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LF, 소비자 향해 돌격 앞으로!
진격의 LF, 소비자 향해 돌격 앞으로!
소비자와 접점 넓히고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사세 확장 중
'풍요 속 빈곤' 맞닥뜨린 패션산업계, 하나의 이정표 될까?
  • 이한 기자
  • 승인 2019.06.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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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의 마케팅 전략을 엿볼 수 있는 홈페이지 회사소개 화면(사진=LF홈페이지 캡쳐)
LF의 마케팅 전략을 엿볼 수 있는 홈페이지 회사소개 화면(사진=LF홈페이지 캡쳐)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국내 패션업계는 큰 도전에 직면했다. 온라인몰이 급격히 성장하고 SPA브랜드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매장에서 입어만 보고 인터넷으로 구매하거나, SPA브랜드에서 싼 값에 사서 ‘1~2년만 입고 버리는’ 소비패턴이 늘었다. 업계에서는 ‘사람들이 옷은 많이 사는데도 패션업계는 침체기를 맞았다’고 평가한다.

패션 기업들이 돌파구를 찾으려고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LF의 행보가 주목된다. LF는 LG상사 패션부문, LG패션을 거쳐 2014년 사명을 바꾼 기업이다. 2007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 하면서 LG를 뺐고 2014년에는 회사명에서 ‘패션’도 숨겼다. 이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걸까.

◇ 기득권 대신 도전 택한, 패션산업 선구자 

시간의 추를 잠시 뒤로 돌려보자. LF의 시작은 1974년 반도패션이다. 반도패션은 우리나라 최초의 고급 기성복 업체로 1983년에는 국내 패션업계 처음으로 대형 종합매장을 열었다. 말하자면, 패션업계 ‘선구자’다.

선구자 기업들이 가진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들은 대개 ‘역사’와 ‘전통’을 중시한다. 오랜 세월 쌓여온 자신들의 노하우와 고유의 색깔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이런 가치는 기업을 살찌우는 자양분이 된다. 한편으로는, 그 가치를 너무 중시하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있다. LF는 이 지점에서 본받을만한 부분이 있는 기업이다.

이들은 전통을 고수하는 방식 대신 유연한 변화를 택했다. LF는 스스로를 ‘패션 기업’이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그들은 ‘고객 개개인에게 알맞은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미래 생활문화기업’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상징적인 사례 하나를 보자. 앞서 언급했듯 LF는 국내 최초로 대형 종합매장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국내 최초’ 타이틀로 마케팅 포인트를 삼아도 좋을 소재다. 하지만 이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고 완전히 다른 전략을 세웠다. 명동에 헤지스 플래그십스토어 '스페이스 H'를 열었다. LF는 이곳에서 물건을 팔기보다 고객이 즐거운 경험을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1층에 인스타 감성의 카페를 열고, 출판사 문학동네와 협업해 북콘서트를 연다. ‘알쓸신잡’으로 유명한 인기 소설가 김영하가 이곳에서 소비자와 만났고 올해도 시인 이병률, 소설가 은희경 등 유명 작가들이 잇따라 초대됐다.

북콘서트 저자들은 헤지스 제품을 홍보하지 않는다. 자신의 작품과 작가로서의 삶에 대해서만 말한다. 관객들은 LF가 세운 공간에서 LF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접하며 브랜드를 경험하지만 ‘광고를 봤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다. 그저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를 조금씩 쌓아갈 뿐이다. 이에 대해 LF관계자는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고 구매하는 것 만으로 소비자를 사로잡기는 힘들다”면서 “브랜드를 생활에서 자주 각인시키고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한 우물 전략은 위험해! 사업다각화로 사세 확장

LF가 보여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전략은 사업 다각화다. 내수 침체를 겪은 의류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식음료와 외식, 화장품, 가구, 심지어 부동산 자산운용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14년 회사 이름을 바꾸면서 ‘패션’을 숨긴 것은 그런 경향을 잘 드러낸 상징적인 사례다.

2015년 여성 전문채널 동아TV를 인수했고 2017년에는 여러 유통 업체를 인수해 수입 주류와 해외 식자재에 손을 뻗었다. 크라제버거 상표권을 확보하는가 하면, 유아 방문교육 전문기업도 계열사로 편입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부동산 자산신탁회사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했다.

2016년부터 기반을 다져온 화장품 사업도 주목할만한 포인트다. 당시 프랑스 고급 뷰티 브랜드 ‘불리 1803’과 네덜란드 브랜드 ‘그린랜드’를 국내 론칭했고 이듬해인 2017년에는 체코브랜드 ‘보타니쿠스’도 들여왔다. 지난해에는 남성용 화장품 ‘헤지스 맨 룰 429’를 출시했고 올해 하반기에도 여성 화장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LF는 최근 닥스 액세서리를 통해 고급 패브릭 소재를 활용한 핸드메이드 남성 가방 ‘크리잔 라인’도 새롭게 출시했다. “복장자율화 기업 확대 등의 영향으로 캐주얼 복장에 어울리는 남성 가방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닥스 액세서리의 비가죽 소재 상품 판매량은 올해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LF의 폭넓은 행보는, 기존 주력 사업인 남성복과 캐쥬얼 시장의 성장성이 둔화되면서 찾아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풀이된다. 이런 행보는 실제 기업 경영에 숫자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박현진 DB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이 언론 기고를 통해 “(LF의) 사업 다각화는 성장 동력 확보 외에도 계절성이 강한 의류 사업 비중을 줄여 실적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LF는 예년보다 빨리 더워진 날씨로 간절기 패션 아이템 판매가 저조했지만, 식자재 유통 자회사들의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실적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위기가 기회’라는 케케묵은 격언이 있다. 그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지 않고, 돌파구 마련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기업에게만 찾아온다. ‘풍요 속 빈곤’에 직면한 패션업계에서 LF의 행보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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