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전문가 기고]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만화 ‘둘리’ 등장인물 중 고길동이 안쓰러워 보인다면 그게 바로 어른이 됐다는 증거라고.

만년과장 ‘고길동’은 조카인 ‘희동이’를 비롯해 1억년 전 공룡 ‘둘리’와 깐따삐야 별 외계인 ‘도우너’, 라스베가스 서커스단 탈출 타조 ‘또치’를 벌어먹여 살리는 가장입니다.

고길동은 인간 구성원과 함께 한 상에 앉아 밥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시간을 꿈꾸지만 현실은 둘리와 친구들 때문에 소화불량, 위궤양, 치통에 시달립니다. 그런데…말입니다. 사회생활 해볼 만큼 한 그는 왜 여전히 과장일까요? 집안 내 괴로움으로 업무에 열중하지 못해서 일까요? 아니면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걸까요?

지난주부터 뜨거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대한민국 근로기준에 추가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입니다.

최근 수많은 언론이 앞다퉈 보도한 이슈가 있다. 바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숫한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제도화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시행 전부터 수많은 우려와 오해를 받고 있는 듯하다. 시행 이후인 현재 역시 이 제도를 두고 회사, 근로자 혹은 진보, 보수 상관없이 각자 나름의 논거로 우려를 표하는 모양새다.

우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라는 명칭이 문제다. 대한민국 그 어느 법전에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라 칭할 수 있는 법은 없다. 제도에 대해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근로기준법 중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가 신설, 시행된 것이라 표현해야 옳다. 따라서 편의상 부르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라는 명칭은 적절치 않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우리는 이 제도가 대한민국 근로의 ‘기준’을 다루는 법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의 의미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가 대한민국 근로의 기준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당 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된다.

하지만, 이러한 근로 기준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 일각에서는 명칭 만큼 모호해보일 수 있다는 법 규정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자료를 발견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개념적으로 살펴보면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 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일 것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을 것 등 3개 요소를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모호한 법 규정으로 인해 사업(또는 회사, 기업) 운영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완벽한 제도’는 존재하지 않고, 낯설기 때문에 시행 초기 다소의 혼란은 감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제도는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토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행위자 처벌 규정이 없어 유명무실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행위자 처벌’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한 국가차원의 징벌’을 말한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받았거나, 인지한 경우 했을 지체 없이 조사해야 한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된 경우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제도화 되어있다. 처벌을 가하기보다는 법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되, 사업장에서 취업규칙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예방하고, 조치하는 시스템을 구축토록 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그러나 몸담고 있는 회사의 조사와 처벌이 가볍다고만 볼 수는 없겠다. 생계의 근간이 되는 근로관계이기에 피부에 와닿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큰 경우 국가는 ‘근로기준법 제8조(폭행의 금지)’ 또는 형법 상 폭행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해 제도를 보완한다.

개인적으로 시행 초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바라보는 시선은 과거 ‘직장 내 성희롱 예방 제도’ 시행 당시와 유사한 양상과 비슷하다. 당연한 제도로 자리잡기까지 겪어갈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근로기준을 받아들이고 성실히 이행하는 것, 나부터 시작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이윤형 노무법인 나우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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