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기획] 돈만 주면 발급해주는 자격증 장사?…정부 당국 관리소홀 사각지대
[소비자기획] 돈만 주면 발급해주는 자격증 장사?…정부 당국 관리소홀 사각지대
시간과 노력 적게 들여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 많아
자격증이 하나의 ‘시장’ 되면서 수강생 유치 경쟁 치열...
남발되는 자격증 속...소비자 피해 우려 목소리 높아져
  • 이한 기자
  • 승인 2019.07.04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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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공부를 해야 할까? (사진=연합뉴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공부를 해야 할까?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전문직 종사자들은 자격증 취득 여부에 따라 대우와 근무 조건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자격증’을 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특정 분야에 대해 부지런히 공부하거나 그에 관한 실기 경험을 일정 시간 이상 쌓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 분야에 대한 믿을만한 ‘실력’이나 ‘경험’이 생기면 자격증을 얻는다. 운전면허증 하나를 따도 필기와 실기는 물론이고 도로주행이 기본 아닌가, 한 분야에서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는 증서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소비자들은 자격증 소지자가 당연히 그런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고 믿는다. 바리스타 자격증 소유자라면 다양한 커피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안전지도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침착하게 대처하고 전문적인 솔루션으로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도울 사람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한가지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 그러니까 합법적인 과정을 거쳐 정식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관련 분야에 대해 오랫 동안 공부하거나 반복적인 훈련을 거치지는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사연일까.

자격증 3만개 시대...옥석 가리기 힘들다

자격증은 크게 국가자격증과 민간자격증으로 나뉜다. 정보처리기능사, 응급구조사처럼 정부 기관이나 법률로 지정한 별도 기관에서 발급하는 국가 자격증이 약 700여 종이다. 나머지는 민간자격증인데, 민간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국가공인’ 민간자격과 ‘등록’ 민간자격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공인한 민간자격이 약 100여 종, 법에서 정한 등록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발급해줄 수 있는 등록 민간자격증은 2~3만여종에 이른다. 자격증을 발급하는 단체나 업체도 수천 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에는 안전 관련 자격증이 많다. ‘안전OO지도사’도 있고, ‘XX안전지도사’도 있으며 ‘ㅁㅁ안전관리사’도 있다. ‘학교안전△△△’도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교육부에서 국가가 인정하는 수학여행 관련 안전 전문가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 자격증이 되지는 않았다. 대신 민간 영역에서 안전, 또는 학교 안전 관련 자격증이 여러 개 신설됐다.

국가자격증이 좋고 민간자격증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민간자격증 중에서도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거나, 취득 관련 커리큘럼이 꼼꼼하게 구성된 것들은 많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옥석을 가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자격증 관련 정보를 검색하면 취득자나 준비생들이 올린 글이 넘쳐나는데 광고와 체험기가 마구 뒤섞여 있어 어디가 믿을만한 곳인지 가려내기가 어렵다. ‘공신력’있는 업체가 어디인지 알기 어렵다는 의미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대개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고 자격시험에 응시하면 된다.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은 강의료를 결제하고, 시험 합격시 자격증 발급비를 낸다. 강의료는 자격증에 따라 천차만별로, 무료 강의부터 백여만원을 호가하는 강의도 있다. 자격증 발급비는 7~15만원 내외다. ‘상장형’ 자격증과 ‘카드형’ 자격증을 따로 구분해 카드형 자격증을 함께 받으려면 돈을 더 내야 하는 곳도 있다.

돈만 내면 발급받는 자격증도 존재해...피해는 소비자 몫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는 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강의의 질이다. 심지어 강의를 제대로 듣지 않거나 시험을 치르지 않았는데도 자격증이 발급되는 경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자격증 소지자는 “수강 신청 후 일정 기간 강의를 듣다가 학교 일이 바빠 공부를 미뤄두고 있었는데 ‘특별 전형 자격 대상자로 선정됐으니 직무연수비를 결제하면 자격증을 발급해주겠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이 자격증 소지자에 따르면 1급 자격증은 15만원, 2급 자격증은 8만원이었다. 실제로 15만원을 입금하자 1급 자격증이 발급됐다고 했다. 자격증 발급 기관에서는 “자격증 취득 후 시간 될 때 강의를 들으면 되니 수강을 꼭 완료해달라”고 했단다. ‘공부는 안 했지만 자격증을 미리 줄테니 나중에 수업을 들으라’는 의미다. 혹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자격증이 취소될까? 자격증 소지자는 이 부분에 대해 문의했으나 ‘평생교육 대상자여서, 언제든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했다.

왜 이런일이 생겼을까. 자격증이 하나의 ‘시장’이 된 것이 문제다. 자격증을 발급하는 업체에서는 취득을 위한 커리큘럼을 직접 만들 거나 교재를 만들어 팔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수강료나 교재비로 돈을 번다. 수강료 할인+교재비 무료 등의 ‘이벤트’로 자격증 취득 희망자를 유혹하기도 한다. 비슷한 자격증을 여러 업체에서 발급할 경우 수강료 무료에 자격증 발급비만 유료로 진행하는 경쟁이 붙기도 한다. 그 와중에 자격증이 남발되는 경우가 생긴다.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사람들은 발급기관이 자격증 교육을 위한 단체라고 생각하지, 이윤을 남기기 위한 업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민간자격 보유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취득한 민간자격을 국가자격으로 오인한 사람이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증, 진정한 의미의 '자격증명서' 돼야

이 지점에서 두가지 문제가 생긴다. 돈과 시간을 들여 수강 신청 하고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비슷한 자격증이 이미 많아서 해당 자격증으로는 취업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 자격증 취득자가 그 자격을 내세워 소비자에게 실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소비자가 과연 믿을만한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겠냐는 것이 두 번째 문제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는 연평균 약 700여건 이상의 자격증 관련 소비자 상담이 제기되고 있다.

좋은 의도를 가진 민간단체나 업계에서 엄격한 기준에 따라 꼼꼼하게 자격증을 발급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비슷한 이름을 가진 수많은 자격증이 서로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부분이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소비자도, 자격증 취득자에게 서비스를 제공 받으려는 소비자도 그 피해에 노출된다.

지난해 국무조정실과 교육부에서 ‘민간 등록 자격증 신설 자격 요건을 엄격하게 규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1월에는 ‘민간자격 표준약관’이 마련되기도 했다. 자격증이 ‘돈 되는 시장’이 아니라 정말로 ‘자격을 증명하는’ 도구가 되도록 업계와 정부가 두루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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