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은 중국에서 생산돼 관세 부과 대상, 삼성전자는 No 관세
팀 쿡 애플 CEO “삼성과의 경쟁 어렵다” 호소에 트럼프 화답
“트럼프 본심은 애플 돕기가 아니라 미국 내 투자 확대” 의견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사진=KBS방송 캡쳐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과 애플의 경쟁에 대해 언급하고 나섰다. 사진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사진=KBS방송 캡쳐)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직접 거론하며 애플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흘 전에도 삼성전자와 애플 관련 언급을 한 바 있어서, 업계에서는 트럼프가 조만간 삼성전자 견제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1일, 참전용사 단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경쟁자인 삼성은 관세를 내지 않고, 팀 쿡(애플CEO)이 타격을 입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나는 그 문제와 관련해 단기간 팀 쿡을 도와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관세가 언급된 배경은 이렇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들어오는 애플의 에어팟과 애플워치 등은 9월부터 10% 관세 부과 대상이다. 아이폰 등도 12월 15일 이후 관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휴대전화를 대부분 베트남과 인도에서 생산한다. 미국과 중국, 한국, 베트남 등 세계 58개국은 WTO의 정보기술협정에 따라 IT 제품을 무관세로 거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중국의 배를 불렸다"며 관세를 추진했다.

관세가 적용되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애플 아이폰XS는 현재 999달러에서 1099달러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10 가격은 949달러 그대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에도 관련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는 “애플 CEO가 주장한 내용 중 하나는 삼성이 (애플의) 넘버원 경쟁자고,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미국 수출시 관세를 내지 않는 부분”이라면서 “그가 아주 강력한 주장을 했고, 나는 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3일 사이에 관세 관련 의견을 거듭 내비치면서, 조만간 중국에서 생산된 애플 제품에 대해 관세를 완화하는 조치 등이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애플을 도와주는 차원이 아니라 조금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국내 기업을 견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애플의 이익을 올려주는 개념보다는, 미국 내 투자와 고용을 늘리려는 계산이 트럼프의 본심'이라는 시선이다.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트럼프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애플이든 삼성이든 미국 내에서 생산해 자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취임 이후 애플에 이 부분을 꾸준히 요구했는데 이미 중국에 생산 설비를 구축한 상태여서 라인을 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트럼프가 국내 기업에게 미국 내 생산 관련 투자를 늘리라는 요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이후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 관련 투자를 늘린 사례도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재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자신이 적극적으로 발언한 건에 대해서는 기존 무역질서와 다소 배치되더라도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곤 했다. 실제로 멕시코 국경 장벽부터 중국 화웨이에 대한 금수조치 등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공언한 것들은 대부분 실행에 옮겼다.

‘스트롱맨’ 트럼프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 국내 산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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