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기획] “소비자가 어려운 용어 다 바꿔!”…기업들의 親소비자정책 트렌드
[소비자기획] “소비자가 어려운 용어 다 바꿔!”…기업들의 親소비자정책 트렌드
금융사 IT업계 중심으로 소비자 대상 메시지 쉽게 쓰기 확산
어린이나 노인 소비자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혁신
현대캐피탈, LG유플러스 등 관련 경험 풍부...대형 금융사도 시장조사 중
  • 이한 기자
  • 승인 2019.08.21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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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직관적이고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료 사진은 기사 속 특정 기업과 상관없음 (사진=연합뉴스)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직관적이고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료 사진은 기사 속 특정 기업과 상관없음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최근 금융사와 IT업계에서 ‘소비자와의 소통’이 이슈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메시지를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문구나 용어, 단어를 바꿔가고 있는 추세이다. 소비자들이 금융사나 IT회사 제품 또는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흔히 느끼는 불편 하나가 있다. 바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정 업계에서만 사용하는 전문적인 단어나, 일상 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용어가 많아 쉽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약관이나 첨단 IT기기 설명서를 보면 도대체 한글로 쓰인 글자들을 통 알아보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다. 그 단어와 문장들을 단순히 ‘읽는’ 것과, 그것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매우 다른 문제이다. 세부적인 내용까지 꼼꼼하게 정의하고 전문적이더라도 정확한 단어로 의미를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렵게 읽힐 수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소비자와 기업이 친밀하게 연결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금융사 또는 IT 회사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기업이 생산해 회사 외부로 보내는 메시지를 소비자 시선에서 꼼꼼하게 검수해 쉽고 직관적인 문장으로 바꾸려는 노력들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관련 업무에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이렇다. 

현대카드가 수년 전 국내 대형 매거진 제작사와 협업해 해당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현대카드는 브랜드실 산하 브랜드기획팀 주관으로 잡지 기자, 단행본 편집자 등 다양한 경력의 에디터 5명을 프로젝트에 투입시켰다. 이들은 회사에서 생산하는 메시지들을 검수하고 수정했다. 여러 부서에서 각자의 관습대로 쓰던 문장과 단어의 톤앤매너를 전체적으로 맞추고,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당시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했던 한 프리랜서 언론인은 “메시지가 담고 있는 팩트와 기업이 중시하는 가치 등은 그대로 살리면서 고객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쉽고 세련된 언어로 바꾸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광고 메시지는 물론이고 약관이나 안내용 단체문자메시지 등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모든 문구를 검수하고 수정했다. ‘금융사 언어는 어렵고 딱딱해서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을 깨트리려는 시도였다.

2017년에는 LG유플러스가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메시지를 쉽게 전달해야 고객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 권영수 부회장의 지시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LG유플러스는 팀장, 부장급 임원과 실무자들로 구성된 ‘고객언어혁신팀’을 구성하고 현대카드와 마찬가지로 대형 매거진 제작사와 협업해 에디터팀을 꾸렸다. 에디터들은 잡지 기자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고객에게 노출되는 문구를 확인해서 불필요한 용어나 어려운 기술 용어, 애매한 표현들을 쉽고 직관적인 언어로 바꿨다. 어린아이나 노년층 소비자도 빠르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LG유플러스에서 새로 출시되는 서비스나 프로모션 등은 모두 고객언어혁신팀의 최종 검수를 거친 후에야 소비자들에게 전달됐다. 출시 일정이 촉박하더라도 예외는 없었다.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가겠다는 의지였다. 문장을 쉽게 바꾸는 것 말고도 상품명칭이나 메시지 기획 등 과거 광고 카피라이터들이 담당하던 분야의 업무도 담당했다.

고객언어혁신팀에 직접 참여했던 한 중견 기자는, “기술 용어 등을 소비자들에게 직관적으로 설명하려면 실무자가 우선 해당 용어를 완벽하게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부서별 담당자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관련 분야 내용을 공부하고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언어들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들은 관련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금융업계와 IT업계 특성상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소비자층을 상대해야 하는데, 평소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이 일상생활 언어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격차를 줄여 소비자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 가겠다는 전략이고, 결과는 대체로 좋은 평가가 흘러나오는 것으로 볼 때 성공적이다. 이러한 일부의 노력들이 얼마나 더 많은 기업들로 확산되느냐에 있다.

최근에는 국내 대형 금융사가 홍보대행사측에 해당 업무를 협업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내용을 잘 아는 홍보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시행할 경우 규모와 내용 등이 어떠한지 조사하고 있는 상태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기업의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쉽게 전달한다는 취지로 해당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과 소비자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기업은 소비자를 편리하게 만들고 소비자들의 삶을 어제보다 나아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소비자의 시선으로 컨텐츠를 다루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앞으로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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