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건조기 온라인 판매 전달 대비 감소 현황 보여
소비자 대부분 건조기는 세탁기와 ‘세트’ 구매
LG전자 제품 소비자들 구매심리까지 ‘흔들’
콘덴서 자동세척 논란 후 한 달 건조기 관련 소비자 반응 보니…

서울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 전시된 건조기 제품들 (사진 속 제품들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서울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LG전자 건조기와 삼성전자 건조기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LG전자가 건조기 콘덴서 자동세척 논란이 청와대 청원게시판까지 오를 만큼 파장이 확산되자 10년 무상 보증을 약속하며 소비자 불만 진화에 나섰으나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LG전자가 건조기 콘덴서 자동세척 관련 논란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과한지 한 달이 지났다.건조기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건조기는 가전시장에서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며 '대세 가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세탁물을 실내에서 말리려는 사람이 늘고, 집안에 빨래를 줄줄이 널어 놓으려니 불편한 사람들에게 건조기는 그야말로 필수템이었다. 과거 세탁기나 냉장고는 ‘당연히 사야 하는’ 제품이었지만 건조기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가전업체 입장에서는 블루오션 시장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건조기 시장이 둔화되는 흐름을 보인다. 온라인 쇼핑몰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 7월(1~27일) 국내 온라인 시장 내 건조기 판매량은 전달보다 32%나 급감했다. 원인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건조기가 필수화되어 이제 어지간한 집들은 이미 한 대씩 장만해 신규유입이 줄었다는 시선, 그리고 또 하나는 최근 LG전자 건조기와 관련해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소비자들이 건조기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는 시선이다.

지난 7월 초에 제기됐던 건조기 관련 논란에 대해, LG전자는 “제품 결함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 10년 무상보증을 약속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소비자원에 2천건 이상의 민원이 접수되는 등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는 점점 거세졌다. 소비자원은 실제 소비자가 사용한 건조기들을 분해해 제품을 조사할 계획이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관련 이슈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조기는 사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정해져 있다. 세탁기와 함께 구매하는 형태다. 넉넉한 수납공간 있는 큰 집이야 문제가 없지만, 대다수 가정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같이 둔다.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드럼세탁기를 두고 그 위에 건조기를 얹는 형태로 많이 배치한다.

그래서 건조기는 세탁기와 같은 브랜드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세탁기와 다른 브랜드 건조기를 사용해도 아무 문제는 없다. 다만, 시각적인 문제가 있다. 컬러 등을 고려해 디자인적으로 예뻐 보이려면 같은 브랜드의 비슷한 사이즈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실제로 송파구에 거주하는 한 소비자는 온라인 맘카페 게시판에 “평소 가전제품은 LG를 자주 사용했고, 건조기도 세탁기와 함께 구매할 생각이었는데 콘덴서 이슈 때문에 망설여진다”는 글을 올렸다. 이 소비자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직렬배치하려고 했는데 어느 제품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고 썼다.

LG전자 건조기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사진은 '엘지 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밴드 캡쳐 화면
건조기 관련 소비자 이슈가 처음 제기됐을 당시 '엘지 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밴드 캡쳐 화면

<소비자경제>는 오프라인 가전매장을 찾아 판매 담당 직원에게 콘덴서 자동 세척 관련 이슈에 대해 물어봤다. 매장 관계자는 “자동세척 관련 이슈가 과거에 있었지만, 제품상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조사에서 10년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콘덴서 자동세척이 문제라면 혹시 그 기능을 뺀 제품도 있을까?

판매 직원은 “자동세척 기능을 탑재하지 않은 예전 제품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매장에서도 “물류센터 통해 제공 받는 이번 시즌 판매 상품만 취급하기 때문에 자동세척 기능 없는 과거 제품은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에서도 같은 답을 내놨다. 해당 매장 담당자는 “진열된 모든 제품이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포함된 제품‘이라고 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소비자도 “콘덴서 자동건조 관련 문제를 접하고 그 기능이 없는 제품이 혹시 있는지 찾아봤는데 없었다”고 전했다.

매장에서 건조기를 구경하는 방문객이 전체적으로 많지는 않았다. 다만, 이것이 꼭 자동세척 관련 이슈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건조기의 경우 이사나 결혼 등을 앞두고 한꺼번에 구매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온라인 구매 비율이 높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마음에 드는 제품의 실제 크기나 디자인 등을 최종적으로 확인만 하고 가는 손님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장 관계자는 “손님 숫자가 크게 줄거나 늘어난 이슈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 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밴드 운영진은 지난 7월 23일 LG전자 관계자와 만나 7월 말까지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LG전자는 답변 시기를 8월 중순으로 늦췄다. 그 이유에 대해 “콘덴서 내부 먼지 쌓임 현상 외에도 응축수로 인한 녹 등 다른 문의 사항까지 포함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상태다. 

LG전자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 식기세척기, 냉장고 등 4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건조기는 경쟁사 삼성전자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 건조기는 JD파워로부터 건조기 중 유일하게 ‘최고 등급’을 받았다.  

이 평가조사는 가전제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용성, 다양한 기능, 성능, 가격, 디자인, 서비스 등 총 6개 요소의 만족도를 평가한 결과다. 건조기 관련 소비자 항의사태가 제기된 지 한 달 째로 접어들면서, 앞으로 가전 시장에서 LG전자의 신뢰도에 어떤 타격을 입힐지 상대적으로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판매에는 또 변화가 나올 지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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