하고 복잡하게 잘 만들어졌다면 논리정연하고 아귀가 잘 맞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똑같은 자료에 근거를 두고 세무 전문가 45명이 한 가족이 내야 할 세금을 계산한 결과, 예상 세액은 최소 3만 6,332달러에서 최대 9만 4,438달러까지 모두 다르게 산출했다.

또 해결책이 복잡할수록 압박감을 느낀 사람들이 이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처럼 세법이 복잡한 나라일수록 탈세율이 더 높았으며, 전 세계 109개국의 사법체계를 비교 연구한 결과, 규칙이 많을수록 자국민들이 평가하는 사법체계의 형평성, 부패 등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규칙이 많으면 정의는 적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14년 재닛 옐런(Janet Louise Yellen) 의장 취임 이후, 기준금리 결정은 단순한 규칙에 따라 결정되고 있으며, 세계 중앙은행도 단순한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복잡한 규칙은 인간 본성을 불신하기 때문에 만들어진다. 이런 불신의 기반 위에 직원이 자유 재량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두꺼운 규정집을 만들어 온 것이다. 세계적인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인 넷플릭스의 경우 직원 중 97%는 믿을 수 있지만, 적용하고 있는 상세한 인사 규정집은 불신하는 직원 3% 때문에 쓰이고 있었다. 결국 회사는 더 상세한 규정집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문제를 일으킬 만한 사람을 채용하지 않고, 채용 절차에 실수가 있었다면 해당 인원을 빨리 제거하는 데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규칙의 단순화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중심으로 단순화할 것인가 하는 목적의 우선순위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매출 중심인지, 이익 중심인지, 속도 중심인지, 과정 중심인지 등이다. 그리고 새로운 규칙의 실행은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단번에 적용하는 게 좋다. 천천히 변화를 주게 되면, 과거와 미래가 서로 뒤엉켜 잘 맞지도 않고 성과도 좋지 않다. 한꺼번에 신속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  최송목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사장의 품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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