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SK유니버시티’ 관련 계획 발표, 엔씨도 대학 운영 중
해외 대기업 비롯한 다양한 업계에서 사내 교육 프로그램 적극 진행
업무역량 키우고 자기계발 성공한 직원들이 회사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

최태원 SK 회장(오른쪽 첫번째)이 19일 오전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9 이천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세션을 듣고 있다. (사진=SK그룹 제공)
SK그룹이 'SK유니버시티'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인재 육성을 중시하는 최태원 회장의 의중이 깊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SK그룹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SK그룹이 사내경제경영연구소와 아카데미를 통합해 ‘SK유니버시티’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기업과 대학의 조합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낯선 현상이 아니다. 판교에도 엔씨유니버시티가 있고 삼성전자와 중공업이 공과대학을 운영중이며 그 외에도 여러 형태의 사내대학과 기업대학이 이미 존재한다. 기업들이 인재 육성을 위해 커리큘럼을 만든 사례들이다.

기업이 대학을 만드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직원들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필요한 역량을 강화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다양한 형태의 자기계발을 실시하고, 그 직원들의 역량과 애사심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서 기업 역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직원을 향한 직무교육은 모든 기업에서 이뤄진다. 커리큘럼과 시스템의 틀이 제대로 갖춰진 회사도 있고, 동료나 상사를 통해 어깨너머로만 전달되는 회사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주요 대기업들이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고 알찬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요 기업들은 어떤 대학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 SK유니버시티 내년 1월 출범 예정

우선 19일 SK가 발표한 ‘SK유니버시티’ 관련 계획을 살펴보자. SK유니버시티는 내년 1월 공식 출범 예정이다. 그룹 싱크탱크인 SK경영경제연구소와 기업문화 교윢관인 SK아카데미 등 역량개발 조직을 통합한 조직이다. SK그룹은 이곳에 대해 “구성원들의 딥 체인지 역량을 키워나갈 교육,연구 통합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일부 부서나 실무진 차원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룹 총수가 직접 관심을 두는 전사프로젝트다. 최태원 SK 회장이 직접 “급속한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인적 자본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며, 구성원들이 SK유니버시티를 통해 미래역량을 기르고 축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행복을 위한 변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설립 배경을 살펴보면, SK그룹은 지난 7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그 동안 개별적으로 운영해왔던 연수원과 연구소, 그룹사별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인적 자본에 대한 강력한 변화와 투자를 이끌기로 결정했다. 직원 교육은 물론이고, 미래산업과 거기에 따른 필요한 역량을 계속 탐색해 교육 커리큘럼에 새롭게 반영하는 연구 기능도 필요했다. 이를 통해 기업 구성원과 회사 전체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업과 회사의 동반성장이다.

커리큘럼은 매우 다양하다. 이에 대해 SK측은 “전통적인 클래스룸 강의와 워크숍, 포럼, 코칭 프로그램, 온라인 강의, 프로젝트 기반 교육 등 과정별로 특화된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수업은 용인 SK아카데미 시설과 관계사 공유오피스 등에서 진행된다, 구성원들은 매년 근무시간의 10%에 해당하는 200시간씩 자신들이 신청한 교육과정을 자발적으로 이수하게 된다.

□ 판교 핫플레이스 엔씨 유니버시티, 수강신청 5분만에 마감 사례도

SK그룹의 이런 시도는 매우 의미 있고 또 신선하다. 하지만 업계 최초 사례는 아니다. 국내 주요대기업들이 이미 기업대학 또는 사내대학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대학, 치킨대학 등 그 형태와 커리큘럼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사례 하나는 엔씨소프트가 판교에서 운영하는 ‘엔씨 유니버시티’다. 이곳도 회사의 가치를 공유하고 직원들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생겼다. 2013년에 운영돼 올해로 벌써 6년째다.

1년에 약 200여개의 수업이 진행된다. 게임기획과 개발, 기술 동향 관련 주제 수업이 전체 절반 이상이며 리더십 등의 과정도 있다. 1~2시간 단위의 특강부터 자격증 취득 등과 연계된 30시간 이상의 장기 수업도 있다. 문화평론가나 작가의 강연이 이뤄지기도 한다. 소설가 김영하, 인기 연출가 나영석PD, 혜민스님, 장미란 등이 강사로 나선 바 있다.

직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수업은 스토리텔링이나 게임아트 등이며 이 수업들은 수강신청 5분여만에 모두 마감된다. 모든 수업은 일과시간 내에 진행되며 근무시간에도 자율적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직책이나 직무에 관계없이 개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수업을 들을 수 있고 횟수 제한도 없다. 

엔씨유니버시티는 직원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기로 유명하다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유니버시티는 직원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기로 유명하다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 토이스토리 창조주 픽사에도, 대학이 있다

기업이 인재교육 프로그램에 굳이 ‘대학’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 흥미롭다. 혹시 학벌 문화가 여전하고 대학졸업장이 필수인 우리나라만의 상황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할리우드를 휘젓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에도 대학(Pixar university)이 있다. 픽사는 ‘토이스토리’와 ‘몬스터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등을 제작한 세계 최고 수준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픽사 대학은 설립자의 의지로 생겼다. 할리우드 영화시장은 감독과 작가 등이 모여 작품을 만들고 해당 작품이 끝나면 다시 흩어지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픽사는 직원이 오랫동안 회사에 모여 서로 시너지효과를 내는 모델을 추구했다. 이런 취지에서 픽사 대학이 설립됐다.

픽사 대학에는 영화 제작과 회화, 글쓰기, 마술 등 다양한 수업이 진행된다 <창의성을 지휘하라>의 저자로도 유명한 사장 에드 캣멀도 픽사 대학 수업을 듣는다. 에드 캣멀은 자신의 저서에서 “픽사 직원들은 같은 신념을 공유했다”고 밝힌 바 있다.

□ 회사 이름 내건 대학의 종류와 그 의미는?

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사내대학과 기업대학이다. 사람들은 보통 같은 의미로 생각하지만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하나 있다. 학위를 주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다.

사내대학은 평생교육법에 의해 인가된 학교로 졸업하면 학사 또는 전문학사 자격을 취득한다. 삼성전자 공과대학교와 삼성중공업의 공과대학, SPC식품과학대학, 포스코 기술대학, LH토지주택대학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우조선해양, 포스코, KDB 사례도 있다.

기업대학은 사업주나 사업주단체가 재직근로자 또는 채용예정자를 대상으로 훈련과정 등을 운영하기 위한 시설이다. 법률상 허가 등의 절차 없이 기업이 자율적으로 설립해 운영한다.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심사를 통과하고 훈련과정을 인정받은 기업대학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제너시스비비큐가 설립한 치킨대학, 맥도날드의 햄버가 대학 등이 이에 해당한다.

수강생들의 반응은 좋다. 과거 한진그룹 사내 정석대학을 졸업한 항공사 관계자는 “직무에 도움이 되는데다 학위까지 받을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선배에게 추천 받았고 나도 후배 직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최근 IT기업 들을 중심으로 직원들에 대한 인적 투자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한 IT기업은 올해 유럽에서 열린 모바일 박람회에 63명의 출장단을 보내고 근무성적이 우수한 직원과 그 가족들을 하와이로 여행 보내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한 숙박플랫폼 업체는 직원이 읽고 싶은 책을 무제한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한다. 직원들의 교육과 복지가 늘어나면 결국 회사가 성장한다는 시각에서다. 대기업들이 회사 이름 내건 대학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대학교 강의실이 부럽지 않은 엔씨유니버시티 모습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대학교 강의실이 부럽지 않은 엔씨유니버시티 모습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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