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영등포구서 붉은 수돗물 공급…서울시, 노후 배수관 침전물 유입 추정
붉은 수돗물 공급 주민 아리수 제공…아리수 정수과정 비소 검출 등 안전성 재등장

서울시내 곳곳에 설치된 아리수 음수대. (사진=서울특별시청 제공)
서울시내 곳곳에 설치된 아리수 음수대. (사진=서울특별시청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민병태 기자] 아리수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 식수에서 붉은 수돗물이 공급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수과정에서 발생하는 침전물에서 비소가 검출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취수장 상류 하천변에 위치한 공장과 축사 등에서 방류된 오염수를 정수하는 과정에서 응집제를 사용, 유해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영등포구 문래동 지역에 붉은 수돗물이 공급됐다. 서울시는 노후된 배수관에서 침전물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면밀한 검토를 통해 원인을 밝혀나갈 계획이다.

우선 붉은 수돗물이 유입된 아파트는 관리소장과 협의해 저수조의 물은 퇴수하고 새로운 깨끗한 물을 받는 것으로 현재 조치 중이다.

아울러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준치를 초과한 물은 생활용수로만 사용토록 안내하고, 음용수는 충분한 양의 병물 아리수와 물차를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리수 역시 안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영리민간단체 (사)환경과 사람들은 비소나 불소 등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수돗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 물질은 고도정수처리시설로도 걸러지지 않기 때문으로, 아리수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아리수가 각 가정으로 전달되는 과정. (자료=서울특별시청 제공)
아리수가 각 가정으로 전달되는 과정. (자료=서울특별시청 제공)

환경과 사람들에 따르면 서울시가 공급하는 아리수의 취수장은 강북취수장을 제외하면 구의.자양취수장, 암사취수장, 풍납취수장 등 모두 잠실수중보 인근에 위치해 있다.

문제는 이 지역 상류가 왕숙천, 고덕천, 성내천 등 오염 하천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들 하천변 주변으로 하수처리장, 공장, 축사 등이 산재해 있고, 이곳에서 방류된 오염수가 한강 본류로 유입되면서 취수장에서 정수과정을 거치게 된다.

원수를 정수하는 과정에서 황산알루미늄과 폴리염화알루미늄, 소석회 등 화학물질을 응집제로 사용하게 된다.

아리수는 이 과정을 거쳐 시민에게 공급되고, 침전물로 정수슬러지가 발생하게 된다.

아울러 정수장 6곳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는 일일 평균 300여톤이고, 연간 처리비용만 3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수슬러지에서 비소는 최고 54.27mg/kg, 불소는 최고 801mg/kg이 검출됐다. 이는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다. 비소와 불소의 토양오염공정시험(함량시험) 기준치는 각각 25mg/kg과 400mg/kg이다.

최병환 환경과 사람들 대표는 "각 정수슬러지에서 묻어나온 비소와 불소 수치가 거의 대책기준 수준"이라며 "비소와 불소가 서울시가 자랑하는 고도정수처리시설로도 걸러지지 않는 특성상 각 가정의 수돗물까지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생산관리과 관계자는 "(비소 검출 등에 대해) 충분히 확인하며 적법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21일 새벽 붉은 수돗물 공급 현장을 방문하고 아리수 공급 등 시민불편이 없도록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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