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돋보기 #④이정희] 37년 끈기와 뚝심의 유한양행 영업맨…“‘유일한 박사는 내 삶의 멘토”
[CEO돋보기 #④이정희] 37년 끈기와 뚝심의 유한양행 영업맨…“‘유일한 박사는 내 삶의 멘토”
“신약개발이 회사의 미래” 연구 개발로 장기 성장 발판 마련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미래 향한 올바른 보폭 설정
신입사원 출신 CEO, 입지전적인 월급쟁이 출신 사장님
  • 이한 기자
  • 승인 2019.07.26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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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이정희 대표
유한양행 이정희 대표.(소비자경제DB)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국내 1위 제약업계 대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 유한양행 이정희 대표이사 사장의 공식 직함이다.

묵직한 이름값을 가지고 있지만 그는 창업주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3~4세 기업인이 아니고 스타트업 성공신화를 써간 벤처 사업가도 아니다. 이정희 사장은 1978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37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한 ‘월급쟁이 신화’다.

이정희 사장은 승진 이전까지 유한양행 ‘최장수 영업맨’이었다. 병원영업부와 유통사업부 등을 두루 거치면서 전문의약품 부문에서 전국 최고실적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했다. 유한락스 등을 판매하는 생활용품사업부에서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이끈 경험도 있다. 이후 마케팅 홍보 관련 업무도 맡았다.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이정희 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할 당시, 제약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이 영업 또는 마케팅 분야에서 공격적인 전략을 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업맨 출신 CEO로서 본인의 실무 시절 경험을 경영에 적극적으로 접목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이정희 체제 변신 이후 회사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주목하며 R&D 보폭을 넓히고 있다.

◇ 연구 개발 통한 신약개발로 성장 동력 발굴 

이정희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신약개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제약업의 본질인 신약개발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수행과정이 연구 개발”이라는 것이 그의 원칙이었다. 이 사장은 “R&D는 오랜 시간과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장기 성장 발판이 연구 개발을 통해서 마련된다고 보고 임기 동안 이 부분에 주력하기로 결심했다.

유한양행은 경영관리본부 내 글로벌전략부문을 신설하고, 연구·개발(R&D) 본부를 신설했다.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이 사장이 “명실상부한 R&D 중심 제약사로 굳건히 키우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R&D 투자비용은 2014년 580억원에서 지난해 1105억원으로 2배가량 늘어났다.

사장이 직접 챙기는 부분도 있다. 그는 주 1회 경기도 용인 연구소로 출근해 연구 관련 진행상황을 점검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연구소장은 물론이고 연구원들과도 수시로 면담하면서 의견을 묻고 또 듣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한양행은 자체 개발한 약 대신 타회사 상품매출 비중이 높은 편에 속했으나 이정희 사장 취임 후 그 비율이 조정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소비자들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사진=유한양행 홈페이지 캡쳐)
유한양행은 제약부문 기업으로 16년 연속 가장 존경받은 기업이기도 하다.

연구 개발은 성과로 이어졌다. 목표로 삼았던 매출 2조원이 가시권에 들어섰다. 유한양행은 2017년 1조4622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매출액 평균 성장률은 13%에 달한다. 이 추세면 2020년 매출 2조원 돌파가 무난하리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7월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를 시작으로 11월 폐암치료제, 올해 1월 비알콜성지방간염 식약후보물질 등의 분야에서 2조 5000억원에 달하는 성과를 거둔 것도 적극적인 연구 개발과 관계가 깊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방향성을 세우고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가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 21대 전문경영인...‘주인 없는 회사’의 놀라운 힘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회사의 긍정적 변화를 이끈 그가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서다. 직원이 승진을 거듭해 결국 대표이사에 자리에 오르는 그림은 누구나 꿈꾼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유한양행에서는 그게 가능하다. 월급쟁이 출신 사장님이 충분히 가능한 회사다.

이정희 사장은 2015년 유한양행의 21대 전문경영인에 취임했다. ‘21’이라는 숫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는 196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회사를 아들이 아닌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한 국내 첫 사례다. 창업주 유일한 박사는 가족들을 모두 유한양행에서 해고하고 주식도 처분해 경영에 간섭하지 못하게 했다. 

몇 년 전 재벌가 자제들의 갑질논란 등이 불거졌을 때,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유한양행 창업주 후손을 취재하려고 회사측에 연락처를 문의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유한양행측은 “회사와 관계한지 오래되어 창업주 후손들의 연락처와 사는 곳 등을 모른다”고 답해 화제가 됐다. 유한양행 CEO들은 평사원 출신들이다. 유한양행에서는 이런 그룹 분위기를 ‘유일한 정신’이라고 부른다.

이정희 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유일한 정신’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유일한 박사는) 창업주는 스스로 관리자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당신이 생각하시는 첫째가 국가, 그 다음이 사회였다. 그분은 나의 롤모델이자 영원한 삶의 멘토다.” 유한양행은 투명한 경영과 사회공헌 등으로 16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선정되는 등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된 기업이다. 이정희 사장은 그 기업에 뿌리를 내리고 자신의 리더십으로 열매를 더 키웠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왼쪽)이 2017년 1월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유일한상 시상식에서 수상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오른쪽)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왼쪽)이 2017년 1월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유일한상 시상식에서 수상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오른쪽)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눈에 띄는 긍정적 성과, 100주년 향해 가는 이정희식 리더십

제약사 유한양행의 최근 성과는 눈에 띈다. 우선 신약 파이프라인도 탄탄해졌다. 실제 이정희 사장 취임 전 9개에 그쳤던 신약 파이프라인은 2년여 후인 2017년 말 19개로 늘었고 2019년 4월 현재 27개에 달한다.

증권가에서 내놓는 보고서들을 봐도 긍정적인 전망이 많다. 신한금융투자 배기달 연구원은 “1월에 이어 대규모 기술 수출에 성공했기에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목표주가를 6.5% 상향 조정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나금융투자 선민정, 박현욱 연구원은 “2020년 마일스톤 수취로 실적 개선 효과가 가능하다”고 예상하면서 “기술이전에 대한 시장의 관점도 좀 더 호의적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전망을 밝혔다.

이정희 사장은 최근 “지난 3년 동안 씨앗을 뿌려왔다면, 향후 3년간은 열매를 맺도록 정착 확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연구 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취지다. 유한양행의 2019년 경영지표는 ‘Great & Global’이다. 이정희 “사장은 국내1위 제약사를 넘어 혁신적 신약개발을 통한 글로벌 제약사로의 새로운 도약을 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앞으로 3년을 꽉 채우면 유한양행은 100주년을 눈앞에 둔다. 유일한 정신을 이어 받은 이정희 리더십이 유한양행 100주년을 돋보이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한양행은 26일 장수 브랜드 삐콤씨의 신제품 삐콤씨 파워정 출시 소식을 알렸다. 삐콤씨는 1963년 출시된 대표 장수 브랜드다. 오랫동안 쌓인 신뢰와 그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할 미래 청사진이 이정희 사장과 유한양행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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