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가구당 1만원 가량 할인…요금 할인분 3천억 규모 예상
한전 "이사회가 개편안 의결하면 배임에 해당하는지 따져볼 것"
증권계 "누진제 한전 경영 장기적 악영향 미칠지 미지수"

한국전력공사 본사.(사진=소비자경제)
한국전력공사 본사.(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전기요금 누진제 민관 태스크포스(TF)가 여름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주는 개편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내놨다. 이와 관련, 한국전력이 약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 부담을 짊어질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오간다.

최종 권고안은 기존 누진제의 큰 틀은 유지하되 전력 소비가 많은 7~8월에 한시적으로 소비자들의 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안이다. 현행 누진제는 1구간(200kWh 이하)에 1kWh당 93.3원, 2구간(201∼400kWh)에 187.9원, 3구간(400kWh 초과)에 280.6원의 요금을 부과한다.

개편안은 1구간 상한을 200kWh에서 300kWh로 올린다. 2구간은 301∼450kWh, 3구간은 450kWh 초과로 조정한다. TF는 이 방식을 적용하면 1629만 가구가 전기요금을 월평균 1만 142원 아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여름 무더위에 에어컨을 비교적 편하게 틀 수 있어 소비자 친화적인 정책이라는 평가다.

권고안에 대해 한전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개편안이 의결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개편안을 이사회가 의결한다면, 경영진을 배임 행위로 고소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근 한전은 외부 로펌에 ‘이사회가 개편안을 의결할 경우 배임에 해당하는지’ 판단해 달라고 의뢰했다. 한전 소액주주들이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승소 가능성이 있는지, 이를 임원 배상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도 질의했다.

한전이 19일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쟁점이 복잡하고 경영 현안에 미치는 영향이 커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대형 로펌에 해당 내용을 의뢰한 상태다. 곽 의원은 이에 대해 "한전의 재정적자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보완책 없이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 할인을 하려고 한다"며 "한전 이사들을 배임으로 몰고 가는 행위"라고 밝혔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결국 요금 할인분을 누가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일단 한전이 요금 할인분을 감당하되, 지원 방안이 있는지 찾아 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 열렸던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 산업부 관계자는 "국회 동의를 얻어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할인 때도 한전이 약 3천억원의 비용을 부담했고 당시 한전에 대한 지원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해당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결국 무산된 바 있다.

한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요금제 개편은 이사회 의결 사안이고, 아직 이사회가 열리기 전이므로 누진제 관련 입장을 정리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라고 밝혔다. 다만 “폭염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적게는 2천억에서 많게는 3천억에 이르는 비용 이슈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오는 21일 이사회를 열어 최종 권고안을 바탕으로 전기요금 공급 약관을 개정하고 이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다.

요금 할인분이 한전의 경영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실제로 오늘 증권가에는 한국전력에 대해 '누진제 적용은 악재가 맞지만 한전의 하반기 실적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리포트가 발표된 바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환율이 급등 하지 않는 한 (한국전력의)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가시성은 높다"고 분석하면서 "주택용 누진제 완화로 실적 부담이 커진 만큼 발전믹스 개선 등을 통한 비용 감소에 집중할 전망이며, 누진제 완화는 마지막 악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여름에는 전력소비가 급증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와 같은 무더위가 올해도 계속된다면 더욱 그렇다.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는지, 국가와 기업이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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