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계 기계류 일본 의존도 높아
소프트웨어, 배터리 등 다양한 업계에서 관심 주목
“무역 전쟁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 필요”

수출이 개선되면서 제조업 체감경기가 22개월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제조업계 등 산업계가 일본의 수출 규제 확전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소비자경제 DB)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일본의 소재 수출 제한 조치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를 넘어 다른 분야로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이 오는 18일 추가 조치를 예고한 만큼 상황에 따라 다른 품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다양한 제조업계에서 관련 이슈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마다 사용하는 제품이 다르고 공정도 달라서 일괄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각종 기계류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흔히 상상하는 조립용 로봇 팔 등 제조 로봇 분야에 일본 제품이 많다”고 지적했다.

◇장비, 부품, 소프트웨어...기계 전 분야에 걸쳐 日 영향력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정밀·공작기계 부품도 많은 부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공작기계란 ‘기계를 만드는 기계’이다. 금속을 깎거나 자르고 구멍을 뚫는 등 정밀 가공이 필요한 공정에 사용한다. 제조업은 물론이고 자동차나 조선 중공업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공작기계가 필요하다.

하드웨어에만 적용되는 이슈가 아니다. 국내산이나 독일 장비를 사용하지만, 장비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가 일본 제품인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가 수출 제한 품목을 확대할지, 만일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물론 무역분쟁이 일어나도 해당 기계나 소프트웨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당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출 규제 조치가 장기화하면 해당 제품이나 부품을 사용하는 기업이 장기적인 생산 일정을 마련하거나 투자 전략을 세우는데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일선 제조업체도 부품이나 장비 등의 국산화, 다변화를 고려한다. 하지만 제조 물량 수요를 맞추는 게 더 급한 이슈다 보니,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부품 교체 등에 관해서는 검토할 여유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배터리 등 여러 분야 촉각 곤두...“외교적 해결 필요”

배터리 시장도 관련 이번 이슈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배터리 관련 원천 기술이 주로 일본 학계와 업계에서 연구 개발된 것으로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일부 소재들은 의존도가 우려할 수준으로 높다”는 의견도 덧붙인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산 제품의 대일 수출 규제 등 같은 방식으로 응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확전을 우려하고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자는 목소리에 조금 더 힘이 실리는 추세다. 산업계 전반에 걸쳐 일본과의 교역이 활발한 상황이어서 이번 조치가 한일간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번지면 피해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경제가 아닌 외교 차원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언론을 통해 “무역분쟁이 아니다. 외교적 해결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정부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다각도로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감도는 무역전쟁의 기운이 산업계와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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