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 업종간 '콜라보' 열풍 갤러리도 동참
'스케이프 플러스', 그림에 명리 더한 강좌 개최
손서영 관장, "이종 업종과의 협업으로 갤러리 문턱 낮춰나갈 것"

'스케이프 플러스' 갤러리의 손서영 관장이다.(사진=소비자경제)
'스케이프 플러스' 갤러리의 손서영 관장.(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최근 경제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이종 업종간 '콜라보'가 대세다. 증권사는 ‘음식’을 매개로 한 투자의 장을 마련하고, 커피를 파는 카페에서는 블록체인을 도입, 비트코인 시황을 보여준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업종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 역시 도무지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그래서 손서영 관장은 갤리러 안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궁금증의 판도라 ‘명리학’이라는 이종 업종을 불러들였다.

손서영 관장은 “아직 우리나라는 그림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며 “그래서 ‘그 접근방식을 달리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거기서 이번 프로젝트가 출발했다”고 말했다.

손 관장은 “사람들에게 그림으로 친숙하게 다가가 다가가려는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명리학이 하나의 루트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며 “그렇게 이번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전했다.

명리학자인 도겸 선생이 '나를 생하는 그림' 강연 중이다.(사진=소비자경제)
명리학자인 도겸 선생이 '나를 생하는 그림' 강연 중이다.(사진=소비자경제)

 

그렇게 지난 7월2일 서울 중구 ‘스케이프 플러스’에서 명리학자 도겸 선생이 강연자로 나선 ‘나를 생하는 그림’ 행사가 진행됐다. ‘보는 것’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그림’과 ‘명리’를 좀 더 친숙하게 대중 앞으로 소개하려는 의도다. 전자는 감상하다(appreciate)에 가깝고, 후자는 상담하다(consult)에 가깝지만 그래도 둘은 큰 틀에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치유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갤러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사주에 맞는 좋은 그림을 찾아주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90분으로 계획됐던 시간은 2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다. 강연자에게 명함을 건네는 이들도 많았다.

손 대표는 “오늘 온 손님 대부분은 궁금해서 참가를 신청했다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돌아갈 때는 다들 오길 잘했다는 인사를 건내고 가셨다”며 “아는 분을 통해 알게 된 명리학자분과 이야기 하다보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운 공간에서의 쇼케이스로 행사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라진 미술 시장도 이종 업종과의 협업을 실행에 옮기게 해줬다. 축소되는 미술 시장 속에서 낙찰률 고공행진을 기록한 작가 카우스가 손 대표의 영감 원동력이었다. 그의 성공을 통해 미술을 바라보고 접근 방법이 여러 가지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시장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손 관장은 “카우스의 작품은 어떻게 보면 쉬울 수 있고, 이것으로 하여금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부드러운 힘이 있었다”며 “보수적인 미술계에서의 카우스의 성공을 보며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케이프 플러스 갤러리 입구다.(사진=소비자경제)
스케이프 플러스 갤러리 입구다.(사진=소비자경제)

‘스케이프 플러스’는 지난 2004년 개관, 종로구, 용산구 등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왔다. 주로 한국의 신진작가를 발굴해 내고, 아트바젤 홍콩 등의 무대를 통해 해외에 소개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손 관장은 “약 15년 동안 여느 갤러리와 다를 바 없는 활동을 하며 보수적으로 기획을 해오고 있었다”며 “2달 전 월콤시티로 이전을 결정하면서 그림을 접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우리가 작가와 손님간의 중간 역할을 잘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는 소회를 밝혔다.

또 “실제로 갤러리에 오시는 분들을 보면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막연하게 ‘나에게 좋은 그림’을 찾으러 오시는 분들이 더 많다”며 “나무가 있고, 말이 그려져 있고, 컬러는 빨갛고 등등 명확한 요구가 없으면 원하는 그림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작가를 찾고, 구매할 사람을 찾는 일을 끝내고 나면 행복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일을 해왔다”며 미소지었다.

그는 그림을 사지 않더라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갤러리의 견고한 문을 열기를 바랬다. 실제로 갤러리를 찾는 사람들은 모두 그림을 잘 아는 사람은 아니다. 전문 콜렉터부터 자신의 방 한구석을 채울 아늑한 한 점을 찾는 고객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갤러리 스케이프에는 백만 원 단위부터 억 단위까지 천차만별의 가격을 자랑하는 작품들이 두루두루 전시되어 있다.

모두가 자신만을 위한 ‘좋은 그림’을 찾을 때까지 손서영 관장의 갤러리 문턱 낮추기를 위한 협업은 계속된다. ‘스케이프 플러스’는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이종 업종과의 콜라보를 진행할 예정이다.

손 관장은 “물건 자체가 작품이 돼서 가치 창출할 수 있는 굿즈 제작 등 앞으로 이종 업종과의 콜라보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11일 진행되는 강진주 작가의 전시 ‘쌀을 닮다’ 오프닝에서도 현대무용가 양길호, 뮤지션 하림이 꾸미는 색다른 전시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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