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더 넓게, 소비자는 더 편리하게"
대기업 플랫폼 중소기업 기술 자유롭게 융합
SK텔레콤 삼성SDS등 IT 대기업 적극 나서
기업은 서비스와 마케팅 폭 넓히고 소비자는 더 편리해진다

 

산업간 기술과 서비스가 다양하게 융합되는 시대다. 사진은 지난 18일 삼성SDS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산업간 융복합 경향'에 대해 설명중인 장면
기술과 서비스가 다양하게 융합되는 시대다. 사진은 지난 18일 삼성SDS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산업간 융복합 경향'에 대해 설명 중인 장면.(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최근 SK텔레콤 주요 계열사 고위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open API'에 대해 열띤 발표를 진행했다.

API는 운영체제나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을 말한다. API을 오픈한다는 것은, IT 개발자들에게 관련 소스를 공개해 서로 다른 기업 또는 개발자가 자신들의 기술을 한 곳에 접목시키도록 만든다는 의미다. 쉽게 설명하면, 서로 다른 기업의 IT 관련 서비스가 과거보다 더 쉽게 융합된다는 뜻이다.

SK텔레콤 ICT기술센터 박진효 센터장은 이와 관련해 설명한 바 있다.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SK그룹 IT 관련 계열사들이 보유한 다양한 기술을 한 공간에 모으고 각 사가 공개한 API를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센터장은 “초연결이 가능한 시대에는 이종서비스간의 융합이 더욱 활발해진다”고 전제하면서, “T맵 지도에 11번가 상품 커머스 정보를 접목시키는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SK텔레콤 그룹 내 R&D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해당 작업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API를 서로 오픈하고 공유해서 서비스가 융합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예를 들어 보자. 바닷가 해수욕장을 비추는 CCTV가 있다고 가정하자. 과거의 CCTV라면 수상한 사람이 오가거나 혹시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는지 기록하는 보안 장치에 그쳤다. 촬영과 녹화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CCTV 운영 프로그램에 다른 기능을 넣으면 과거보다 더 많은 일이 가능해진다. 실시간 화면만 보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날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화면에서 물놀이 용품점을 검색하거나 숙소 정보를 확인해서 예약할 수 있다. 이 자료를 통신사 클라우드서버에 저장한다면 용량 문제로 며칠 전 화면이 사라지거나 데이터를 잃어버릴 염려도 줄어든다.

이런 기능 가진 화면을 키오스크(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에 담아 식당에 설치해도 된다. 이런 경우에도 여러 부문에서 확장이 이뤄진다. 고객들은 매장 밖에서 주방 조리과정을 보면서 청결 여부를 확인하고, 해당 화면에서 직접 메뉴를 선택해 주문 할 수 있다. 중고차 매장 주차장에 설치하면 차량 매물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사업주는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높이고, 고객은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편하고 쉽게 실시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IT 업계에서 이런 경향은 하나의 큰 흐름이다. 블록체인 관련 선두기업인 삼성 SDS도 최근 이런 계획을 내놨다. 18일 오전 삼성SDS 금융사업부 김영권 팀장이 ‘보험금 자동청구 시범서비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기능간, 산업간 융복합을 꾀한 사례다. 삼성SDS가 블록체인 컨버전스로 데이터 유출 없이 보험사와 병원 등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여기에 의료기관과 손해보험사,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가 참여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고객은 별도의 앱 없이 스마트폰 터치 만으로 진료 내역을 확인하고 의료실비 보험금을 바로 청구할 수 있다.

삼성SDS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공과 금융이 결합하면 다양한 서비스가 생기듯, 의료기관과 보험사도 결합할 수 있다. 대기업의 서비스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하면서 생태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일들이 가능한 이유는 뭘까. 여기에는 세가지 포인트가 있다. 많은 데이터와 플랫폼을 가진 대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큰 판을 짰다. 이 판에 참여한 중소 기업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대기업 플랫폼에 접목시켜 마케팅과 서비스의 폭을 넓힌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과거에는 없던 방식으로 더 편리하게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이종 서비스간의 융합이 더욱 활발해지고 판이 커진 것. 기술이 발전했고, 소비생활과 관련된 많은 데이터가 쌓여있으며 그 데이터와 기술이 5G 통신망을 타고 빠르게 전달되는 시대여서 가능한 얘기다.

한편에서는, ‘대기업이 플랫폼을 너무 넓혀서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들은 “협력사를 상대로 매출을 올리겠다는 의미가 아니고, 서로 협력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밝히면서 “API관련 사용료는 일정 사용량 이하 기준일 경우 원가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관계자들은 “(중소기업들은) 사업영역이 확장되는 윈-윈 전략으로 이해해달라”고도 덧붙였다.

수년 전, 인문학을 중심으로 ‘통섭’이라는 개념이 큰 화제가 됐다. ‘한 우물을 파는 것’보다는 다양한 지식과 가치를 폭넓게 아우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융합과 통섭의 가치가 이제는 IT산업으로 넘어왔다. 달라진 산업 생태계가 소비자들의 삶을 크게 바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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