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규모 양조장 기반 지역 특색 담아내다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때아닌 빨리 찾아온 무더위로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땀과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를 이길만한 주류는 맥주만한 게 없다.
 
다양한 해외맥주와 대기업들의 맥주들이 즐비하게 마트를 평정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도 이와 경쟁하기 위해 새로운 맛의 맥주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이중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크래프트맥주다. 크래프트 맥주는 소규모 양조업체가 대(大)자본의 개입 없이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만드는 맥주를 말한다.

소규모 양조장에서는 각 기업들만의 개별 공법과 특색있는 재료로 생산해 개성강한 향과 맛을 자아 낸다. 소위 말하는 2030 '맥덕'들은 대기업이 만들어 내는 '아는'맛에 질려 각 지역에서 생산하는 특색있는 맥주를 선호한다. craft의 핵심은 “외롭고 지루한 노동, 완성도에 대한 비타협성, 창의력”이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경제>는 국내 양조장을 기반으로 지역의 특색을 담아낸 맥주기업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졌다.
 

◇ 평창, 화이트 크로우 레스 팀머맨즈 대표 "평창의 맑은 물로 만든 맥주 만들기 위해 캐나다에서 왔다"

화이트크로우 브루잉은 캐나다 올즈 칼리지의 브루마스터 과정을 수석 졸업한 헤드 브루어 레스 팀머맨즈가 운영하고 있다. 청정 자연으로 알려진 강원도 평창군에 양조장을 두고 있으며 지하 220m 천연 암반수를 사용해 청량하고 깔끔한 맥주를 생산한다.

레즈 팀머맨즈 화이트크로우 브루잉 대표는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평창은 맥주를 만들기 완벽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자연에서 나오는 청정 물과 주위의 자연 환경이 더 맛있고 깊은 맛을 재현해 낼 수 있는 맥주가 나오기에 완벽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지역 맥주를 더 찾아 주길 바란다. 앞으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지역 특색이 살아 있는 맥주를 계속 해서 연구해 출시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세법 등으로 인해 한국의 소비자들 사이에서 크래프트 맥주가 이슈가 됐다. 기회일 것 같다"며 "국내의 기술로 만들어진 질 좋은 크래프트 맥주를 소비자들에게 알림과 동시에 평창이라는 지역까지 함께 홍보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런 저런 크래프트맥주의 얘기를 하며 화이트 크로우 브루잉의 총 4종의 시그니처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오렌지 같은 과일 맛에 깔끔한 목넘김이 특징인 평창골드에일, 구운 아몬드 향같은 고소한 맛의 앨티튜드엠버에일, 청포도나 파인애플 같은 쌉쌀한 화이트크로우 아이피에이, 캐러맬 맛이 나는 고라니브라운에일이다.
 

◇ 제주, 제주맥주 김준호 브랜드 팀장 "우리는 맥주를 술이 아닌 음식으로 바라보고 있다"

제주맥주는 미국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협업해 제주도에 양조장을 만들었다는 게 가장 큰 포인트다. 전 세계 적으로 크래프트 맥주의 역사가 가장 긴 미국의 브루어리 공법을 가져와 한국 맥주에 접목 시켰다는 건 업계에 큰 이슈였다.

김준호 제주맥주 브랜드 팀장은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제주맥주의 자매회사다.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제주맥주 양조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며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가장 뛰어난 브루 마스터(맥주 양조사)와 일하는 분이 제주도에서 6개월간 상주하면서 ‘제주 위트 에일’의 레시피를 함께 개발했다. 이렇게 처음 탄생한 완벽한 크래프트 맥주가 ‘제주맥주’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에 위치한 양조장은 그 지역의 물, 자연환경을 이용한 공법으로 독특하고 깊은 향을 내는 제주맥주를 론칭했다. 론칭 이후 현재 제주도 내에 1300여개 업장과 거래 중이며 제주 위트 에일 크래프트 맥주는 전국에 유통하고 있다. 지난해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양조장은 제주 맥주만의 철학을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에, 투자도 하고 있다. 또 보다 좋은 맥주맛을 구현해 내가 위해 세 명의 정규직 ‘맥주 도슨트’들도 상주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맥주를 술이 아닌 음식으로 바라보고 있다. 맥주에 쓰이는 원료들을 음식 식자재처럼 소개하고, 양조 과정을 요리 레시피처럼 설명하고 있다. 제주맥주의 마케팅실이 기획 하는 모든 활동은 사람들이 맥주라는 음식을 더욱 풍성하고 즐겁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입 맥주를 즐기는 많은 소비자들이 제주맥주를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맥주 문화가 정착 되어야 한다”며 “맥주 세법 관련 이슈가 많은 요즘이 맥주 문화를 정착 할 수 있는 기회다. 기업, 소비자, 정부 등에서 모두 다 함께 움직여야 미국 맥주와 같은 시장을 만들 수 있다. 그게 확립 되면 국내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 전은경 대표..."맥주문화의 정착이 국내 지역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일으킬수 있다"

강릉의 시화 백일홍을 묘사한 ‘백일홍 레드 에일’, 강릉의 솔향이 담긴 ‘파인시티 세종’,사천면 미노리에서 생산된 쌀로 만든 ‘미노리 세션’ 등 특색있는 이름과 색다른 맛을 담아낸 수제맥주 브루어리가 있다.
 
2014년 폐업한 강릉탁주양조장을 개조해 만든 495㎡(150평)규모의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매장 내 10만ℓ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양조시설과 맥주를 생산관리하는 브루어 5명이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이름과 맛을 지닌 특별한 맥주들을 선보이고 있다.
 
2015년 자리잡은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2016년 유통망을 확장해 전국 70여곳에 맥주를 공급 중이며 올해 4월부터는 국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여행기자로 활동했던 전은경 대표는 세계 각국을 다니며 전통주 취재경험이 있는 토대를 기반으로 주류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맥주 개발을 시작했다.특히 다양한 특산물과 자연환경을 갖춘 강릉에 끌려 지역과 함께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맥주를 생산하기로 결심했다.
 
전 대표의 경영 철학은 상생.정기적으로 매장 내 전시회와 공연, 플리마켓 등 지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의 특산물과 지명,상징을 담아낸 독특한 맥주로 지역과 상생하고 있다.오죽헌에 영감을 받은 ‘오죽 스타우트’부터 메밀이 첨가된 ‘대굴령페일에일’ 등 창포,국화,소나무 등 그동안 보지못했던 다양하고 색다른 맥주 레시피가 이 기업의 장점이다.

전 대표는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맥주 시장은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다. 특히 요즘은 더하다. 수제 맥주가 비싸고 접하기 힘들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2030 세대들의 마음을 읽는게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는 이에 페스티발, 축제, 공연 등에 다 참가 하려고 한다. 2030 세대들과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고 피드백을 빠르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또 “국내 크래프트 맥주 기업들은 각 기업의 매출증진에만 힘쓰기 보다 앞으로 국내에서의 맥주시장이 자리 매김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 노력은 내 매출과 비례한다는 것에 확신한다”며 “정부, 대기업, 소비자들도 이를 위해 함께 뜻을 모아야 한다. 이것이 문화를 만들고 지역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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