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조남희 칼럼] 국민들이 개인차원에서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대표적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음주운전 사고’와 ‘보이스피싱 사기’라 할 수 있다. 현재 이 두 가지 형태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 일부 형사적·행정적 처벌을 보완해 왔지만, 민사적 측면의 보완대책은 전혀 없었다.

현재 두 건의 사회적 문제로 인해 한해 1조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아직도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은 미비하다고 본다. 경제적 피해에 대해 경제적 피해보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이런 피해를 감소시키지 못하는 원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처벌 관점에서 보면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피해에 대한 구상권 도입으로 사회적 반향이 큰 행위에 대해 형사적 처벌만이 아닌, 민사적 책임을 묻게 된다면 국민과 국가적 차원에서 보다 더 진전된 법질서를 준수하려는 의식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고윤창호 사건 이후, 전국민적으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윤창호 법이라는 법이 개정되어 음주피해 사망이 일어났을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의 처벌에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여전히 음주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는 음주운전의 사고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적 처벌만이 아닌 경제적 책임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과거보다 다소 높아진 형사 처벌만으로 사회가 기대하는 결과는 충분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형사 처벌은 음주운전을 다소 줄이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관련 당사자들의 전면적인 인식의 전환까지 변화시키기에는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아마도 한 번 실수, 한 순간의 실수라는 관용적인 이해가 한해 평균 4만여 명이 고통을 직접적으로 당하고 있는 음주사고에 대해서는 심각한 인식을 갖고 이제는 보다 근원적 해결책을 시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최근 5년간 평균 음주운전 사건 관련 통계를 보면, 사고건수는 매년 2만 건, 부상자는 4만 명, 이로 인한 보험금 지급액은 3천억 원, 음주적발 건수는 23만 건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음주운전의 경우, 어떤 사건 행위자보다 재발율이 높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음주운전 사건의 가해자가 아무리 크게 사고를 내더라도 자기부담액 4백만 원만 내면 모든 피해보상을 보험사가 부담하고 있다. 고의성의 음주사고를 보험의 취지와는 다르게 무차별 보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반면, 음주운전자의 금전적 피해 책임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주운전자는 사실상 모든 금전적 피해를 보험사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음주운전 재발율이 어느 범죄나 사건보다 높다는 것은 구상권 도입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보이스 피싱 사기 건은 어떤가? 올해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액은 6천억 정도가 예상되고, 피해자만도 5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실이 이런 상태인데도 그야말로 무대책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보이스피싱 사기 사건이다. 보이스피싱 사기의 방지를 위해서는 은행권의 보안시스템의 정교화, 통장대여자의 처벌, 범죄행위의 적극 수사·처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3가지 측면에서의 대책이 전혀 충분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통장대여자의 처벌 행위는 보이스피싱 사고가 문제가 되어 온 15년 이상 동안 법적측면의 제도 보완은 크게 진행된 것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금융사의 시스템 보완과 범죄자 검거율을 높이는 것도 시급하지만, 의도적이던 아니던 간에 자신의 통장을 타인이 이용하도록 한 것 자체가 문제인 것임에도 이에 대한 어떤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높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이런 통장 대여자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을 묻는 조치가 진행되어 왔다면 오늘까지 보이스피싱 사기가 이런 피해상황이 가능했다고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보이스피싱 사기행위자의 형사 처벌도 중요하지만, 통장을 빌려주거나 이용하도록 제공한 사람으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당한 명백한 사안에 대해 경제적 책임을 부여하지 않거나 이에 대한 깊은 검토조차 하지 않는 것은 보이싱피싱 사건에 대한 핵심 해결방안을 무시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예방한다거나,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경제적 책임, 즉 민사적으로 확실한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그야말로 피해 예방과 약자보호의 강화 차원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일 년에 10만 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 1조원이라는 어마한 피해, 관련 피해자만도 수십만 명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 동안 두 사건에 제대로 된 대책 제시 없이 백가쟁명식 토론만 있었다. 오랫동안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음주운전 사건과 보이스피싱 사건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금전적 책임을 부여한다면 어느 정책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본다. 또 이런 정책이 시행된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준법정신을 높이는 확실한 계기도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이야 말로 이런 사건에 대해 구상권 등 책임을 묻는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본다.
 

<칼럼니스트=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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