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등 주요 일본 브랜드 매출 큰 폭 하락, 일본 맥주는 자취 감춰
일본 향한 열등감과 경외감 없고 인권의식 강한 밀레니엄 세대...불매 적극 참여
국내 소비재 시장도 장기적 경쟁력 강화 계기로 삼아야

 

지난 1일 서울 지하철 전동차내부 출입문에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제작한 일본 경제보복 및 아베 정권 규탄 내용 스티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지하철 전동차내부 출입문에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제작한 일본 경제보복 및 아베 정권 규탄 내용 스티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일본 불매운동이 연일 거센 흐름을 보이고 있다. 꺼질 줄 모르는 불길처럼 불매 열기가 타오르는 가운데 유니클로 최근 매출이 70% 하락했다. 일본 맥주 수입량은 99%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밀레니엄 세대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불매에 나선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밀레니엄 세대가 주도하는 新반일, "일본은 전혀 두렵지 않다"

과거에도 역사교과서 왜곡 등의 이슈로 일본 불매운동이 벌어진 적은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불매 흐름이 특히 거세고 또 꾸준히 이어지는 추세다. 이미 한달 반을 훌쩍 넘겼으나 아직 그 열기가 식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 원인 중 하나가 1020세대 젊은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이 세대의 특징이 불매운동을 뜨겁게 달군다는 시선이다.

밀레니엄 세대는 일본을 보는 시선이 기성세대와 완전히 다르다. 기성세대 선배들은 일본경제가 급격히 발전하는 과정을 눈으로 지켜 보면서 자랐다. 문화적으로도 일본을 동경했다. 이들은 코끼리밥솥과 SONY 워크맨에 열광하고, X-재팬을 동경했던 세대다. '마이마이'로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면 부끄러워했을 세대라는 의미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는 다르다. 이들이 살아 온 세상에서는 한국 역시 경제대국이다. IT기술과 K-POP, 스포츠 등에서는 오히려 일본보다 앞선 기술력 및 문화를 보고 자랐다. 이들은 일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본에 대한 '열등감' 또는 '경외감'이 없는 세대다.

이들에게 워크맨은 구시대 유물이다. 아이팟과 MP3조차 기억에서 가물한 세대이니 오죽할까. 이들은 SONY가 아니라 LG와 삼성 TV를 봤고 갤럭시 스마트폰을 어려서부터 손에 쥐고 자란 세대다. 한국 가수가 일본 돔투어 돌며 수만 관중을 열광시키는 모습도 봤다. e스포츠와 야구, 축구 등에서 한국이 일본을 이기는 모습도 숱하게 보고 자란 세대다.

가치관의 특성도 있다. 지금의 10대 후반, 20대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평등이나 인권 등의 문제에 훨씬 더 예민하다. 이들은 민주화 이후 출생하고 성장했기 때문에 시대적으로 권력이나 권위에 일방적으로 복종한 경험 자체가 없다.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 등에서도 밀레니엄 세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의식을 느낀다. 이 세대들은 최근 SNS에서 거세게 이어지는 '나도 소녀상이다'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불매운동에서도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7월초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보이콧에 동참한다는 20대 비율은 66%였다. 60대 이상(59%)보다 조금 높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3주 후,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발표하기 직전 리얼미터에서 조사했을때는 20대의 보이콧 참여의사가 76.1%로 수직상승했다. 60대 이상 세대에에서는 44.8%로 참여 의지가 다소 꺾인것과 정반대다.

◇유니클로 카드매출 -70%, 일본맥주 수입 -99% 사상 유례없는 매출 폭락

불매운동 효과는 곳곳에서 눈에 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의 주요 일본 브랜드 가맹점 신용카드 매출액이 6월 마지막주 102억 3061만원에서 7월 넷째주에는 49억 8225만원으로 줄었다. 한 달 만에 매출이 반토막 아래로 떨어진 것. 조사 대상 브랜드는 유니클로와 ABC마트, 무인양품, DHC다.

같은 기간 카드사 전체 매출액은 대체로 증가했다.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일본 브랜드 매출액만 특히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넷째주 기준으로 해당 브랜드의 신용카드 매출액은 약 95억여원이었다. 작년과 비교해도 매출 반토막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브랜드는 유니클로다. 8개 카드사 유니클로 매출액은 6월 59억 3893만원 7월 17억 7332만원으로 70%의 감소세를 보였다. 무인약품은 6억5000여만원에서 2억7000여만원을, ABC마트는 36억3000여만원에서 29억 3000여만원으로 각각 줄었다. 최근 혐한방송 등으로 이슈가 된 DHC는 7월 넷째주 시점에서는 불매운동 영향이 크지 않아 매출 감소폭이 적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불매운동은 다양한 영역에서 매우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편의점과 마트에서 수입맥주 대장주 노릇을 하던 아사히는 식탁에서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최근 MBC는 관세청 통계를 인용해 8월 초 일본맥주 수입량이 작년 동기 기준 98.8%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국민이 일본맥주를 끊었다’고 봐야하는 수치다. 최근 일본 맥주 브랜드 일부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일본여행도 눈에 띄게 급감했다. 이태규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일본 주요 도시의 국내 신용카드 결제액도 크게 줄었다. 도쿄와 오사카, 오키나와, 후쿠오카 등 주요 관광지 4곳의 국내 신용카드 매출액은 6월 마지막 주 164억 7765만원에서 7월 넷째 주 133억7795만원으로 줄었다. 오사카는 30%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오키나와현 한 호텔의 10월 한국인 관광객 예약 건수가 지난해 대비 90% 감소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7월 기준 한국 관광객의 후쿠오카 대형 호텔 예약 취소는 지난해 대비 30% 증가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불매운동 흐름이 거세게 이어지는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이 움직임을 국내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재 및 부품 국산화와 더불어 국내 소비재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도 더욱 개선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키우자는 목소리다. 

2019년 여름을 강타한 일본 불매운동이 향후 국내 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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