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빛나 기자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몇 년 전의 일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 받은 기자는 취재 도중 뒤에서 한 배우가 스텝에게 어떤 이유에서 인지 지나친 막말을 쏟아 내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소리가 더 커지자 곧장 그 배우에게 다가간 취재 기자들은 사진을 찍어대며 어떤 이유에서 그러냐고 물었다. 배우는 '신경쓰지 마세요'라는 말과 함께 곧장 자리를 떠났다. 사건의 시작은 현장 스텝이 배우의 드레스를 잘못 밟았다는 이유에서 였다. 취재기자들이 스텝에게 캐낸 사실이었다. 스텝은 단단히 화가 나고 수치 스럽지만 '정중한 사과'를 한다면 사건을 넘기고 싶다고 했다.

단, 조건이 붙었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주위에 있던 사람들 앞에서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다. 얘기를 들은 소속사 대표와 배우는 곧장 현장에서 스텝에게 '대단히 죄송했습니다'라고 고개를 깊이 숙이며 사과를 했다.

그리고는 ‘재빨리’ 사라졌다. 어쨌거나 고개를 낮춘 정중한 사과였다. 기자에게 배우의 이미지가 달라졌다. 정중한 사과가 배우를 더 품격있게 만들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막말과 여성 비하 내용이 담긴 유투브 영상을 강제로 시청하게 해 논란을 일으켰던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기자회견을 급하게 열고 경영 일선에서 사퇴했다고 밝혔다. 얼마나 급했으면 일요일에 기자회견을 자청했을까.

하지만 사퇴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차가운 반응이다. 달랑 2분짜리 사과문을 읽고 일요일에 '일감'을 줘서 흥분해 있던 기자들의 질문에 단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보여졌기 때문이다. 경영을 아들에게 맡기고, 윤 회장은 최대주주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해서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사과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나?

기자회견 이후 국민들의 반응은 더욱 격화되고 있었다. 댓글에 따르면 "쇼하고 있다. 아들에게 경영을 주고 최대 주주는 유지한다면...사과는 왜하는지 모르겠다", "회장노릇은 계속 할거다. 불매운동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또 우리 국민이 자발적인 일본 불매운동을 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 행위를 깎아내리고 일본을 두둔하는 하는 정치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몰상식한 대화에 대해서도 사과를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고 본다. 

과거 어떤 국회의원이 국민들에게 발표하려고 했던 '사과의 말씀' 자료를 글자 하나 바꾸지 않고 재탕 발표해 국민들의 질타를 받은 사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기자회견장을 급하게 빠져나갔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왜 다들 대답을 안하는 걸까?)

박근혜 전 대통령도 몇 해 전, 준비된 원고를 9분 동안 읽은 후 언론의 질문도 받지 않고 퇴장했었다. 그런 권위의식도 없었다. 국민들은 그 '사과의 말씀'을 듣고 의아 했을 것이다. 사과를 받아 달라고 한건지 사과를 통보 한건지 헷갈려야 했다. 국민들은 눈뜨고 코 베인 격이다.

국민들도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회, 정치적인 일에 마땅히 정중한 사과를 받을 권리가 있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막연한 통보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의 진심 그대로 바르게 기록 되기 위해서는 성숙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수 있는 용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국가를 포함 한 사회 계층의 장들은 사과의 본질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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