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측"업종·규모별 구분적용 최우선으로 제도 개선해야"
중기중앙회 측 "동결 안 돼 안타까워"…소상공인들 강경 대응 나설까
노동계 "노동 개악 분쇄 위해 총파업 포함 전면적인 투쟁"

내년 적용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됐다.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 2020년 적용 최저임금안 투표 결과가 보여지고 있다. 사용자안 8590원이 15표를 얻어 채택됐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2.9% 인상된 시간당 8590원으로 확정됐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위원들은 12일 입장문을 내고 최종적으로 최저임금이 8590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내년도 인상률은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금융위기와 필적할 정도로 어려운 현재 경제상황과 최근 2년간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이 절실히 기대한 최소한 수준인 '동결'에 이르지 못한 것은 아쉬운 결과"라고 말했다.

이들은 "사용자위원들이 2.87% 인상안을 제시한 것은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초래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이번 결정이 경제활력을 제고하고 중소영세기업,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줄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조만간 설치될 제도개선전문위원회에서 업종과 규모별 구분적용을 최우선으로 해서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 수 합리화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서 2021년도 최저임금은 합리적으로 개선된 제도에서 심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영계 "불가피한 선택" 수용
 
앞서 최저임금 조정률을 4.2% 삭감하는 방안을 제시했던 경영계는 "아쉬운 수준이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최저임금은 동결 이하에서 결정되는 것이 순리였다"며 "경영계로서는 부담이 가중된 수준이지만, 어려운 국내의 경제 여건에서 파국을 피하기 위해 국민경제 주체 모두 힘을 모아 나가야 하는 차원에서 감당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경총은 "최저임금은 주요 경쟁국들과 비교해 최고 수준에 이른 만큼 앞으로는 국제경쟁력과 경제논리만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제도개선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역시 입장문에서 "최저임금 동결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2.98% 인상으로 결정돼 매우 아쉽다"며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선 업종·지역별로 부가가치와 생산성, 생활비 수준이 다른데 일률 적용하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격월이나 분기에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현물로 주는 숙식비 등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아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를 바로잡고 유급 주휴시간을 시급 산정시 제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도 긴급 입장문에서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절실히 기대한 동결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쉽고, 안타까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중기회는 "중소기업계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서 적응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향후 최저임금위가 기업의 지급능력을 고려한 업종별·규모별 구분 적용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논의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해온 소상공인연합회는 별도 입장문을 내진 않았지만, 지난 10일 열린 업종·지역 특별연석회의에서 결의된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 회의에서 "최저임금위가 최저임금 차등화와 최저임금 고시 월 환산액 삭제 등을 무산시킨 것은 소상공인들의 근본적 요구를 외면한 것"이라며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규탄대회 등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상의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별도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경총과 전경련을 비롯한 사용자 측 단체들은 최저임금과 관련해서 이의신청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정부 "수용도 잘 반영...절차 거쳐 고시할 것"
    
정부 역시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결정한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사용자와 노동계 모두의 수용도를 고려해 재심의를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과거 2년 치 최저임금은 기대 이상 높았지만, 오늘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은 3%가 좀 안 되는 수준이라 여러 고용 상황, 경제에 미치는 영향, 수용도가 잘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번 결정에 대해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다음 달 5일까지 확정 고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장관은 "오늘 의결된 최저임금안은 최저임금위원회 노·사·공익 위원들의 심도 있는 논의와 치열한 고민을 거친 것으로 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안을 제출하는 즉시 이를 고시하고 이의 제기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 과정에서 노·사 단체 대표자뿐 아니라 청년, 중장년, 여성,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최저임금에 직접 영향받는 분들의 의견까지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 노동계, "실질적인 삭감 결정" 강력 반발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개악", "참사"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력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참사가 일어났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7%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75%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라며 "이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1만원 실현도 어려워졌다. 노동존중 정책,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완전 거짓 구호가 됐다. 결국, 최저임금은 안 오르고 (산입범위 확대 등) 최저임금법만 개악된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시대정신을 외면한 결정을 넘은, 경제 공황 상황에서나 있을 법한 실질적인 최저임금 삭감 결정"이라며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의 절규를 짓밟고 최저임금이 가진 의미를 뒤집어 끝내 자본 편으로 섰다. 나아가 정부가 가진 권한으로 최저임금 포기와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기대조차 짓밟힌 분노한 저임금 노동자와 함께 노동 개악 분쇄를 위해 총파업을 포함한 전면적인 투쟁을 조직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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