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으로서 자존심 상했다, 일본 제품 팔지도, 사지도 않을 것!"
일본 광고 비난 댓글 폭주... 유튜브 광고 삭제 조치까지
'과격한 대응에 역풍 불 수 있다' 우려 목소리도 제기돼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5일 서울 종로의 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제품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5일 서울 종로의 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제품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일본 아베 총리가 반도체 핵심소재 한국 수출규제가 정치적 보복임을 인정한 것에 분노한 국내 소비자들을 물론, 자영자들까지 나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경제> 취재진이 만난 한 소비자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정치적 복수"라며 "일본과 관련된 제품을 구매하거나 사용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마트와 프랜차이즈 업체 점주들도 실제 일본산 제품 판매를 중지하기도 했다.

◇ 日제품 판매중지 자발적으로 나선 자영업자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제품 불매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이날 “대한민국 중소상인자영업단체들은 과거사에 대한 일고의 반성 없이 무역보복을 획책하는 일본을 규탄한다”며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전 업종에 걸쳐 일본 제품 판매 중지 운동에 돌입하고자 한다”며 "일부 소매점에서는 이미 일본 담배와 맥주를 전량 반품 처리하고 판매를 중지했다. 국민들도 이런 운동에 동참해야 해야 한다. 한국마트협회 회원사 200여 곳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고 밝혔다.

서울 창동구에서 마트를 운영한다는 한 점주는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틀 전부터 일본 제품을 매대에서 제외했다. 맥주와 과자, 라면, 디저트 등을 전부 뺐다. 생각보다 일본 제품이 많더라"고 했다.

'매출 감소가 염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점주는 "점주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자존심이 몹시 상했다.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라도 판매를 하지 않겠다.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일본 정부가 심각성을 깨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온라인에서 시작된 불매 움직임...광고삭제, 일본여행 취소까지 소비자 항의 '폭주'

일본제품 불매 움직임은 온라인에서 시작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불매 기업 리스트가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혼다와 렉서스 등 자동차 기업, 소니 등 전자제품, 유니클로를 비롯한 패션업계 등 일본 브랜드 리스트 대부분이 전방위적으로 타깃이 됐다.

소비자들은 SNS 와 블로그, 포털사이트 카페 등을 넘나들며 해당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다. 페북과 트위터 상에선 "오비, 하이트와 같은 국내 브랜드 맥주만 마실 것", "이번일을 계기로 번거럽더라도 대체재를 한국 제품에서 찾아볼 것"이라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용산역 징용노동자상 앞에서 대학생겨레하나 회원이 일본 전범기업 불매운동 동참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일본 여행 커뮤니티에서도 여행 취소 인증샷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소비자는 “오키나와 여행을 항공수수료까지 물고 취소했다”며 “지금 상황에서 일본여행을 가면 ‘호구’가 될 것 같아 태국이나 유럽 여행을 고민 중”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일본 경제 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지난 1일 게시된 이 청원은 현재까지 약 2만4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유투브에 게재된 일본 제품 광고, 마케팅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본 맥주와 젤리 등의 유튜브 홍보영상에 부정적인 댓글들이 달리면서 급하게 광고를 취소하고 댓글을 삭제하고 있다. 

구글 유투브 광고팀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일본 주류 광고가 유투브에 주기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광고 금액으로 보면 약 1억에서 1억 5천만원 정도다"라면서 "호로요이 뿐만 아니라 일본 젤리 같은 영상에도 1000개가 넘는 부정적 댓글이 달렸다. 각 회사에서는 위약금을 내더라도 급하게 광고를 취소를 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 일본제품 매출 감소 여부는 실제 추이 지켜봐야

불매운동이 실제 매출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관계자들은 관련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으나, 일단 눈에 띄는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명동 무인양품 종업원 양 모씨는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한다는 얘기를 지인 통해 들었다. 아직은 평소와 다른 점은 없다"고 말했다. '매출이나 손님 숫자의 변화는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양씨는 "매출이나 손님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여행 취소는 얼마나 이뤄졌을까. 원형진 모두투어 홍보팀 차장은 “지난 1일 이후 여행 취소 건수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전주 대비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고 했다.

조일상 하나투어 홍보팀장도 “일본 여행 수요는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 영향이 크다”며 “정치·사회적 이슈는 교과서 왜곡, 한·일 위안부 합의 등 과거부터 이어져 온 문제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하자는 내용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캡쳐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하자는 내용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캡쳐.(사진=소비자경제)

◇ 과열된 대응...오히려 역효과 우려도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경향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운동은 소비자들에게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다. 다만 사회, 정치적으로 인해 이어진 운동"이라며 "이런 운동이 오래 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산 수입품은 의류, 맥주 등 완제품 형태로 들어오는 소비재 비중이 낮기 때문에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본 제품을 공식 유통 하는 중소업자들도 생각해야 한다. 이번 운동은 일본 정부에게 한국 소비자들의 입장을 피력하는 운동정도로 받아드리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너무 과열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일본인 연예인을 향한 과도한 비난이나 일본으로 출국한 유명인에 대한 필요 이상의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런 목소리 역시 높아졌다.

경제 제재 소식이 들려오자 일부 누리꾼들은 트와이스의 사나 등 일본 국적의 아이돌 멤버의 퇴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배우 이시언씨는 지난 3일 일본 여행 사진을 개인 SNS 계정에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삭제한 바 있다.

명동 무인양푼에서 만난 소비자 백 모씨는 “정치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이런 운동은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다. 이는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또 운동으로 인해 개인들은 피해를 받은 게 없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 외 적으로 비난하거나 탈퇴를 해야 한다거나, 심한 부정적인 욕설 등을 댓글에 쓰는 등의 비난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를 위해 시작한 일인데 국가가 오히려 더 비난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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