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소비자들은 왜 엔씨소프트 '리니지'에 열광하는가?
모바일 게임 소비자들은 왜 엔씨소프트 '리니지'에 열광하는가?
출시 21주년 앞둔 스테디셀러, ‘린저씨’ 파워의 원동력은?
“공학적으로 만들었지만 소비자는 감성적으로 몰두하는 게임”
유저들이 직접 만드는 스토리텔링...유저간 긴밀한 관계도 인기 요인
  • 이한 기자
  • 승인 2019.07.16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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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대표가 리니지M 서비스 1주년 미디어 간담회 'YEAR ONE'에서 키노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리니지M 서비스 1주년 미디어 간담회 'YEAR ONE'에서 키노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두달 후면 '리니지'가 출시 21주년을 맞는다. 리니지는 모바일화에 성공했고 해외에서도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주는 효자게임이다. 1990년대에 출시된 게임이 이토록 오랫동안 인기를 끈 이유는 바로 게임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다.

20여년 전에 출시하거나 생산된 제품 중에서 지금까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물건이 얼마나 될까. 만일 그런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어떤 지점에서 소비자를 만족시켰을까. 이 해답에 관한 힌트가 궁금하다면 엔씨소프트의 게임 리니지를 주목하자.

21주년을 앞둔 리니지는, 1990년대 후반 PC방 문화를 주도했던 게임이다. 말하자면 국내 온라인게임의 원조 또는 조상격이다. 리니지는 국내 MMORPG게임의 이정표가 됐고 리니지를 앞세운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산업을 이끄는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출발부터 파죽지세

첫 출발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서비스 런칭 2개월 후 동시접속자 1000명을 돌파했고 이듬해(1999년) 12월 1만명을 넘었다. 이후 2000년 12월에는 10만명, 2001년 12월에는 30만명을 넘기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리니지는 게임 돌풍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사회현상이 됐다.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등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기도 했다.

단순히 시대를 잘 타고난 것도 아니다. 1990년대는 아직 ‘오락실’문화가 남아있었고 TV와 연결해 즐기는 콘솔 게임의 강세가 유지되던 시절이었다. 리니지 등으로 PC방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지만 PC방에서 독주한 것도 아니다.

당시 리니지는 글로벌 게임 스타크래프트, 여성 유저나 아이들에게도 크게 인기를 끌었던 포트리스 등 소위 ‘역대급’ 게임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2000년대 초반 이후에는 카트라이더 등 인기 게임이 대거 출시되면서 PC게임 시장이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그 과정을 모두 이겨내고 살아 남아 최근 모바일에서까지 강세를 보이는 게임이 바로 리니지다.

리니지의 오랜 인기는 소비자들의 충성도에서 나온다. ‘린저씨’라는 말이 있다. ‘리니지 하는 아저씨’의 줄임말로 게임 내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과도한 과금을 하거나 자신의 성향을 고집스레 다른 유저에게 강요하는 사람들을 지칭할 때 쓴다. 하지만 ‘아저씨’라는 단어를 바꿔 말하면, 그만큼 오랫동안 게임을 즐겨온 골수팬이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 게임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만드는 다양한 스토리텔링

리니지의 성공요소는 스토리텔링이다. 게임사가 만든 세계관과 스토리가 굉장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게임의 큰 그림은 유저들이 직접 참여해 만든다. 리니지 유저들은 서버별로 모여 게임을 즐기고 그 안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서로 혈맹을 맺고 전쟁을 벌인다.

유저들은 게임 노하우나 보유한 장비 등에 따라 강자와 약자로 나뉜다. 강자들이 주로 서버 내 룰을 정하고 약자들은 따른다. 그러나 때로는 약자들이 반란을 일으켜 강자를 몰아내기도 한다. 엔씨소프트가 정해놓은 룰이 아니라 유저들끼리 내부적으로 합의한 규칙이 더 중요하다. 물론, 그 규칙에 반기를 들고 ‘민중 봉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단순히 잠시 접속해 스트레스를 풀고 전원을 끄는 게임이 아니라 그 안에서 유저들과 서로 다투고 화해하고 또 싸우고 그러다 친해지기도 하면서 복합적인 관계를 맺어간다. 실제로 리니오랜 유저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기억은 뭐냐’고 물으면 게임 업그레이드나 캐릭터 얘기가 아니라 특정 유저의 첫 등장이나 탈퇴, 또는 유저들간의 대규모 전쟁을 꼽는다.

리니지2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배재현 부사장은 ‘공학적으로 만들어지지만 결국은 감성적으로 몰입하는 게임을 목표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저들이 스스로 맺어가는 게임 내 관계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 단순한 놀거리를 넘어 거대한 플랫폼이 된 게임

1999년부터 PC로 리니지를 즐겼고 지금은 모바일 리니지M 유저라고 밝힌 한 소비자는, “40대를 넘으면서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연락은 이제 뜸해졌는데 리니지 혈맹 멤버들과 지금도 수시로 연락하고 같이 게임하며 관계를 맺는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리니지를 함께 즐기는 유저 19명이 모인 채팅방이 있다. 이곳에서 이들은 게임 전략을 짜고 수다도 떤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과거 서울대학교 강연에서, “사람들이 인터넷을 정보의 망으로만 생각할 때 나는 ‘엔터테인먼트의 망’으로 보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놀 수 있는 즐거움과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는 얘기다. 김택진 대표는 인터넷 게임이 하나의 플랫폼이 되는 것을 상상했고 그것을 실현시켰다.

김택진 대표는 국내 컴퓨터업계 1세대 이찬진씨와 함께 한글 워드프로세서 개발에 참여했다. 40대 이상 세대들이 키보드 자판 배열을 익혔던 한메타자교사도 김택진 대표 작품이다. 개발자로서도 국내 산업계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그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즐거움을 공유하기를 원했다. 21년 전 리니지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고, 그 가능성은 지금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엔씨소프트의 향후 전망을 밝게 본다는 리포트를 연달아 내놨다. 그 근거는 리니지2M이 국내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21년간 탄탄하게 쌓아온 리니지의 저력과 충선스러운 유저들의 만남이 또 다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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