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출신 펀드투자자 KCGI 강성부 대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3남매와 지분율 경쟁 중...

KCGI 로고와 강성부 대표의 모습을 합성한 사진 (사진=KCGI홈페이지 캡쳐)
KCGI 로고와 강성부 대표의 모습을 합성한 사진 (사진=KCGI홈페이지 캡쳐)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재벌가 2~3세들이 경영권을 둘러싸고 ‘형제의 난’을 벌이는 건 익숙한 그림이다. 하지만 최근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둘러싼 보도들을 보면 낯선 이름이 보인다. ‘행동주의펀드’ 또는 ‘강성부’라는 이름이다. 조원태회장을 비롯한 3남매는 강성부펀드로 알려진 KCGI 대표와 지분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형제들간의 다툼이 아니라 외부인(?)과의 경쟁이다. 3남매의 이름 만큼 자주 언급되는 강성부는 누굴까?

강성부 대표는 애널리스트 출신 펀드 투자자다. 그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로 동양종금증권(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 시절부터 지배구조 이슈를 자주 다뤄왔다. 2005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보고서로 업계에서 유명세를 탔다. 2012년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자산전략팀장으로 일했고 이후 독립해 펀드 투자자로 변신했다. 평소 그는 대주주의 횡령이나 편법증여 등을 바로잡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가 업계의 주목을 받은 또 하나의 계기는 2015년 요진건설 관련 이슈였다. 당시 그는 LIG그룹 사모펀드 운용사 LK파트너스 대표였다. 그해 6월 LK파트너스는 550억원을 투자해 요진건설산업 지분 45%를 확보했다. 이 지분을 가지고 2대 주주가 된 LK파트너스는 2017년 당시 1대 주주에게 지분을 되팔아 두 배의 수익을 올렸다.

강성부 대표는 LK파트너스에서 독립해 사모펀드 운용사 KCGI를 세웠다. KCGI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약자다.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경영상 이슈가 있는 회사 지분을 사들여 경영에 참여한다. 이른바 ‘주주행동주의’를 지향하는 사모펀드다. 실제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 지분을 확보한 다음 해당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데 주력한다.

KCGI는 ‘밸류한진’ 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투자대상기업은 일부 산업이나 특정 투자방식 혹은 투자규모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를 제고하면서 투자자에게는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고, 투자 대상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 기여한다.”

업계에서 이들을 보는 시선은 크게 둘로 나뉜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가치가 있다’고 보는 시선, ‘단기 차익 실현 후 다시 되파는 기업사냥꾼’으로 보는 시선이다. 주식회사의 경영권은 지분을 얼마나 보유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고, 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지분을 취득하는 것을 굳이 색안경 끼고 볼 이유는 없다. 다만 현재 경영권을 쥐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들의 지분이 높아지는 게 달가울리 없다.

강성부의 이름은 최근 대한항공 3남매와의 경영권 분쟁으로 다시 수면위에 떠올랐다. KCGI가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한진가 3남매와 함께 ‘지분율 대결’을 벌이고 있어서다. 고 조양호 회장 사후 경영권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됐고, 최근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3남매의 경영권을 턱밑까지 위협하던 KCGI는 다소 불리한 판세를 맞게 됐다. 고 조양호 전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델타항공이 조원태 현 회장을 도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KCGI는 최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회계장부 열람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펴 왔는데, 델타항공의 가세로 밀리는 모양새다.

KCGI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투자 결정에 대해 “장기적 성장가능성을 인정해 한진칼에 투자를 결정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히면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되지 않았고 오너 일가의 갑질과 독단적 의사결정으로 인한 잔재와 비효율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경영권 분쟁의 백기사로서 한진칼의 지분을 취득한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이 우려된다”고 언급하면서 “델타항공이 한진그룹과의 별도의 이면 합의에 따라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면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법률을 위반하는 것일 수 있다”며 날을 세웠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2020년 3월 끝난다. 내년 주총이 한진가와 KCGI의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경영권 관련 이슈가 보도될 때마다 한진칼 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하면서 주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3남매와 KCGI의 지분율 경쟁 추세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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