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 8년차...폭넓은 포트폴리오로 점유율 확대 노려
칼스버그 앞세워 향후 3년내 수입맥주 시장 BEST5 진입
‘오너십’ 결단력 앞세워 토종 한국 위스키 개발 꿈꾼다

칼스버그 신제품으로 건배 포즈를 취하는 골든블루 김동욱 대표.(사진=소비자경제/골든블루 제공)
칼스버그 신제품으로 건배 포즈를 취하는 골든블루 김동욱 대표.(사진=소비자경제/골든블루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골든블루는 ‘칼스버그’ 맥주와 위스키를 유통하는 국내 대표 주류업체다. 이들은 최근 칼스버그 신제품을 출시하고 국내 맥주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3년 내 수입맥주 시장 BEST5에 진입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내놨다. 본지에서도 관련 내용을 기사와 영상으로 보도한 바 있다.

골든블루는 부산에서 출발한 업체다. 2003년부터 주류산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김동욱 대표는 2011년 대표로 취임해 올해로 만 8년차다. '8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느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소비자 각자의 느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김동욱 대표는 ‘국내 위스키업계 최장수 CEO’로 꼽힌다.

김 대표는 최근 칼스버그 맥주 신제품 발표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의 사업 근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그는 위스키업계 최장수 CEO라는 타이틀에 대해 “내가 술을 잘 알아서 그런 것 보다는 회사를 위해 애쓰는 임원분들이 전부 20여년 이상 관련 업계에 몸 담은 분들이어서 그 분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며 겸손함도 내비쳤다.

김동욱 대표는 이날 <소비자경제> 취재진과 함께 한 테이블에서 위스키업계 CEO로서의 포부 등을 폭넓게 밝히기도 했다.

그의 얘기는 크게 2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칼스버그 신제품을 필두로 향후 수입맥주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것, 또 ‘자체 개발한 위스키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맥주와 위스키 등을 넘나들며 국내 주류산업 전반에 대한 높은 식견과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소비자경제> 취재진은 지난달 25일 칼스버그 신제품 발표회 현장에서 한 테이블에서 함께 한 그에게 여러 질문들을 던졌다. 김 대표는 사전에 조율되지 않았던 인터뷰임에도 국내 주류 시장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속시원이 풀어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칼스버그는 ‘라거의 조상’이고 국내 시장은 라거가 강세다. 그런데 칼스버그 점유율은 10위권 내외였다. 어떤 부분이 부족했고 앞으로 어떻게 강화할 예정인가?

전략적인 부분에서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한다’는 세부적인 기록보다는, 장기적인 플랜이 더 중요하다. 칼스버그 주요 타겟층은 40대 50대 위주다. 사실 2030 세대에서는 각인이 잘 안 되어 있다. 미래에 주요 타켓이 될 20대와 30대, 넓게 보면 40대 초반까지의 소비자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시장에서의 성과가 기대보다 좀 부진했던 원인은 어디서 찾나?

중장년 세대에는 칼스버그를 마셔본 사람이 많은데 젊은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낯설어한다. 칼스버그를 유통하던 예전 회사에 이미 인기 만점인 해외 맥주가 하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칼스버그 마케팅에는 관심이 좀 적었던 부분도 있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유통하면서 꾸준히 개선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다.

▷라거나 필스너 등 순한 맥주는 일본 브랜드 강세가 두드러지던 분야였다. 불매운동 등 최근 이슈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

일본 맥주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노릴 생각은 없다, 지금까지 해왔던 그대로 우리 길을 가는 게 중요하다. 다른 업체 변수에 기대기보다는 우리가 꾸준히 해 온 노력이 결실 맺기를 희망한다. 시장 변수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골든블루는 위스키든 맥주든, 경쟁사의 상황에 따른 대응전략을 세우는 것 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만 신경 쓰고 노력 해왔다.

▷맥주시장 경쟁이 치열한데, 가을 출시 예정 맥주 포함 해서 어떤 전략이 있나?

우리 회사 비전 중 하나가 해외의 좋은 주류를 한국에 소개하는 것이다. 위스키 뿐만 아니라 맥주 부문에서도 칼스버그와 함께 하고 있는데, 향후 더 많은 포트폴리오 통해서 조만간 1~2년 내 적어도 3~4개 이상의 신제품을 한국시장에 소개한다.

▷CEO로서 생각하는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가?

마케팅 측면에서는, 티비광고로 칼스버그에 대한 이미지를 알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내년부터는 20대 30대 타겟층에 맞는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될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체와의 연계, 골든블루가 협업 중인 골프존 과의 연계 등 다양한 그림이 가능할 것 같다. 골프도 요즘 젊은 여성 소비자들이 많이 즐긴다. 우리 타겟에 맞는 전략을 세우겠다. 그동안 보지 못한 제품을 우리가 한국에 런칭할 생각도 갖고 있다.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보유할 것이다. 올 가을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3가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명 골든블루는 어떤 의미인가

골드의 클래식한 느낌과 블루의 트렌디함을 더한 단어다. 두가지 가치를 함께 잘 충족하고 싶다.

지난 7월 25일 칼스버그 맥주 신제품 소개를 위해 직접 나선 김동욱 골든블루 대표
최근 칼스버그 맥주 신제품 발표회장에 직접 나선 김동욱 대표.(사진=소비자경제)

 

▷주세법이 개편되어 국내 맥주들이 탄력을 받는다는 시선도 있는데, 이 문제는 어떤 시선으로 보나?

수입맥주 시장을 보자. 과연 수입맥주를 누가 사 먹는지 생각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수입 맥주는 어차피 비싸다 그런데 잘 팔린다. 가격이 몇 백원 더 내려간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옮겨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제는 소비자들의 기호가 분명하고 확실해졌다. 비싸더라도 자기 만족을 위해 지출하는 경향도 강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변 이슈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종량세로 바뀌면 이익일지 손해일지 계산서를 두드려 봐야 하지 않나?

다른 개념으로 그 이슈를 보려고 한다. 종량세로 바뀌면 한국에서 좋은 술이 나올 기회가 늘어난다. 우리는 비록 수입을 하고 있지만, 종량세로 개편되고 우리나라에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장기적으로는 하루 빨리 도입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생산이나 수출 쪽 계획도 많이 세워두었나?

일본이나 대만 사례를 보면 자국에서 생산한 주류를 해외로 많이 수출한다. 우리가 위스키를 수입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빨리 수출도 하고 싶다. 그러면 연구개발도 필요하고 종량세도 필요하다. 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겠지만, 한국 주류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빨리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량세로 바뀌면 한국에도 좋은 위스키 공장과 회사가 만들어져서 고용도 하고 수출도 할 수 있을거다.

▷한국 술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다는 포부인건가?

맞다. 고구마나 감자도 예전에는 해외에서 들어온 작물인데, 지금은 고구마 감자를 해외 작물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위스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안 해봐서 지금은 그냥 해외 술이라고 하지만, 한국도 위스키 생산국이 될 수 있다. 한국 제품으로 당당히 인정 받을 수도 있고 해외에서 한국 위스키가 유명해질 수도 있다. 일본에도 산토리가 있는데 한국이 그러지 말란 법은 없다.

▷만약에, ‘당장 내일부터 위스키 만들어’ 라는 상황이 된다면 바로 위스키 생산에 돌입할 기술이나 인프라는 갖춰져 있는가?

당장 가능하다. 준비는 다 되어 있다. 다만 몇백억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종량세로 바뀌지 않는다면 투자에 대한 리턴이 부담으로 남는다. 위스키는 10년 이상 숙성 시켜야 되는 술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10년 동안 투자금 회수가 안 되는거다. 이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데 종량세도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계속 건의 중이다. 맥주로 시작했으니 다른 곳으로도 점점 확대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가지고 있다.

▷술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예전에 다른 업종에서 ‘1억불 수출탑’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내가 나라를 위해 뭔가 하나 했구나’ 하는 뿌듯함이 있었다. 나는 지금도 이런 생각을 해본다. 위스키 경쟁사들은 대부분 글로벌 회사들인데, 좋은 위스키를 만들어서 1억불 수출탑 한번 더 받아보고 은퇴하는 꿈이다.

▷위스키 시장이 축소세 흐름을 보이는데,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인가 아니면 세계적인 현상인가?

미국과 일본은 성장세다. 음용법의 변화가 큰 작용을 했다. 산토리 하이볼 등 여러 방법이 보급됐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위스키는 어렵고 독한 술’ ‘폭탄주’ 이런 식으로 각인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한국에서 위스키는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하다. 17년, 21년 이상이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게 문제다. 우리나라는 위스키 얘기만 나오면 무조건 30년, 20년...그런 얘기만 한다. 위스키 본고장 스코틀랜드에 가보면 3년짜리도 많다. 5년, 7년, 12년 등 라인업도 다양하다.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는 저녁에 샤워하고 나와서 가볍게 한 잔 하는 술이다. 마치 맥주 한잔 마시듯, 희석한 위스키를 TV 보면서 천천히 한잔 마시는 문화다. 음악 들으면서 간단히 먹고 하루의 피로를 푸는 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두운 지하에서 빨빨 빨리 ‘말아’ 마시는 이미지가 있다. 그 인식과 문화를 바꾸고 싶다. 언더월드에서 올라와서 편하게 마실 수 있고. 마트에서 편하게 살 수 있는 술.

▷위스키 소비가 늘어날 여지는 있다고 보나?

요즘은 가격 낮은 위스키가 많이 나오는 추세다. 그리고 우리나라 위스키 시장이 줄었다는 팩트는 있으나 한도 끝도 없이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이나 미국처럼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믿음의 근거는 뭔가?

위스키라는 술 자체의 훌륭한 품질 때문이다. 위스키는 어떤 주종과 비교해도 품질이 안 밀린다. 품위와 향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 있는 술이다. 일본이나 미국도 소비가 줄었다가 늘어난거고, 우리도 음용법 등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게 위스키 수요가 늘어날 여지도 있다고 본다.

▷위스키는 언제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본인이 최근 마신 위스키에 빗대어 밝힌다면? 

나는 일주일에 네 번 다섯 번 마신다(웃음) 테스트 등을 위해 낮에 회사에서 먹는 경우도 많다. 정신이 맑을 때, 향과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깨어있는 상태일 때 마시면 더 좋다.

▷우리나라 술 문화는 사실 ‘안주’랑 같이 간다. 맥주는 치킨이고 소주는 삼겹살이 으레 붙는데 위스키는 그런 부분에서 소비자들이 편하게 접근하기가 불리한 것 같다.

‘위스키와 잘 맞는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사실 음식과 맞추기는 좀 어렵다. 대신 요즘 회 먹으면서 위스키 먹는 수요는 늘어나는 추세다. 강남 고급 일식집, 우리 본사 부산에도 횟집 가면 위스키 먹는 사람들이 늘었다. 깔끔하거나 신선한 ‘날 것’ 음식이 아무래도 위스키와 궁합이 맞는다.

▷독주 자체의 소비량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다.

술을 소비하는 패턴은 크게 두 가지다. 세 보이고 형식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술을 먹는 습관들이 있다. 반대로 좀 순화시켜 먹는 습관도 있다. 일본만 봐도 40도 내외 독주들의 음주량 자체가 많이 줄었다. 일본 위스키 시장을 2조라고 보면 2조의 대부분은 하이볼에서 나온다. 약하게 순화시켜서 먹는 문화가 보편화 됐다는 거다. 미국도 그렇다. 한국도 그런 방향으로 점점 간다. 사회와 술 문화가 선진화될수록 남에게 보여주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술, 내가 좋아하는 향을 찾게 된다. 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만든 위스키’를 추진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뭔가?

오너십이다다. 좋은 위스키를 직접 만들려면 아무리 빨라도 10년이 걸리는데 어느 누가 투자해서 그 기간을 견디겠나. 오너십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글로벌 업체들이 많으니 아무래도 첫 도전이 힘들다. 우리나 롯데 정도가 생각해 볼만 한데, 대기업 롯데는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 많으니 그 부분까지 깊게 신경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 지점에서 보면, ‘산토리가 부럽지 않은 한국 위스키’를 만들 수 있는 건 골든블루 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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