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모르는 ‘스세권’ 스타벅스 매장 따라 돈이 흐른다
충성심 높은 소비자와 IT의 만남, 마케팅 新성공사례
8년 만의 고액 배당, 스타벅스 본사와 신세계 결별 소문도...

(사진=스타벅스 제공)
스타벅스가 국내 진출 20주년을 맞이했다 (사진=스타벅스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스타벅스 1호점이 문 연지 20년이 됐다. 그동안 스타벅스는 불황을 모르고 소비 흐름을 주도했다. 오랜 빌딩도 스벅이 들어서면 ‘스세권’으로 부활했다. 소비자들은 스타벅스의 현란한 마케팅에 지갑을 열었다. 거듭된 성공에 힘입어 고액 배당을 실시한 스타벅스코리아를 두고 호사가들이 입방아도 찧는다. ‘별다방’에 얽힌 3가지 키워드를 짚어본다.


강남 건물주 “스타벅스 사장님을 모십니다”

1999년 7월 한국 1호점을 오픈한 스타벅스가 국내 상륙 20주년을 앞두고 있다. 스타벅스는 2018년 1조 522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세다. 업계 2위 투썸플레이스 지난해 매출이 2743억원, 업계 3위 이디야가 2004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독주 체제다.

지난해 매출을 2000년과 비교해보면 176.3배 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매년 꾸준히 20%이상 고성장을 기록한다는 점. 스타벅스는 2006년과 2010년을 제외하고 매년 20% 이상 매출 성장을 이뤘다. 커피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의견이 많은 최근에도 ‘스벅’의 성장세는 그칠 줄 모른다.

‘스세권’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스타벅스는 직영 매장으로 장기계약을 맺고 유동인구 많은 상권을 선호한다 스타벅스 매장 근처는 곧 핫플레이스가 된다. 개그맨 박명수 아내 한수민씨가 서울 성신여대 인근 건물을 매입해 스타벅스를 입점시킨 후 차익 남기고 매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런 점포를 키 테넌트(Key tenant)라고 부른다. 소비자를 불러 모을만한 키포인트가 되는 핵심 점포로, 다른 가게를 포함한 근처 상권을 함께 상승시키는 힘을 가진 세입자(tenant)다.

과거에는 보신각, 명동성당, 동대문 같은 랜드마크가 하던 역할이었다. 최근에는 인지도 높은 브랜드 점포가 대신하는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스타벅스 매장이다. 실제로 건물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중 하나가 스타벅스다.

최근 강남 부동산이 공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스타벅스 매장만큼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말 1000개이던 매장 수는 2018년 말 기준 1262개가 됐다. 강남구의 한 부동산임대업자는 “스타벅스 매장이 망해서 ‘임대’ 현수막 걸려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사람들은 건물주를 꿈꾸지만, 요즘 건물주들은 1층에 스타벅스 집어넣는 것을 꿈꾼다”고 말했다.

 

감성 마케팅+IT 기술 = 충성심 높은 소비자

한국 스타벅스 매출은 미국 중국 캐나다 일본에 이어 세계 5위다. 국토 면적이나 인구수를 비교하면 국내 소비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스벅에 열광한다고 보아도 좋다.

돌아보면,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커피가 밥보다 비싸다’며 고개를 젓는 사람도 있었고, 인터넷 게시판에는 ‘된장녀들이 스타벅스에 간다’는 식의 악플도 많았다. 그러나 결국 스타벅스는 고급화 전략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삶에 빠르게 파고 들었다.

스타벅스는 왜 인기 있을까. 스벅은 마케팅 업계에서 얘기하는 ‘좋은 사례’를 굉장히 많이 시도했다. 반대로, 스벅이 시도 함으로서 업계로부터 ‘좋은 마케팅’ 사례로 인정된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은 프리미엄 전략이다. 리저브 매장을 보자. 2016년 도입한 리저브 매장은 프리미엄 및 한정판 전략을 쓰고 일반 매장보다 가격을 2000~3000원 정도 비싸게 받았다. 이 매장은 현재 50곳까지 늘었다. 90년대 후반부터 인기였던 ‘커피전문점’을 전체적으로 고급화, 브랜드화 시킨 것도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한정판 마케팅에서도 선두주자다. 계절별 MD상품이나 한정판 럭키드로(어떤 상품이 들었는지 모르는 랜덤식 추첨제 상품)를 꾸준히 출시해 매년 완판시킨다. 소비자들은 스타벅스 텀블러 수집가를 자처하며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었다.

마케팅에 IT를 도입하는데도 발이 빨랐다. 2014년 개발한 사이렌 오더가 대표적이다. 방문 전 스마트폰으로 주문과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다. 음료가 만들어지면 콜 마이 네임 서비스로 ‘55번 고객님’ 대신 소비자가 스스로 정한 이름을 불러준다. 사이렌 오더는 주문 누적수가 6600만건에 달할 만큼 인기다.

지난해 6월 선보인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도 혁신적이다. 소비자 차량 정보를 스타벅스 선불식 충전 카드와 연동해 드라이브 스루 이용 시 결제수단을 따로 내지 않아도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지역 친화 이슈나 친환경 등 소비시장의 새로운 키워드에도 유연했다. 스타벅스는 국내 특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지역 상생 제품을 제공한다. 이천 햅쌀 라떼, 문경 오미자 피지오, 제주 꿀 땅콩 라떼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부터는 종이 빨대도 도입했다. 이런 전략이 브랜드 파워와 만나면서 충성스런 소비자들도 늘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출처=신세계)
스타벅스의 배당을 두고 업계에는 여러 추측이 오간다 사진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출처=신세계)

8년만의 배당, 신세계 200억원 확보...그 배경은?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거듭하던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해 4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진행했다. 스타벅스코리는 스타벅스 본사와 신세계가 지분을 50%씩 갖고 있다. 양사에 절반씩 배당되었다고 보면 신세계는 이 배당으로 200억원을 확보했다.

돈 많이 번 회사가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은 유별난 일이 아니다. 스타벅스는 작년 말 기준 이익잉여금이 4000억원을 넘고 2017년부터 무차입 기조가 이어지는 등 경영 안정성도 갖춘 기업이다. 그러므로 재무 사정을 보면 해당 배당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도 배당이 주목받는 이유는 타이밍 때문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2010년 30억원을 배당한 이후 이번이 8년 만의 배당이다. 스타벅스는 2005년, 2007년, 2009년 그리고 2010년까지 4차례만 배당을 진행했고 당시 액수는 2~30억원 정도였다 (2005년은 60억원)

모처럼의 배당을 두고 업계에서는 여러 추측이 오간다. 일각에서는 ‘신세계와 스타벅스 본사가 결별을 준비한다’거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요구해 배당이 진행되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추측의 근거는 이렇다. 최근 신세계가 SSG닷컴 등을 비롯해 온라인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와 쿠팡 등이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신세계가 배송과 물류 등 인프라 강화에 힘쓰기 위해 적잖은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

만일 스타벅스 본사가 신세계의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을 인수한다면 신세계는 조 단위 현금을 얻을 수 있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이 금액이 매우 반가울 것이라는 게 추측의 근거다. 실제로 스타벅스 본사는 중국과 일본에서 현지 합작사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로 현지 회사와 관계를 정리한 사례가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배당 실시 요건이 충족돼 배당이 이뤄진 것이며, 스타벅스코리아는 조인트벤처 형태로 계약 기간이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커피업계 관계자도 “중국과 일본 사례 말고도 독일과 인도 등 합작회사 형태로 꾸준히 매장을 운영 중인 사례도 많아서, 해당 국가 사례를 근거로 결별을 예상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20년 동안 성장을 거듭해온 스타벅스가 앞으로 소비자들과의 호흡을 어떤 방식으로 강화될지, 아울러 신세계와 ‘매출 효자’ 스타벅스의 관계가 향후 어떠할 것인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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