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때 폐가 터지는 사고…풍선 못 불고 재채기.콧물로 휴지 휴대
민주평화당 경청최고위원회 3일 국회서 가습기살균제 대책 촉구 기자회견
박준석 군 "가습기살균제 욕심많은 기업서 판매…책임 지길 바래"
조배숙 의원, "가습기살균제 참사…특별법 개정안 발의 예정"

3일 오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박준석 군이 국회 정론관 복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박준석 군이 3일 오전 국회 정론관 복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유경석 기자] "제 인생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가습기살균제는 욕심많은 기업에서 판매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박준석 군(사진 가운데)은 만 한 살 되던 해 폐가 터지는 사고를 당했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까닭이다. 박준석 군은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박준석 군의 몸과, 부모는 그 모든 상황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사고로 6월말 현재 1411명이 사망했고, 사용자 1000만 명 중 피해신청자는 6459명으로 집계됐다.  

박준석 군은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 것.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힘이 듭니다. 또래 친구들이 당연히 누리는 것을 누리지 못합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많은 것을 하지 못합니다."

박 군은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지만, 말끝은 매번 아래로 행하고 있었다. 숨이 가쁜 탓이다. 박 군의 꿈은 소박하다. 또래 아이들과 맘껏 뛰어놀고 싶은 것.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폐기능이 정상적이지 못한 탓에 뛰거나 몸을 부딪히는 운동은 할 수가 없다. 가볍게 툭 쳐도 쉽게 넘어진다. 또래 아이들의 따돌림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풍선을 불 수도 없다. 단소 연주 역시 희망사항일 뿐이다.

또 병원을 가느라 결석이 잦다. 재채기나 콧물이 나와 항상 휴지를 갖고다녀야만 한다. 마른 체격이라 주사를 맞을 때마다 고통스럽다. 주사 놓을 곳을 찾느라 여기저기 찔러봐야 하는 까닭. 

"정부에서 인체 독성물질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허가한 것을 우리가 쓰게 됐습니다. 누구라도 책임을 지길 바랍니다. 저와 같은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박 군은 카메라를 응시했다. 시선의 끝에는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애경산업과 옥시레킷벤키저, SK디스커버리 등 기업들이 있었다. 박준석 군은 역사를 기록하고 분석하는 역사학자가 되고, 바보 의사로 불린 장기려 선생과 같은 의사가 되는 것이다.

박 군의 기자회견 참석은 민주평화당 경청최고위원회 '마이크를 빌려드립니다' 중 하나로 마련됐다. 민주평화당 경청최고위원회는 이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초청하고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했다.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사망 1,411명 포함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피해대책 촉구 기자회견 모습.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사망 1,411명 포함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피해대책 촉구 기자회견 모습.(사진=소비자경제)

공동기자회견을 마련한 조배숙 의원(전북 익산 을)은 이달 중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환경 건강피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조배숙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현행법은 폭넓고 공정한 피해자 구제라는 목적과는 반대로, 가해 기업에 유리하도록 피해자 걸러내기에 초첨을 두고 있어 피해자들의 아픔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이어 "제대로 된 개정안을 만들어 국가가 사회적 참사에 책임을 다하고, 피해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자사 홈페이지에 가습기 살균제 안내 페이지를 마련하고 "많은 가정에 아픔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초래한 점을 인정한다"며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의 노력을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을 밝혔다.

한편 사망 1411명 포함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피해대책 촉구 기자회견은 민주평화당, 가습기살균제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글로벌에코넷, 한국환경·시민단체협의회, 공정거래회복국민운동본부,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의 참여단체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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