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목의 경영전략] ‘언더커버 보스(Undercover Boss)’
[최송목의 경영전략] ‘언더커버 보스(Undercover Boss)’
  • 최송목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 승인 2019.07.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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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경제신문 최송목 칼럼] 회사 규모가 어느 정도 궤도에 들어서면 사장이 직접 실무자와 대면할 수 있는 소통 범위의 물리적 한계가 생긴다. 소위 현장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정보가 차단되거나 왜곡되면서 결국은 사장의 판단을 흐리게 되고 눈먼 사장이 되어가는 것이다. 왕은 궁궐에 갇히고, 대통령은 청와대에 갇히며, 사장은 사장실에 갇히게 된다. 현장 감각은 조직운영의 핵심이다. 그래서 왕은 신분을 감추고 암행을 했고, 대통령은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별도 비선으로 바닥 민심 동향을 살피고, 사장은 수시로 현장을 둘러봄으로써 감각을 유지해 왔다.

TV프로그램 중에 “언더커버 보스(Undercover Boss)”라는 게 있다. CEO가 회사 일용직 직원으로 위장 취업하여 진행되는 몰래카메라 형식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현장 직원의 조수 또는 동료가 되어 같이 일하면서 그 불만이나 고충을 직접 느끼고 나중에 그 정체를 밝히고 고충도 해결해 주는 스토리다. 사장이 본사 사장실에서 서류로 보고받은 것과 실제 현장 직원들이 체감하고 있는 현실과의 괴리를 파악하려는 노력이고 일종의 이벤트다. 현장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조직 규모가 커서 현장을 직접 살필 수 없을 때 효과적이다. 이는 임원들의 엉터리 보고를 예방할 수 있는 지렛대 효과도 있다.

피라미드 조직의 최상단 외톨이 사장들이 마주하는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은 임원들의 정보 왜곡이다. 위계질서와 조직에 익숙해 있는 간부들은 최고 인사권자인 사장이 좋아하는 보고만 하게 되고 사실을 사실대로 보고하기를 주저한다. 특히 보스가 듣기 거북해할 의견이나 보고가 얼마나 위험한지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 왕권 시대에는 목숨을 걸어야 했고 지금 시대에는 자리가 위험할 수 있다. 사장의 권위가 높이 올라갈수록 이를 과도하게 인정하려는 부하들이 스스로 방어막을 형성함으로써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가정에서도 가장인 아빠가 완고하거나 권위를 앞세우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도 아들, 딸, 엄마가 쉬쉬하며 정보를 왜곡하거나 차단하는 사례를 어렵사리 볼 수 있다.

눈먼 사장이 되지 않고 정확한 정보, 실상을 제대로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장 스스로 권위를 떼어내고 자기를 낮추는 방법과 반대 의견을 내는 직원에 대하여 그 자리를 흔들지 않는 것이다. 먼저 사장의 권위와 신분을 잠시 내려놓는 것, 소위 계급장을 떼고 토론하기 같은 것은 말은 쉽지만 동양 정서상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술자리에서 가끔 있기는 하지만 감정이 개입되고 토론 깊이에 한계가 있다. 다른 하나는 회의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하던지 그 자체로는 문제 삼지 않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토론은 토론일 뿐, 후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이 누구냐가 아니라, 무엇을 말하고 있는냐에 집중하는 것이다.

옹정제(청나라 5대 황제)는 지방관들에게 주접(奏摺)이라는 편지 형식의 보고서를 요구했는데, 작황과 물가, 민심 동향에 이르기까지 시시콜콜 있는 그대로 보고하도록 언론의 자유를 보장했다. 그 과정에서 아부성 허위 보고도 있었지만 "편지로 왔기에 망정이지 공문으로 제출했다면 큰 벌을 받았을 것"이라 경고만 했을 뿐 특별한 처벌은 없었다. 그러자 자금성에는 백성의 생활상을 그대로 알리는 주접이 쇄도했다.

또 하나는 회의에 임하는 사장의 유연성과 배려심이다. 중소기업의 사장들은 누구보다도 회사의 각 업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부심 강한 사람들이다. 대부분은 사장에게 익숙한 내용이고 한시가 바빠 오래 듣고 있을 시간도 없다. 하지만 어렵사리 꺼낸 직원 이야기에 맞장구도 쳐 주고 기운도 북돋워 주어야 한다. 그래야 신이 나서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편하게 할 것이고 정보 풀도 넓어진다.

이때 사장은 본인의 의견이나 반론은 가능하다면 하지 않는 게 유익하다. 정보제공자에게 보스가 자기 의견을 낸다는 것은 사전 지침을 내리는 것과 같다, 범위와 내용을 미리 한정 짓는 것이다. 단지 참고 들어주는 배려와 인내심이 필요할 뿐이다. 사장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일종의 편견이다. 이런 분위기가 과도해지면 주변에서 더 이상 새로운 정보나 아이디어가 들어오지 않는다. 엉뚱한 생각, 반대 의견에도 “그럴 수도 있겠네요"하는 태도의 유연성과 겸손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엉뚱했거나 수많은 반대를 거쳐 완성되었다.
 

<칼럼니스트= 최송목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사장의 품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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