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목의 경영전략] 도전과 모험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최송목의 경영전략] 도전과 모험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 최송목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03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경제신문 최송목 칼럼] 흔히 잘 모르는 신사업 추진이나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게 되면 두렵고 힘들게 느껴진다. 사업은 끝없이 반복적으로 밀려오는 파도타기 같은 것이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장들이 사업을 하는 이유는 두려움을 느끼는 도전의 반복과정과 그에 따른 성취감 때문일 것이다. 큰 도전에는 반드시 큰 위험요소와 두려움이 있고 그 성취감 또한 크다. 우리는 이것을 다른 말로 모험이라 부른다.

"엄밀히 말하면 모험의 본질이 사라졌다. 인공위성의 일기예보 자료를 살 수 있고, 등산 장비의 기능성도 좋아졌다. 돈만 내면 전문 산악인이 달라붙어 산소마스크를 씌운 일반 고객을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올려줄 수 있게 되었다. 제 능력은 노멀(normal) 루트로 올라가는 것 거기까지였다. 당시 어떻게 올라가느냐의 과정을 중시하는 '등로(登路)주의' 바람이 불었다면 저는 산악인 축에 끼지 못했을 것이다."

히말라야 8,000m 고봉 14좌(座)를 한국인으로 3번째 완등한 한왕용 대장이 신문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안전벨트를 몸에 감고 뛰어내리는 번지점프가 짜릿하긴 하지만 목숨을 담보로 하지 않듯이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는 등반은 비록 8000m 고봉 히말라야라 할지라도 그 신선함과 성취감이 반감되어 진정한 도전으로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도전이란 어려운 일, 본인이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다가서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잠재적 능력까지 최대한 발휘해 전력 질주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역사적 탐험가, 모험가들이 말하는 도전에 대한 개념이다. 그들에게 도전이란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모험’이다. 모험은 성공확률이 낮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그래서 모험에는 언젠가 끝이 있다. 또 모험가들은 그들의 끝없는 도전속성 때문에 ‘언젠가의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산악인, 탐험가들이 새로운 도전을 반복하다가 에베레스트 혹은 낯선 땅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모험은 분명 위대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그들의 목숨을 건 모험의 공과(功課)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이 땅에서 풍요를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영에서는 도전과 모험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모험은 피해가야 한다. 피할 수 없는 모험이라면 그 성공확률을 높여야 한다. 충분한 데이터 분석, 치밀한 계산과 전략, 다양한 플랜을 준비하는 등 모험을 도전으로 바꾸는 노력이다.

IMF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던 2000년 초 내가 대표이사로 있던 (주)한국교육미디어는 매출 최고치를 경신하며 성장일로에 있었고 자금 사정도 넉넉했다. "이 빌딩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강남 대치동 요지 한 빌딩이 200억 원대 매물로 나왔다는 부동산업자로부터 연락을 받고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에 빠졌다. 나는 솔직히 두려웠다. 40억 원 정도 현금만 투입하면 나머지는 은행 대출과 돌려막기로 재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3년 내 100억 원 수익이 가능하다는 게 종합 검토의견이었다.

하지만 망설임 끝에 모험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중소기업에서 지속적으로 3년 동안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최대치로 예상하여 베팅한다는 게 지극히 위험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는 분양사업은 처음 해보는 일이라 미분양에 대한 불안감으로 확신이 서지 않았다. 세 번째는 회사가 한창 코스닥 진입 준비 때문에 재무제표를 관리하는 상황에서 혹시나 이 빌딩 매입 후에 자금 운용에 차질이 생긴다면 지금까지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그 포기 덕분에 계획대로 3년 후 코스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었기에 그 이후 몇 번 더 시나리오를 복기하고 곱씹어 보았지만 역시 모험이었다.

일본의 전설적인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는 29세까지 전국의 고수들과 60여 차례의 진검승부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29세 이후 어쩐 일인지 더는 다른 유파와의 검술시합은 벌이지 않았다. 그의 무패 기록이 전설로 남게 된 것은 떨어지는 체력을 감지하고 언젠가는 다가올 칼끝을 피해 결투를 멈추었기 때문이다.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그에게도 분명 100승 목표 같은 도전의 충동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

경영에서도 이런 회한과 아쉬움은 항상 존재한다. 스타트업에서 단품으로 성공한 많은 벤처기업이 10년 이상의 장수기업이 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전과 모험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망할 성공과 모험’을 반복하다 결국 망하는 것이다. 통상 도전이 성공을 거듭하게 되면 무모한 도전, 즉 모험조차도 하찮게 보이기 시작한다. 도전과 모험은 출발점은 같지만, 도착점은 확연히 다르다. 하나는 성취, 하나는 몰락이다.

경영자에게 모험이 필요한 때가 딱 한 번 정도 있다. 이 모험을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는 불가피한 경우다. 이때는 1%의 확률일지라도 필사적으로 모험을 해야 한다. 탐험가에게 모험은 필수겠지만 경영자에게 모험은 어쩔 수 없는 최후의 선택지가 되어야 한다.

<칼럼니스트= 최송목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사장의 품격’ 저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