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장난감, 화장품, 향수, 바닥재 등 침투…체내 유입시 여성불임, 정자 수 감소 등 유발
규제 강화 DEHP 대신 다른 가소제로 이동…어린이용품, 바닥재, 전기매트 등 높은 농도 지속 검출
한정애 의원 "프탈레이트 가소제 유해성 확인…현재 상황 방치는 무책임한 행정" 지적
[소비자경제신문 유경석 기자] 어린이들이 환경호르몬에 방치되고 있다. 학용품을 비롯 바닥재와 벽지 등 생활 곳곳에서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면서 내분비계 교란이 우려된다. 기업들의 소극적인 대처로 케미포비아(Chemiphobia)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이훈 국회의원은 (사)소비자시민모임과 함께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소비자 안전 확보를 위한 프탈레이트 사용 제한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유해성이 확인됐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 있는만큼 기업과 정부, 학계가 국민들이 안전한 생활을 살아갈 수 있도록 건설적인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프탈레이트 가소제(plasticizer)는 석유로부터 제조된 유기화학물질로, 플라스틱에 포함돼 유연성, 투명도, 내구성, 사용연한을 향상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프탈레이트는 분자골격을 이루는 탄소의 숫자에 따라 저분자 또는 고분자 프탈레이트로 나뉘며 이에는 DMP, DEP, DnBP, DiBP, DCHP, BBzP, DiNP, DEHP, DnOP 등이 포함된다.
프탈레이트가 검출된 제품의 96.1%에서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가 검출됐고, 30.7%에서 DBP(디부틸프탈레이트)가, 15.4%에서 BBP(부틸벤질프탈레이트)가 각각 검출됐다.
국민환경보건기초조사 결과 BPA, DEHP, DnBP 등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갑상선호르몬 교란의 중요 물질로 밝혀졌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체내에 유입되면 여성불임, 정자 수 감소, 비뇨생식기 기형, 성 발달 저해 등 유발하고, 간과 신장, 심장, 허파 등에도 부정적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폴리염화비닐(PVC)를 사용한 인테리어 벽지를 비롯해 방향제나 향초, 음식점 배달음식 포장용 랩, 수액(링거)백 일부, 인조가죽, 자동차 내 시트 등 생활전반에 침투해 있다. 특히 장난감, 유아용 완구, 편의품, 학용품은 물론 PVC 제품, 목재가공, 향수용매, 바닥재 등 어린이들이 광범위한 플라스틱제품에 노출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는 어린이 성장에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프탈레이트 노출수준이 높을수록 정신발달지수와 운동성발달지수가 낮았다.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독성은 자녀 세대의 생식능력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명찬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에 따르면 프탈레이트에 노출된 어미로부터 태어난 암컷 생쥐는 난소와 난자의 기능이 대폭 저하됐다. 비정상 난자가 증가하고 난자의 수정율이 저하하는 한편 출산한 새끼 수 역시 감소한 것이다.
이는 저출산 추세를 고려할 때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생산·제조·유통 관리, 학교·시민교육, 독성자료 생성에 관한 R&D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주요 사용물질이 최근 들어 규제가 강화되면서 DEHP 대신 다른 가소제(DNIP, Dinch류)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는 어린이용품, 바닥재, 전기매트 등 소비자 제품에서 높은 농도로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다.
이런 결과 어린이용품과 어린이 활동공간 바닥재의 경우 프탈레이트 사용금지를 위한 0.1% 함량 기준을 신규시설에 전면 도입하고, 기존 시설 역시 시설개선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사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올해 7월부터 유럽에서는 4가지 프탈레이트 물질의 허용농도가 0.1(wt%)로 제한된다. 또 2021년 이후 의료기기를 포함한 산업용 측정 모니터링 장비에 프탈레이트 물질 함유가 금지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역시 현재 어린이용품, 화장품, 의료용품 등 일부 제품에 대해서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체내에 흡수될 경우 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해 불임 혹은 장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반적으로 DEHP는 감소하는 반면 DINP가 증가하고 있고, Dinch류가 기존 가소제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유럽과 미국은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이미 생식독성 물질, 발암물질, 유해화학물질 등으로 분류해 일반적인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각기 관리감독이 다르고, 사용제한도 개별법에 따라 각기 달리 적용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프탈레이트 가소제 3종(DEHP, DBP, BBP)의 총 함유량을 0.1%이하로 관리하는 합성수지제품 안전기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가소제도 개발돼 그 사용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유해성이 확인됐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건강상 위험을 초래하는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정으로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