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200만원대 유럽지역 저가패키지 진행 불가 여행상품
하청과 재하청 등 불공정한 시스템과 구조적 관행 저가패키지 양산
여행객 입장 여행상품 기획 필요…부실상품 판매여행사 규제수단 강화

(사진=연합뉴스)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현장에서 수색작업 중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가 12일 최근 헝가리 유람선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 "한국 여행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어 온 저가 경쟁으로 인한 패키지 여행상품의 구조적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고원인을 두고 “현지 날씨나 크루즈선 충돌, 구명조끼의 미착용 등 안전 불감증이 지적되고 있다”며 “그러나 소비자주권은 동남아를 비롯하여 150-200만 원 대의 유럽지역 저가패키지 여행상품은 가격대비 현지 물가를 비교해 봤을 때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는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진행 불가능한 상품임에도 패키지 여행상품으로써 판매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하청과 재하청 등 불공정한 시스템과 구조적 관행이 숨어있다”고 덧붙였다.
 
◆ 소비자주권 "한국 여행업계 고질적 병폐...저가경쟁 따른 패키지 여행상품 구조적 문제 드러나”
 
소비자주권 측은 “여행객이 모집되면 국내 여행사는 여행객이 지불한 여행상품 비용 중 항공티켓 요금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챙긴다”며 “현지여행사(랜드사)에는 극히 일부이거나 심한 경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여행객을 현지로 송출한다”고 말했다.
 
앞서 사고가 난 여행 상품은 발칸 2개국(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및 동유럽 4개국(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독일) 8박 9일 패키지 여행상품이다. 가격은 대략 160만원에서 200만원, 비용 중 항공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으로 저가경쟁을 통해 안전을 볼모로 잡아온 여행업계의 고질적인 저가 패키지여행 상품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해당 여행사의 ‘발칸 2개국 및 동유럽 4개국’ 상품은 기본일정을 제외하고 선택 관광 6회와 총5회의 쇼핑이 들어가 있다. 저가를 앞세워 고객을 유치한 뒤 선택 관광이란 이름의 옵션과 쇼핑센터 방문을 통해 부족한 비용을 메우고 하청, 재하청으로 다단계를 이루는 여행사들의 수지를 맞추는 방식과 다름없다.
 
유럽 여행상품의 경우 대부분의 여행지가 내륙에 속해있어 8박 8일간의 여행 일정 대부분을 버스를 통해 이동한다. 또한 유명 관광지가 바다가 아닌 강을 끼고 발달해 있어서 유람선이나 크루즈선을 통한 관광 상품이 많다. 언제든 사고에 노출되어있는 셈이다.
 
사고가 난 여행사 홈페이지에는 5월 말 다뉴브강의 강물이 범람한다는 사실이 명시되어 있다. 비가 오고, 강물이 급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사가 패키지여행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안전요원이나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저가 유람선 회사와 여행사는 계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잘못된 저가 여행상품 관행 존재하는 한 언제든 이번 유람선 참사 재발 가능성"
 
사고가 난 배는 선령 70년이 넘은 노후선박인 유람선으로 비가 오고 물이 불어나는 상황에서 33명의 관광객이 배에 타는데 관광객의 안전을 책임 질 직원이 선장 외에 1명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더구나 계약 취소 시 위약금 때문에 일정변경조차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주권은 “단기적으로 실종자 구조 등 피해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현재의 잘못된 저가 패키지여행상품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든 이번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가 재발 할 수 있음을 인식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여행사는 당장의 이익만을 위해 여행상품을 만들 것이 아니라 여행객의 입장에서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진행해야 한다”며 “2,3차 랜딩구조를 혁파하여 모집사가 끝까지 안전한 여행,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관광업계 차원의 저가패키지 상품 구조개선 노력을 촉구했다.
 
이어 “관련 정부당국 역시 이러한 비극적인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국내 대형여행사와 현지여행사간 불공정 거래 관행을 비롯해서 패키지 여행상품의 운용실태, 문제점, 개선 방안 등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을 진행해야 한다”라며 “필요하다면 국내외 여행업과 현지 에이전트에 대한 설립 요건을 강화해야한다. 부실 상품 판매여행사에 대한 규제수단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주권 측은 “소비자인 여행객 역시 저가 여행상품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해 볼 필요가 있다”며 “‘싼 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으로 여행 상품에 대해 꼼꼼하고 깐깐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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