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1명으로 시작된 AI R&D조직 150명으로 성장
AI, 문제 해결 방법을 찾거나 기존 기능을 개선하는 도구
김택진 대표 윤송이 사장이 적극적으로 AI 관련 투자 주도

엔씨소프트 AI관련 전략을 설명중인 이재준 AI센터장과 장정선 NLP센터장
엔씨소프트 AI관련 전략을 설명중인 이재준 AI센터장과 장정선 NLP센터장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3시간짜리 야구 중계를 10분으로 자동 압축해서 보여준다. 경기중에 응원팀이 이기면 캐스터가 신나는 목소리로 중계하고, 지고 있으면 차분한 목소리로 중계한다. 엔씨소프트가 AI를 활용해 앞으로 선보일 야구정보 서비스의 한 장면이다.

엔씨소프트가 18일 경기도 판교 R&D센터에서 ‘AI 미디어 토크’를 열고 자사에서 연구 중인 AI관련 기술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엔씨소프트는 “AI 기술의 어떤 부분이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는지 탐색하고 서비스와 AI가 만나면 어떤 측면으로 가치를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 이용자가 음성명령어로 캐릭터를 조작하거나, AI가 게임 개발에 투입되는 등 다양한 미래 방향성도 제시했다.

엔씨는 지난 2011년 2월 AI 테스크포스(TF)를 조직, 2012년 12월 AI 랩을 설립하고 2016년 1월에는 AI 센터로 확대하는 등 AI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전문 연구인력 150여명이 AI를 미래 먹거리로 여기고 다각도로 들여다보는 중이다.

컴퓨터가 인간처럼 사고하고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AI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건 지금 시대 소비자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어쨌든 AI기술은 과거에 비해 크게 진일보했고, 이제 인공지능은 어려운 문제에 대해 해결 방안을 찾거나 기존 기능을 새롭게 개선하는 도구로 널리 쓰이게 됐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이재준 AI센터장과 장정선 NLP센터장이 기자들과 나눈 대화를 옮겨 보면 이렇다.

- AI 관련 연구는 보안을 철저히 지키며 비밀스럽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소통하고 공유하고 교류하고 협력하는 것을 중시한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기술연구도 서로 공유하고 나누는 방식을 많이 취한다. 물론 내부적으로 철저한 보안 하에 유지되는 연구도 많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기업 중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AI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 노하우를 나누자는 취지도 있다.

-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최근 한국을 방문해 AI 관련 발언을 많이 했다, 김택진 대표도 AI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손 회장고 만난 이후 특별한 주문은 없었나?

2016년 ‘알파고’ 붐 이후 AI 열풍이 반짝 불었다가 최근 살짝 잦아든 감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언급해서 화제가 되니 연구자로서 힘이 난다. 김택진 대표가 관련 미팅 이후 특별히 주문한 내용은 없다. 다만 ‘AI가 여러 가지 차원에서 많이 사용되고, 특히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소로서 AI가 활용돌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해들었다.

- AI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삶을 변화시킬지 궁금하다. 예를 들면 음성을 받아 적는 서비스는 언제쯤 가능할까?

사실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다. 사람이 자유롭게 말하는 내용을 듣고 곧바로 텍스트로 바꾸는 건 아주 복잡한 과정이다. 음성인식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져서 어느 정도 ‘쓸만해졌다’는 판단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쓰기가 불편 없이 이뤄지는 수준은 아직 아니다. 사람들은 대화를 주고 받을 때 지금 어떤 주제로, 어떤 분위기로 얘기가 오가는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해하는데 AI가 그걸 해내는 건 쉽지 않다. 다만, 꾸준히 도전 중이다.

음성명령을 통한 ‘보이스커맨드’ 기술을 언급한 바 있는데, 콘솔게임 등 다른 제조사와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들의 체험 폭이 훨씬 넓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일단 모바일 환경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물론 PC나 콘솔 등과 협력을 염두에 둔다면 그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다만, 기술이 아니라 엔씨소프트의 사업 시선에서 보면 그 기술을 누구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

AI관련 연구(R&D)가 실제로 기업의 매출에 큰 기여를 하는건가

R&D는 사실 중장기 프로젝트로 봐야 한다. “그래서, 너희들은 언제 돈 벌어올래?”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답하기 어렵다. 게임 개발 과정에 AI 기술이 적용되어 개선점을 찾고 도움을 줬다고 해도 그걸 구체적으로 계산하기도 어렵다. AI부서가 꿈꾸는 건 일부의 개선이 아니라 커다란 혁신이고, 그건 인내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연구하는 게 아니라 AI분야의 전반적인 부분을 연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엔씨소프트도 그런 연구들을 진행한다. 데이터센터에서 데이터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보안센터에서는 해킹 등 보안 관련 부정행위를 찾아내는 기술도 연구한다. AI센터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지 않은 것 뿐이고, 엔씨소프트에서는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큰 틀에서 AI가 어떤 혁신을 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 게임에 음성명령 기능이 포함되는 게 정말로 소비자에게 유용한 기능인지 의문도 든다.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사업 관련 부서에서 관련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그것을 구현해보는 중이다. 물론 소비자들의 반응도 꾸준히 체크할 계획이다. 명령어를 통해 나타내는 결과가 크고 위험한 분야는 좀 나중에 적용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몬스터를 공격하라거나 어떤 무기를 사용하라는 명령어는 위험성이 높다. 대신 ‘아이템을 구입하라’거나 어느 지점으로 이동하라는 등의 기본적인 명령어에 먼저 적용할 계획이다.

- 김택진 대표와 윤송이 사장은 AI의 방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AI조직을 처음 만들자고 제안했던 사람이 윤송이 사장이다. 8년 전 윤송이 사장이 내게 줬던 숙제가 ‘엔씨의 AI조직을 만들어달라’는 거였다. 초창기 방향성을 고민할 때 윤 사장이 큰 역할을 했다. 윤송이 상장이 미국으로 발령난 후 조직을 이끈 것이 김택진 대표다. 김택진 대표와 굉장히 많은 논의를 했다.

다른 기업에서도 일해봤는데, 대표이사와 임직원이 그렇게 깊은 논의를 하는 경험은 사실 낯설었다. 지시사항을 그대로 이행하거나, 건의사항이 반영 또는 묵살 둘 중 하나가 되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김택진 대표는 기본적으로 지식과 정보가 많은 사람이다. 게임에 어떤 AI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많이 제공했다.

윤송이 사장도 여전히 많이 도움을 준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유명한 기업인이다. ‘휴먼 네트워크’가 매우 좋아서 실무자들이 고민을 얘기하면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나보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올해 3월 스탠포드대학에 AI연구소가 생겼는데 윤송이 사장이 자문위원이다. 자문위원 명단을 보면 에릭 슈미트, 야후 공동창업자 같은 사람들이다. 그런 인물들과 교류하고 거기서 얻은 정보나 네트워크를 가지고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 앞으로 AI 기술의 방향성이 궁금하다.

흔히 생각하는 그림은 사용자가 지시를 내리고 AI가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컨텐츠에도 감정을 이입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콘텐츠가 애착의 대상이 되고 교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AI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다. 게임회사로서 AI중심의 새로운 형태의 게임도 계속 고민 중이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즐거움’으르 만든다는 게 사실 어려운 일이다. 다만, 엔씨소프트의 AI 기술이 현재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말은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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