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이튿날 주말, 주요 경영진 긴급 소집 비상경영 선포
대체 공급망 확보 및 장기적인 대응 방안 마련 위해 총력
산업계, 외부 변수에 대응할 장기적인 힘 키워야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경영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하게 되면서 삼성의 미래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 '비상계획'수립을 주문했다 (사진=삼성전자)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주말 주요 경영진을 긴급 소집해 회의를 열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대체 공급망과 향후 대응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삼성전자가 연일 분주한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산업의 체질을 장기적으로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재용 부회장이 5박 6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지난주 금요일 귀국했다. 주중 열렸던 청와대 정책간담회조차 불참할 정도로 긴박한 일정이었다. 이 부회장은 귀국 이튿날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반도체 부문과 디스플레이 경영진을 소집했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귀국 다음 날 곧바로 회의를 소집한 것은 해당 이슈에 대해 그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주말 회의에는 김기남 DS부문 총괄 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강인엽 시스템 LSI사업부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공급망 관련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수립하라고 주문했다. 컨틴전시 플랜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비상계획을 뜻한다. 경영자가 예측하기 어렵거나 예측했다고 하더라도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우발적인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자세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경영기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이 부회장이 향후 일본의 제재가 계속되면 부품뿐 아니라 TV, 휴대폰까지 영향 줄 수 있어 시나리오별 대응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거래선 다양화 및 국내 소재산업 육성 방안 검토도 함께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단기 현안 대처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 환경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고,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자”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조만간 정부 관계자와 만나 대응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관한 청와대 정책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만큼, 정부측과 따로 만나 일본 현지 상황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수출규제 품목이 늘어나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 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것에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차제에 해외발 경영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은 늘 리스크에 대비하고 플랜B를 생각한다. 구매 담당자들이 늘 해오던 일이 바로 이런 사태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이 외부 변수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장기적인 힘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이슈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산업계가 이번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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